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교실 안.
세상에 대한 흥미를 잃은 남학생 한명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있는 세상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재미없어.”
그의 한 마디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하였다.
분명 그는 혼자있었지만
절대로 무시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겨왔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였지만 삐질삐질 흘러나오는 식은땀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귀찮아..’
입 안이 허전했다.
수업 시작 종이 울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교실 뒷문을 열고 나갔다.
초가을에 들어선 날씨는 얇은 옷만 입기에는 추운 기색이 있었다.
사박사박 발밑에서 느껴지는 매마른 낙엽들이 짓밟혀 조각조각부서졌다.
걸음을 옮겨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화단으로 향하였다.
주머니에서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내든다.
이제 중3겨울도 끝이 보인다.
성적과 봉사점수 벌점은 이미 망했지만 뭐. 아버지가 알아서 해주시겠지.
“하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언제부터 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담배를 피고있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뿐.
입에 문 담배를 빨았다.
폐 가득 채워오는 공기가 느껴졌다.
“후우-”
입에서 하얀 담배공기가 뿜어져나왔다.
“맛있어?”
“!!!”
뒤를 돌아보니 중2 명찰을 달고있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남자아이가 창문을 통해 현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흐음…어때? 막 쓰지않아?? 아니야???”
정말 순수하게 궁금한 듯 자신에게 예뻐보이는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 단발정도의 머리를 가진 그 아이.
“몰라.”
‘아. 나 뭐라는거지..’
홀린듯 대답해버린 그가 아차했다.
“나도 피워볼래!!!”
손을 뻗으며 창문 사이로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꼭 어린 펭귄을 보는 것 같았다.
“안돼.”
“왜에에ㅔ?!?”
“몸에 나빠.”
나도 내가 지금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그거 말 안되는거 알아? 너는 피고있는데 난 안돼?”
재밌다는듯 깔깔웃는 그 아이는 어둠 한 점 없이 아름다웠다.
“눈망울.”
“어??그게 뭐야???”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빛 눈동자를 보니 나온 말이었다.
슬쩍 그 아이가 있는 교실을 보았다.
[보건실]
아무렇지않게 남자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픈애가 무슨 담배야.”
“흥..준일이 안아픈뎀...”
“하!! 아프지도 않는데 보건실에는 왜있냐??”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그 모습이 남들이 하면 이상하고 느글거리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준일이라는 그 아이는 전혀 이상하지않았다.
“아냐!! 나 진짜 안아퍼. 아, 아마도...”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그.
‘내가 건드리면 안될 곳을 말한건가?’
평소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걱정이 들었다.
뭐 그럼 어때. 나랑 상관 없는 일인데.
“으윽…! 헉!!”
갑자기 머리를 잡으며 비틀거리는 그 아이.
빛나는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하고 떨어졌다.
털썩-
곧이어 의식을 잃으며 쓰러지는 그.
쿠당탕탕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본 그가 이내 눈을 크게 뜨며 창문 턱을 잡고 외쳤다.
“야!!! 정신차려-!”
식은땀을 흘리며 헉헉거리는 모습을 본 그가 급하게 창문을 넘어왔다.
“씨X 뭐하는 짓거리야…쯧”
혀를 차며 낮게 중얼거리며 상태를 확인하였다.
다행히 다른 이상은 없는 듯 하였다.
아마 잠시 의식을 잃은거겠지.
“읏차-”
쓰러진 아이을 안아 올렸다.
“!?! 뭐야. 얘 왜이렇게 가벼워. 여잔가?”
아니야. 남잔데…
이상할정도로 가벼운 몸무게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 아이의 팔을 붙잡자 고스란히 느껴지는 앙상한 뼈가 그를 화나게 하였다.
“이새끼는 무슨 이슬만 먹고사나-”
조심스레 침대에 그를 눕히고는 옆에 걸터 앉았다.
“왜지.”
왤까. 왜 이렇게 이 아이는 눈에 밟히는 것일까.
분명 아까같은 경우가 다른 사람일 경우, 난 그저 오늘은 재수없는 옴이 붙었나 라고 하며 자리를 떳을 터였다.
깊은 잠에 빠진듯한 아이의 머리카락을 스르륵 손으로 잡아보았다.
그때 그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입맛을 다셨다.
“음냐음냐… 감자튀김..가지마아-”
손이 얼굴에 깔린 탓에 흠칫하였지만 이내 미소가 지어졌다.
“이상한 녀석…쿡”
살며시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가 일어났을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음...? 뭐지?”
옆에는 작은 종잇조각만이 놓여있었다.
-아픈거 맞네. 3학년 4반. 박현수.
픽.
웃음이 세어나왔다.
“들켰네.”
가을바람이 봄을 싣고 오고 있었다.
-그들의 첫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