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END-화이트 크리스마스_3 (마지막 에피소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라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 당장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데.

‘고통받는것은 나 혼자로도 충분해.’

솔직히 이런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다행히 선배와의 거리는 멀지 않은 편이어서 가까스로 밀쳐내는것에 성공했다.

‘나도 이제 피해야지.’

그것이 원래 내 생각이었다.

선배를 밀쳐내면서 나도 같이 총알을 피하는 것.

하지만 총알은 내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고.

타앙-!

총시위가 당기는 소리와 함께 내 가슴에 박혔다.

“어...? 선…배-? 쿨럭!!”

아프지 않았다.

아니. 너무 아파서 아픔을 못느꼈다하는것이 맞는 표현일려나?

흰 와이셔츠를 빨갛게 적셔오는 피를 보고나서야 현실감이 들었다.

“쿨럭, 쿨럭!!! 컥!! 하아..하아...”

피가 기도로 들어와 입으로 핏덩이를 뱉었다.

“…왜?”

털썩.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준호야!!”

성현선배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황급히 나를 품에 끌어안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주르륵 눈에서 차가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 선배…나 아..파- 너무 아파-흐윽”

“준호야, 준호야..양준호…제발…아니라고해줘…준호야...”

총알이 지나가 뻥 뚫린 내 가슴의 구멍을 손으로 황급히 막으며 중얼거렸다.

“왜. 왜 안되지...? 기, 기다려봐…지혈을..그러니까 마, 막을껄…흐윽”

온 세상이 느리게 돌아갔다.

숨은 점점 가빠오고 체온이 떨어지는것이 느껴졌다.

나를 잠시 눕히고 지혈할 것을 찾으러 가려는 성현선배의 옷깃을 꼭 붙잡고 말했다.

“여, 여기 있어요-”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다행이야.

선배가 아닌 내가 죽어서.

‘아마 금방 숨이 꺼지겠지...’

마지막은, 마지막만큼은 선배 품에 안기고 싶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를 끌어안고 얼굴이 수없이 입을 맞추는 그는 애절하기 짝이 없었다.

“준호야 가지마, 죽지마…제발..제발 나 버리지마-”

없는 힘을 겨우겨우 끌어모아 입을 맞췄다.

‘아…입에서 피비린맛 날텐데...’

끅끅거리는 선배를 달래듯 혀를 굴렸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선배. 사랑해요.

말로는 끝도없이 전할 마음들이 입을 통해 오갔다.

아마 이보다 슬픈 따뜻함은 그 어디에도 없으리라.

더이상은 머리를 올릴 힘이 없어 기운이 빠졌다.

입이 멀어지려는것을 느낀 선배가 급하게 내 머리를 받치고 키스를 이어갔다.

‘제발…가지마-’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마 이 입맞춤이 끝날 때 즈음에는 나도 정신을 잃고 말겠지.

“쿨럭, 쿨럭! 웩!!”

다시 한 번 피가 입을 타고 주르륵 세어나왔다.

바들바들 떨리는 팔을 들어 선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하아..하아…선배. 사랑ㅎ ㅐ-”

툭.

“...”

고요한 적막이 계속되었다.

시간이 한 순간 멈춰버렸다.

“준호야?”

내 뺨을 안타깝게 어루만지던 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장난치지 말고..준호야. 응? 정신차려봐. 제발-”

아무리 몸을 흔들어보아도 준호는 대답이 없었다.

두근거리는 심장도 점점 차갑게 멈춰가고있었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 모습이.

차마 감지 못한 바랜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입을 맞추었던 곳에서 주르륵 턱을 타고 내리는 피가.

그의 손이 내 뺨을 떠나는 순간.

나의 마음도 함께 끝도없는 나락속으로 빨려들어가듯 가라앉았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준호가…죽었어-’

“제발..제발 꿈이라 해줘…악몽이여서 이대로 눈을 뜨면 너가 옆에서 웃고 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

완전히 굳어버린 준호의 손을 들어 얼굴에 비볐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총알이 박힌 곳에 스며들었다.

주위에 시릴정도로 하얗던 눈밭은 이미 장미밭이 되어있었고.

이제는 흘러나올 피도 없어 간간히 떨어지는 핏방울이 준호의 생명을 의미하는 것 같아 막아보았지만.

이미 떠나버린 준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째서 그랬던 것이였을까.

왜 나를 대신하여 총을 맞았던 것일까.

‘너도..준일이도..끝까지 상처만 품고 가는구나.’

창백해진 입술에 입을 맞췄다.

무능력한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손을 들어 준호의 눈을 감겨주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뻥뚤려 허전한 공허함이 한번에 몰려왔다.

고개를 들어 박현수를 바라보았다.

그도 자신이 쏘고는 놀랐는지 총을 땅에 떨어트리고 풀썩 주져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머리를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주, 준일이가…준일이가..! 나도 준일이하고-!!”

덥석 다시 총을 잡은 그가 입에 총구를 들이밀더니 그대로 총시위를 당겼다.

타앙-!

다시한 번 끔찍한 장면은 그대로 리플레이되었다.

머리 뒷쪽이 터지며 피가 새하얀 눈 위로 철퍽철퍽 튀기고 살점도 떨어져 나갔다.

눈에서는 피와 눈물이 섞여 흐르고 그는 그대로 쓰러졌다.

“하….!!!”

죽음인건가.

다 죽는것인가.

찰칵!

파바바방!!!!

그 와중에도 옆에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내, 내가 무슨 짓을…하지만 이건 정말로…그렇지만 나 때문에…일단 먼저 보도를-!”

사람이 자신때문에 두 명이나 죽어나가는 도중에도 그녀는 사건에만 미쳐서 노트북을 꺼내 펼쳐들었다.

이성의 끈이 끊겨버렸다.

“이 미친 씨X새끼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역겨워 죽을것만 같았다.

‘감옥에 갇혀도 좋아. 근신처분을 받아도 좋아. 일단. 일단을 이 씨X 썅 쓰레기 개새끼부터 죽이고 봐야겠어.’

그대로 얼굴을 온 힘을 다하여 가격했다.

“커헉-!”

그 이후로는 정말 미친듯이 때리기만 하였다.

황급히 달려온 찬호가 울며불며 그를 뜯어 말려 제압한 후에야 사태가 진정아닌 진정 될 수 있었다.

오열 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그가 눈밭을 맨손으로 박박 긁으며 준호를 부르짖었다.

손가락으로 긁은 곳에 붉은 핏자국이 일직선으로 길게 그려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지켜보는 사람또한 고통스럽고 당사자는 더욱 더 고통스러운 장면이었다.

그때,

“이, 이제 엔터만-! 됐다!!!!”

“하아…정말 당신은 인간 말종을 넘어선 존재군요..”

그 사이, 엉금엉금 기어 노트북으로 다가간 그녀가 엔터를 눌러 기사를 보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찬호가 허탈함과 함께 역겨운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저 사람, 아니. 저거 좀 끌고가세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속전속결로 움직여 그녀를 차에 태운 사람들 몇몇이 그대로 산을 내려갔다.

그때. 남아있던 한 남자가 핸드폰을 찬호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저…찬호님..이 일 어떡할까요.”

그새 기사는 누군가가 페O스북 대신전해드립니다와 대나무숲 같은 곳에 퍼져 일파만파 확장되는 중이었다.

“…일단 아버지하고 성현이 아버님께 연락드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새 하늘은 해가 뜨고 있었다.

포슬포슬 내려오는 새하얀 눈이 쓰러진 준호와 현수의 몸 위에 쌓여갔다.

끄윽끄윽 거리며 제압당한 성현이 옆에 쓰러져있는 준호의 손을 세게 꽈악 붙잡았다.

“정말 죽고싶을만큼 시린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 찬호가 구슬프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행복할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는 그 어떤 날보다 슬프게.

소중했던 사람을 더이상은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내며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END-











지금까지 봐 주신 모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그럼 리시안셔스는















시즌2로 곧 찾아볼께요. ㅋ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이 많다는 사실 캬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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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17 11:52 | 조회 : 4,538 목록
작가의 말
솔레다

드디어 리시안셔스가 완결을 맞이했네요. 외전이 올라갈 꺼구요. 저희집이 지금 몇일째 와파가 안터져서...ㅋㅋ 좀 늦을 수도 있지만 잘 부탁드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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