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매끄러운 다다미가 깔린 방은 지금 하윤에게 가시밭이나 다름 없었다. 혹시나 해서 나란히 놓인 두 장의 두꺼운 이불을 조금 떨어뜨려 놓았지만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하윤의 불안함은 그날 밤 실체를 드러냈다.

"깼으면 말을 하지."

하윤은 떨리는 몸을 안정시키며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더우니까, 좀..... 떨어져서 자."

태연하게 말하려던 모습은 되찾지 못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몸은 땀투성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이진혁이 이 상황을 즐기는 듯 하다는 사실이었다. 두 팔 안에 들어오고도 자리가 한참 남는 하윤의 얄쌍한 허리를 말아쥔다.

"하지 말라니깐...."

"너 오메가지."

쿵. 하윤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를.

"아...아닌...그"

확신을 품은 듯한 진혁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너도 웃긴다. 무슨 용기로 알파와 같은 방을 거부하지 않은 거야?"

"..........."

사고회로가 정지한 듯 하윤은 굳은 몸을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진혁은 당혹스런 표정의 하윤에게 시선을 때지 않았다.

"그래서, 할거야?"

"뭐, 뭘..."

피식-

"뻔하지. 자진해서 알파와 같은 방을 쓴다는데."

"아, 아니야. 네가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난 베타야. 페로몬도 안 나오잖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하윤은 손을 내저으며 거부했다. 나풀거리는 속눈썹과 빛이 없어도 반짝거리는 눈망울, 동그란 콧망울, 군살없는 매끈한 뺨 덕에 자주 듣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렇게나 확신을 가지는 경우는 하윤에겐 처음이었다.

"정말? 정말 페로몬 안 나와?"

"그렇다니깐."

"그럼 시험해 봐도 될까?"

"어?"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조금씩 서서히 아담한 방을 덮어가는 향에 하윤은 조금 숨이 막히는 듯 했다. 동시에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풀잎의 향을 내뱉는가 하다가도 강렬한 장미의 향이 스며드는 듯 했고 여린 허브의 향이 감돌다가도 순식간에 피비린내로 바뀌었다.

"어? 잘 참네?"

"이.... 자식이, 진짜로 아니라니깐."

하윤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 정도는, 이 정도 쯤은 참을 수 있었다. 흔들림을 보이는 대신, 하윤은 속으로 그의 페로몬 장악력에 대한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다.

하지만, 감탄은 오래가지 못했다.

"으...으앗......."

"킥.....그냥 잘 참는 거였네. 베타는 무슨."

처음이었다. 하윤을 페로몬으로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알파는 처음이었다.

"너.....하으윽..... 우, 우성이야?"

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씩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윤은 진혁의 유카타를 잡아채며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몸은 뜻대로 따르지 않았다. 하윤의 가늘고 새하얀 팔목은 진혁의 목을 감쌌고 쾌감에 후덜덜 떨리는 다리는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열리고 있었다. 진혁이 입술을 때고는 하윤의 유카타를 벗겨냈다. 얇은 천은 너무나도 쉽게 흘러내렸다.

"으.......으으..."

"소리내도 돼. 어차피 본채에는 들리지도 않아."

하윤은 순수한 공포심을 느끼며 발가락만 꼼지락 댔다. 그 순간 하윤의 말을 듣는 신체부위는 오직 자그마한 발가락 뿐이었다.

"소리 내."

이번에는 더 강압적이다. 진혁은 이만 앙 다문 하윤을 못 마땅하게 쳐다보았다.

"얼른."

"으응.....흡....."

낮은 비음을 내고는 바로 입을 막는 하윤을 뒤로하고 진혁은 천 사이로 드러난 하윤의 얇은 허리를 더듬었다. 부드럽지 않은 손길이었지만 진혁의 자제없는 페로몬으로 인해 하윤의 얼굴은 더 벌게지기만 했다.

"으흡.....응.... 나....히,힛싸도 아닌데...... 왜, 왜 이러지....아흑...."

"궁금해?"

하윤은 페로몬을 직면하면서도 진혁은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오히려 능글맞게 웃으며 하윤에게 버드키스를 날린다. 하윤은 고개를 내저었다.

"궁금해? 하윤아, 궁금해?"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죽는 병이라도 있는지 진혁은 굳게 다문 하윤의 입을 계속 힐끔거렸다.

"극우성 알파라고 들어는 봤어?"

진혁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웃을 만한 문장이 아니었다.

39
이번 화 신고 2018-02-28 10:49 | 조회 : 6,621 목록
작가의 말
새벽네시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