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지.

몇 달 동안 연락 없던 너에게 메시지가 왔다. 솔직히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화가 나기에.

몇 달 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가 아마 처음 만나게 된 건 9월쯤. 아마 그쯤 이었을 것이다. 사실 우린 얼굴을 마주 보고 만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친구로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사실 서로의 얼굴조차 모르고 그렇게 친하게 지냈었다니 상상조차 못 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 너랑 그렇게 만나게 된 이후 우리는 메세지 앱을 통하여 많은 잡담을 주고받았다. 여러 생활을 하며 생긴 고민, 그리고 여러 가지 화풀이, 이 외에도 너랑 잡담한 기록이 많다. 너무나도 많아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근데, 난 너를 그렇게 믿었으면 안 됐던 거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다 보니 너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도 뜸했다. 하지만 이런 거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잘 지낼 것 같다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너의 사정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바빴을 수도 있기에, 무엇을 하느라 그런 거겠지 하고 그냥 넘어갔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때도 먼저 연락을 한 것도 나였다. 네가 아니라 나였다. 그러면서도 난 호구같이 너에게 답장이 오면 기분이 무척 좋았다. 우리가 아직도 친한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도중에 오랜만에 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근데 내가 잘못 본 것 같다 싶었다.

“그냥 걔가 재수가 없어. 왜 그렇게 친하게 지냈는지 몰라.”

난 그 메시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네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줄이야. 생각도 못 했지만 말이다. 그 메시지를 내가 읽은 후로 ‘읽음’ 이라 뜬 순간 넌 바로 그 메시지를 삭제했다. 기가 막혔다. 친하게 지냈던 네가 왜 나에 대하여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아무래도 네가 여태껏 다른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하고 돌아다닌 것으로 보였고, 그 내용을 내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보내려다 나에게 잘못 보낸 것 같았기도 했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왜 네가 날 재수 없게 생각했는지. 그래서 그렇게 보냈다.

“어떤 점에서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너에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너는 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읽음’ 이라고 떴었지만 넌 나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솔직히 그게 나에겐 나았을지도 모른다. 네가 답장을 했다면 난 아무래도 화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이 와갔다. 정신없이 생각하는 와중에 너는 나에게 답장의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방에서 나갔다.

“몰라.”

네가 보냈지만 나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이 메시지를 이후로 우리 사이에 오간 메시지는 없다. 그리고 아직도 왜 네가 날 재수 없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그렇게 몇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제야 너에게 한 통의 메시지가 온 것이다.

“그냥 싫었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싫었어나니. ‘그냥’ 이라는 말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을 텐데, 난 그저 여러 가지 일로 그냥 날 재수 없게 생각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너에겐 또 한통의 메시지가 날라왔다.

“난 너에게 온 힘을 다한 것 같은데 넌 나에게 온 힘을 다한 게 없는 것 같구나, 여전히.”

내가 너에게 어쨌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보낼 거면… 그것도 그렇지만 이미 지나간 일인데 더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 아니, 잊혀 가고 있는 그 기억을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 생각하게 하는 게 난 더 이해할 수 없었고 화가 났다. 오히려 그렇게 보낸 너의 메시지에 담긴 내용은 오히려 내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게 난 너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방을 나갔다. 그게 우리가 주고받은 마지막 메시지였을 것이다.

“넌 그 때 내가 뭘 해도 재수 없다고 말하고 다닐 텐데, 네가 원한대로 말했다면 과연 네가 그 행동을 과연 멈출 생각은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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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23 00:56 | 조회 : 853 목록
작가의 말
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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