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별편


지글지글


'아...맛있는 냄세 난다'


자다깬지 얼마 된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냄세가 났다. 갑자기 일어나서 그런지 머리는 아프지만 그래도 음식 생각에 얼른 부엌으로 달려갔다. 이른 아침이지만 민우는 뭔가를 만들고 있다.


"우와! 이게 다 뭐야?"

"뭐긴 뭐야 전이지"

"전? 왜 오늘 하필-"

"설날이잖아"


어짜피 평소에도 전보다 맛있는 음식은 만들긴 하지만 꼭 설날에는 전만 먹으라는 법은 없는데... 그보다 배고프다.


"조금만 더 잘래? 아직 완성할려면 멀었거든"

"아냐. 이미 잠은 다 깼어 그보다 내가 도와줄껀 없어?"

"없어~ 내가 하고 있을 테니깐 쉬고 있어"

"없다고? 구워야 할껀 많아보이는데?"


싱크대 위에는 생선, 애호박 등등이 보인다. 나는 손을 씻고 애호박을 잘른 뒤 봉지에 밀가루랑 같이 넣어서 아주 신나게 흔들었다.


"시연아...뭐해?"

"전 만들어"

"내가 할께. 넌 들어가 있어"

"싫은데~?"


민우는 내 고집은 못 이기겠다면서 생선 손질을 하고 있다. 나는 비닐봉지에 담긴 애호박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밀가루를 턴 뒤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팬에다가 기름을 붓고 예열한 뒤 나는 다른 그릇다가 계란을 깨서 하나하나씩 담갔다. 그 많은 양의 애호박을 후라이팬에 올려놨다.


지글지글


"시연아 기름 안 튀기게 조심해"

"에이 튀어봤자지"

"그리고 너 지금 반팔이잖아 팔에도 튀여"

"괜찮다고요~"


지금은 열이 높은 상태가 아니라 그렇게 많이 튀기진 않았다. 그리고 난 긴팔보다 반팔이 좋은데...특히 불 앞이니까 긴팔보다 반팔이지!


타다닥-!


"아야-!"

"시연아!"

"아이고야...깜작 놀랐네"

"그러니깐 조심하랬잖아"


너무 안 익는 것 같아서 불을 좀 올렸더니 기름이 내 얼굴에 튀였다. 아야야... 왜 하필 얼굴이냐. 눈에 맞을 뻔 했네.


"안되겠다! 나와 내가 할께!"

"괜찮아. 그리고 별로 안 아파"

"시연누나 뭔 일 있어!?"


2층에서 누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려서 뒤돌아보니 연우가 왔다. 너무 큰 소리로 소리질렸나? 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근데 소리가 2층까지 들려?"

"너 방문 열러있지? 그러니까 잘 들리지"

"그보다 무슨 일이냐니까"


연우와 내가 말하는 사이에 민우는 기어코 애호박을 굽고 있다. 나는 연우의 질문에 손가락으로 애호박과 후라이팬을 가르키자 이해가 됬는지 그떡였다.


"근데 누나 어디에 튀였어?"

"응? 얼굴 눈 주변에"

"뭐!? 괜찮아!?!?"

"잠깐만 얼굴이었어!?!"


연우도 놀랐지만 애호박을 뒤집고 있던 민우까지 놀라서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근데 너무 가까운거 아니야...?


"시연아 안 따가워?"

"누나 안 아파?"

"으응..."

"잠깐 너희 뭐하냐?"


은혁 목소리가 들리기에 뒤돌아 봤는데 어의없다는 표정으로 날...아니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시연한테 뭐하냐?"

"신경 꺼"

"내 약혼녀야. 무슨 짓을 하던 내가 알아야 하거든?"

"하? 그럼 잘 됬네 시연이가 기름 사용 좀 못하게 하지 그래?"


어의없다는 은혁 표정에 이제는 짜증나는 표정까지 더해진 것 같다. 은혁은 나에게로 오더니 내가 가지고 있던 젓가락을 뺏아았다.


"에엣? 왜 뺏아?"

"너 다칠까봐"

"그런거가지고 안 다쳐!"

"못 믿어. 다치고 나면 나만 후회하거든?"


은혁은 가지고 있던 젓가락을 싱크대로 던졌다. 주위를 돌려보니 민우는 햄, 게맛살, 버섯, 파를 이쑤시개에 꽂고 있고 연우는 내가 굽고 있던 애호박을 굽고 있다. 왜 그렇게 반대하지는 나원참... 그렇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나는 은혁에게 내 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한 뒤 팔로 은혁의 목을 감았다.


"은혁아~ 이거 널 위해서 만든건데..."

"..."

"다른 사람이 만들어도 되는거야?"


은혁에게만 들릴 듯 소근소근 말했다. 이내 은혁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한 걸을 옆에 섰다.


"연우야 이거 내가 할께~"

"어? 하지만..."

"나중에 팥빙수 먹으로 가자"

"진짜? 근데 기름 조심해야해"


연우와는 음식으로 협상을 했다. 나는 은혁이 던진 젓가락을 씻고 나서 후라이팬에 있는 애호박을 뒤집을려고 했다.


"누나-! 물기있는 상태에서 기름에 갖다대면..."

"아-!"


순간적으로 애호박이 탈 것 같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물기있는 상태로 기름에 갖다대었더니 또 다시 기름이 튀였다. 0.5초밖의 외침이라서 그런지 가까이 있던 연우 말고는 아무도 못 들은 것 같다.


"아하하...또 깜박했네"

"누나...조심 좀 하라니까"


연우는 자기가 입고 있던 얇은 잠바를 나에게 주었다. 그 덕분에 기름이 튀어도 뜨겁진 않았다. 그렇게 몇 십분 동안 애호박을 굽고나니 민우가 열심히 이쑤시개에 꽂고 있던 것을 나에게 들고 오너니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연아? 기름 사용하지 말라니까?"

"아하하...아무 일도 없었잖아"


계속 열심히 꽂다보니깐 민우는 내가 불 앞에 있다는 것도 모른 것 같았다. 민우에게 가스레인지를 양보한체 다른 전을 만들러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깻잎에다가 고기를 넣어서 밀가루와 계란을 묻혔다. 이거는 한 번에 하지를 못해서 좀 버거롭다. 다 완성해서 굽는데 잘 안 익어진다.


'아아아!! 이 놈의 전은 왜 이렇게 안 구워져!! 심지어 탄건지 안 탄건지도 모르겠어-!!!'


내가 속에서 분노를 내보내고 있을 때 탈 것 같은 전을 뒤집는게 다시 몇 십분이지나니 거의 익어간다. 뭔지 모르겠는데 은근 재밌다. 예전에 나랑 아빠만 같이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거 맛있다"

"으응? 진짜!?"

"어"

"다행이다. 안 익었으면 어떻하지 싶었어"


다 완성된게 두 자리 수가 넘었을 때 쯤 은혁이 내 옆에 와서 내가 만든 전을 먹었다. 그냥 맛있다는 한 마디지만 참 기분 좋게 만든다.


"야 은혁! 이거 니가 먹었지!!!"


민우는 식탁에 있던 전들을 보고 은혁에게 소리쳤다. 와...언제 저렇게 많이 없어졌데? 그보다 많이도 먹었네-


"아- 맛만 본거야. 맛만"

"근데 이렇게 없어지냐? 안되겠다. 너 이리와"


민우는 은혁의 태도에 방금전까지 사용하고 있던 뒤집게를 들고 은혁을 쫓아갔다.


"하하...은혁 참 대단하네"

"누나 웃을 일이 아닌데? 누나꺼도 봐"

"뭐?"


연우의 말에 나도 내 전을 봤는데 20여개 넘었던 내 전은 10개도 안 남았다.


"은혁 너 일루 안 와!?"

"아-왜! 나 줄려고 만든거였다면서!"


그렇게 나와 민우는 뜨거운 식기구를 든체 은혁을 따라갔고, 연우는 다 굽지 못한 전을 굽고 어지런지 부엌을 치우라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
.
.
.
.
.

"야 우리가 먼저거든?"

"은혁. 무슨 소리냐?"


만든 전을 오빠한테 먼저 줄지 아니면 (카스트파) 보스에게 먼저 줄지 생각하다가 얘네가 또 싸운다.


"형들 그냥 가위바위보하지?"

"그래. 그거 좋네"

"지고나서 딴 소리 하지 마라"


"가위-바위-보!"


은혁은 주먹을 내고 민우는 보자기를 냈다. 그러면 오빠한테 먼저 가야 되겠다.


"아씨-! 이게 말이되냐!?!"

"말 되거든? 그럼 우리 먼저 간다. 집 잘봐"

"야 이시연 걍 쟤네 버리고 가자-!"

"안돼. 약속은 약속이니깐"


은혁은 입이 삐져나온 상태에서 계속 혼자 중얼거린다. 뭐라는 건지 안 들리네...


"민우야 연우야 먼저 나가있어 나 뭐 좀 챙기다 갈께"

"알았어 누나"

"응"


민우랑 연우가 먼저 집 밖으로 나갔다.


"으이구...안 가는 것도 아닌데 뭐"

"아니 어떻게 걔네 한테 먼저 갈 수 있어!?"

"전만 주고 온다니깐?"

"흥!"


은혁은 아예 제대로 삐진 것 같다. 나참...어린애도 아니고 이런거 가지고 삐지면 어떻하라는 거야


"너무해. 너무해. 너무…"


쪽. 나는 계속 너무하다는 은혁에게 볼에다가 입술을 갖다댔다.


"어...어..."

"좀만 기다려. 알았지?"

"어. 근데 너무 못된거만 하는거 아니야?"

"그래서 싫어?"


은혁은 얼굴이 빨개진 상태에서 고개를 흔든다. 이런걸로 풀리는게 더 신기하네


"빨리와"

"알았다고~"


나는 전을 챙기고 모자를 깊게 썼다. 그리고 집 밖에 있는 민우와 연우랑 같이 혜성파로 갔다.


[혜성파[


"어? 보스는 어디 계십니까?"

"보스께선 오늘 다른 조직과 거래가 있으시다고 나가셨습니다"

"하? 알겠습니다. 이만 나가셔도 좋습니다"

"네. 그럼 이만…"


이게 뭐야? 오빠는 지금 여기에 없다는 이야기야? 칫... 모처럼 왔더니만-


"이제 어떻게 해?"

"후유...우린 여기서 서류 처리 하고 있을께. 테이블 위에 전 올려놓고 가 나중에 오시면 말해줄께"

"알았어"

"헛된 발걸음만 하게 해서 미안해"


민우의 말에 나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나서 헤성파를 나갔다. 그리고 집에서 투덜투덜 하고 있을 은혁을 찾아 집으로 갔다.


띠리릭-!


"어 뭐야. 벌써 집에 와?"

"그게 오빠가 없어서. 애들은 거기서 서류처리하고 온데"

"그래? 그럼 우리 좀만 있다가자"

"아깐 가자고 했으면서"


은혁은 소파에 앉아있는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흐음...너 지금 아무렇지도 않냐?"

"뭔 소리야?"


은혁은 내 얼굴 가까이 자기 얼굴을 갖다됬다.


"아침에 김민우랑 김연우가 했을 땐 얼굴 빨개지더니"

"내...내가 뭘!"


은혁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내 입술에 기습적으로 자기 입술을 갖다됬다.


"으...읍!?"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은혁을 밀쳐냈다.


"너…갑자기 왜 이래?"

"넌 되고 난 안돼냐?"

"...?"

"넌 아까 나한테 했잖아. 왜 난 너한테 하면 안되는데!?"


아...그건 삐진걸 풀려줄려고 하건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예전에 했던거 기억 않나?"


은혁이 예전에 나에게 했덤 말이면...


[너가 다른 남자애랑 있으면 질투나니까 다신 가까이 지내지도 마! 뭐 아까한짓 또 하고 싶으면 가까이 지내든지!]


오우 쉣...또 질투야? 이번에는 내가 원해서 한게 아닌데!


"아니 됬고. 이제 가자"

"허얼..."


자기 말만 하고 가는 거야?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카스트파]


"아버지. 저희 왔습니다"

"그래.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나"


진짜로 오랜만에 뵈는게 맞습니다만?


"왠일로 왔느냐"

"아… 전 드리려 왔어요"

"전?"

"네. 보스는 아직도 바쁘실 것 같아서 직접 전해드리려 왔어요"


내가 보스께 전을 드리자마자 보스는 뚜껑을 열고 전 하나를 먹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보는 듯한 보스의 웃음을 봤다. 하지만 그 웃음은 바로 가면 속에 가려졌다.


"맛있구나. 그래 너가 만들었고?"

"네"

"잘 만들었구나"


보스의 얼굴에 보이는 건...그리움인가? 아닌가? 그냥 내 착각인가?


"이만 저희는 나가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라"


은혁과 나는 그대로 보스의 방에서 나가서 바로 집으로 갔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얘네 아직도 안 왔나?


"야 이시연"

"아까 했던거 계속 해야지"


은혁은 그대로 나한테 다가온다. 나 다시 얘한테 스킨쉽 안 할꺼야-!!!

0
이번 화 신고 2016-02-09 15:59 | 조회 : 1,513 목록
작가의 말
리시엔

일단은 18화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거 3일동안 밤새도록 한거에요 ㅠㅠ 다음화는 진짜로 나옵니다! 이번주 금요일 5시입니다. 댓글 달아주세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특별편이 많아져요. 저도 본편이 좋지만 인터넷이 끊기는 바람에 계속 쓰기가 힘들어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