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 (에필로그 - 3)

황금빛의 오러가 검을 타고 햇살처럼 살랑거렸다.

너무나도 밝고, 밝아서....

자신의 추악함이, 자신의 못함이 그대로 들춰지는것 같다.

빛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있다.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짙은 그림자가.

***

금발이 결 좋게 찰랑거린다.

아마 자신한테서 가장 자신있는 부위를 고르라고 하면, 보석같은 보라색 눈동자도 아니고, 커다란 덩치와 키도 아닌 바로 이 금빛 머리카락 일것이다.

자신에게는 형이 한 명 있다.

금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형이.

기다란 금빛 머리카락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고,

다갈색의 눈동자는 언제나 다정했으며, 그 행동 하나하나에 왕의 기품이 들어있으니.

그 자가 바로 가니쉬 솔레이르 일지니.

다른 왕국에서 보낸 사절단이 자신의 형, 가니쉬를 표현한 문장이었다.

그만큼 자신의 형은 대단한 사람이다.

검술하면 검술, 머리하면 머리, 성격하면 성격.

어디하나 모자른데 없이 뛰어난, 그야말로 천재중의 천재.

그에 반해 자신은 어떤가?

검술은 보통 이상, 머리는 그냥 그렇고, 성격은 유유부단하기 짝이 없다.

그저그런, 보통의 사람.

범재중의 범재.

그러나, 이 평은 자신 주변의 사람들의 평.

백성을 사이에서 퍼진 소문은 이것보다 더했다.

검술은 괜찮으니 머리나쁜 양아치 왕자.

이렇게 소문이 난것이다.

"후우...."

"하르빌, 왜그러니?"

자신의 옆에서 싱긋이 웃어보이는 가니쉬.

티 하나 없는 저 웃음은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을 쑤셔온다.

자신의 형은 태양이다.

그 태양은 밝고도 밝아서.

보는것만으로도 눈부시다.

닿으면 녹아 내릴듯 밝은 태양.

그 빛때문에 자신은 너무나도 추악해 보인다.

자신의 형이 너무나 밝아서...자신의 추악함이 더 잘보이는 것이다.

형의 탓을 하고, 형을 미워한다.

형의 잘못임이 아님을 알기에.

그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무것도 아냐, 형."

형의 미소를 따라한다.

조금이라도 그 밝음과 비슷해지길 빌며.

***

그를 만난건 순전히 우연의 산물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변장을 하고는 시내로 나왔다.

누군가 내 어깨를 치고 가길레 손목을 잡아챘다.

이 거리는 소매치기가 많아 이렇게 안하면 금방 돈을 털리게 된다.

"내놔."

"뭐를?"

분홍빛 머리카락의, 무표정한 소년이 인상을 찌푸렸다.

"돈."

"난 네 돈에 관심없어."

소년은 두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딱히 도둑질을 할만한 옷차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난 놔주지 않았다.

소년의 약간 슬퍼보이는 표정때문일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

"뭐야?"

"흠...일로와봐."

난 소년의 손목을 잡고 숲으로 이끌었다.

이 숲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다.

소년은 의외로 순순히 따라왔다.

"왜?"

"두 손 들어봐."

"의심많은 도련님이네."

두 손을 위로 든 소년의 몸을 이리저리 수색했다.

딱히 끌고 오니 이유는 설명할수 없었으므로, 대충 수색하는 듯한 모습만 했다.

"너 이름이 뭐야?"

"유르."

"난...."

"하르빌 솔레이르. 맞지? 찾고있었어?"

유르라는 소년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살짝 놀라 유르에게서 떨어졌다.

"누구야?"

"네가 싫어하는 네 형을 죽을 암살자?"

너무나도 가볍게 형을 죽인다는 말을 한 유르.

"형은 못죽여."

"왜?"

"형은 강하니까."

너같이 여리여리해 보이는 꼬맹이가 죽일만한 사람은 아니야, 라는 말은 삼켜버렸다.

"아무리 강해도 사람이야. 죽어."

"...."

"넌 네 형이 죽는걸 누구보다 바랄줄 알았는데..."

유르느 어느샌가 꺼낸 단검을 들고 위로 던졌다가 잡았다.

내가 형이 죽기를 원하는 것은 맞지만....

"형이 없으면 우리 왕국은 어떡게?"

항상 받아왔던 교육.

자신의 가족보다 명예를.

자신의 목숨보다 왕국을.

"니가 있잖아."

유르는 단검으로 나를 가르켰다.

살짝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긴 유르는 나를 보며 한쪽 입고리만 올렸다.

명백한 비웃음.

"너, 겁나?"

"아니, 당연히 난..."

유르는 앉아있던 곳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다가와 단검으로 옷을 찔렀다.

옷 바로 아래에는 내 심장이 있다.

"넌 네가 쓰레기라고 생갈할진 몰라도...."

유르의 단검이 살짝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건 그냥 네 형이 뛰어나기 때문이지, 네가.쓰레기인 것이 아니야."

"....난 내 형을 싫어해. 그런 난 더럽지...."

"무슨소리야? 그건 인간의 본성이라 봐도 좋아. 질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지? 검사는 자신보다 뛰어난 검사를, 미인은 자신보다 뛰어난 미인을, 왕은 자신보다 뛰어난 왕을. 누구나 다 질투를 해. 질투는 잘못된게 아니야. 오히려..."

유르는 단검을 빼냈다.

살짝 피가 묻어 있는 단검을 한차례 털어냈다.

"오히려, 그 질투에 자신의 감정을 파묻히고, 질투의 대상에게 화만 내면서 정작 자신은 단련라지 않는..

완전히 포기해 버린 사람들을 쓰레기라고 하지."

단검을 숲 어딘가로 던져버린 유르는 손가락으로 내 가슴팍을 찔렀다.

"넌 아니잖아?"

그의 말이 맞다.

자신은 자신이 추악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언제나 노력했다.

안돼도 노력했다.

될때까지 몇번이고, 몇번이고...

자신도 인정받고 싶어서 몸부림 쳤다.

***

"근데, 그거 이상하지 않아?"

"뭐가?"

"니가 날 도와준건 내가 어릴때야. 그리고 그때 하르빌 넌....이미 어른이었는걸. 내가 악몽에 쓰러졌을때."

쇼파에 누운 유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쿠쿡...그거 몇년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몰라."

"그거, 나 아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째 그때보다 못생겨 진것 같았...."

"아니거든, 토깽아. 그거 가니쉬 솔레이르. 내 형이야.

그때 형은 내 이름을 쓰고, 모습만 살짝 바꿔서 돌아다녔어. 내가 너를 만난건 숲속에서가 처음이었고."

"그럼...

날 구해준건 가니쉬 솔레이르.

그 뒤 울프와 만나기 전에 너와 만났고.

넌 내 말에 감명을 받아서 왕국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날 쫓아왔다?"

"응. 형은 악몽에 관심이 많았거든. 나보다 잘알아서 네 상태에 대해서도 잘 알았을껄."

퍽-

"잘하는 짓이다."

한심하다는 표정의 유르에게 입을 맞춘 하르빌은 작게 웃었다.

그런 말, 해줘서 참 고마웠다고.

유르의 귓가에 속삭인 하르빌은 기분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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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02 03:17 | 조회 : 1,669 목록
작가의 말
11月

가니쉬는 사실 나온적이 있었습니다. 악몽에서 나온 하르빌이죠. 유르가 몰랐던 이유는 그때 기절했기도 했거니와, 그냥 하르빌이라고만 대답했기에 동명이인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니쉬가 하르빌의 이름으로 돌아다닌 이유는 그 이름을 원래부터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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