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과거, 준일이와 현수-외전5 (강수위)

“환자분? 혹시 링거 놓으신 곳이 붓거나 아프신가요?”

“헙! 아, 아니요! 괘, 괜찮아요-흣!”

이상하다. 근데 왜 자꾸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네에…그럼 불편하시면 불러주세요...”

그렇게 간호사가 떠나고 준일이가 자신의 손을 깨물며 신음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흣! 형…기분이 이상해..”

몽롱하다.

그러면서 흥분된다.

머릿속에서 전기가 튀기듯 삼킬 수 없는 애욕이 집어삼킨다.

“흐읏! 좀만 더 세게 박아죠…으응!!”

준일의 애널에 자신의 페니스를 넣을때마다 안쪽 벽면이 자신의 것을 빠르게 감싸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중간중간 주름으로 인하여 형성된 굴곡이 현수의 것에 부딫히고 닿아 수없이 자극을 주었다.

“하아…우리 준일이 발정났나보지? 이렇게 공공장소에서 하는거 좋아하는거 보면??”

“네. 좋아요. 더 세게. 더 깊이 넣어주세요.현수님의 자지를 원해요…흣!”

끊임없이 서로의 몸이 뒤엉키고,

수없이 격력한 키스와 타액이 오갔다.

“하아..사랑해 준일아. 나 버리지 마..”

한바탕 뜨거운 공기가 지나갈때 즈음.

준일이와 같이 침대에 마주보고 누운 현수가 얼굴을 가슴이 묻으며 말했다.

“푸흣…걱정 마. 영원히 함께하자. 사랑해.”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둘 다 하나가 된 날이었다.

***

“현수야! 우리 이번주 주말에 네버랜드가자!!”

이동수업이여서 책을 들고 복도를 오가는데 준일이가 자꾸만 놀러가자 그런다.

“안돼. 너 몸 안좋잖아. 집에 가서 쉬어.”

5번 넘게 거절하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니 지쳐만갔다.

저번주에 병원 다녀온 후로 거품 물고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인다.

“그러고보니 그때 병원에서 검사받은거 결과 어떻데?”

멈칫.

갑자기 몸을 굳히던 그가 이내 다시 웃으며 말한다.

“에이~괜찮데. 신경쓸거 하나도 없다는데?”

‘뭐지. 방금 5초정도 뜸을 들였던 것 같은데...’

“아니. 그것보다 우리 놀러가자니까?!? 네버랜드! 네버랜드!!”

“에휴-그래 알았어. 대신 다녀오면 이번주는 그냥 집에서 쉬는거야!”

허락을 받자마자 급 밝아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응응!! 아라씀니당!!히히~”

‘뭐 별일이야 있겠어?’

별 문제 없어보이는 듯한 준일이의 뺨에 입을 맞추며 피식 웃었다.

***

“현수야! 우리 저거 쓰자!”

신이 난 준일이가 방방 뛰면서 동물 머리띠를 가리켰다.

“움...난 토끼쓸레!!”

헤헤 웃으며 토끼 귀가 달린 핑크색 머리띠를 쓰며 현수를 바라봤다.

“어때? 나 괜찮아??”

정말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둘러보는 준일이를 보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래그래. 잘 어울려.”

“그러엄~!ㅋㅋㅋ”

호랑이 머리띠를 꺼내 그가 그대로 현수에게 씌웠다.

“이, 이게 뭐야!?!”

당황하는 현수에게 준일이가 크크 웃으며 말했다.

“커플 머리띠. 써줄꺼지? 그럴꺼지? 설마 이렇게 마음 여린 나 혼자 쓰게하는건 아니지??”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거절을 못하겠다.

결국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현수.

“우아아!! 진짜? 아 행복하당 ㅋㅋ”

그 후로 얼마나 많은 놀이기구를 탔는지 모르겠다.

그냥 수도없이 많이 탓고, 수도없이 많이 먹었다.

몽실몽실한 토끼모양 솜사탕을 뜯어먹는 준일.

그의 솜사탕에 슬쩍 손을 뻗어 뺏어먹었다.

“토끼가 토끼를 먹네. 동족살육?ㅋㅋ”

“이잇!! 아냐! 왜 그렇게 잔인하게 말해!!”

큭큭거리며 헝클어진 금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ㅋㅋㅋ알았어. 알았어.ㅋㅋ 아근데 너무 웃겨..ㅋㅋ”

정말로 제 눈 앞에 보이는 준일이나 먹히고 있는 토끼나 너무 똑같아서 분간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찰칵!

“음? 그게 뭐야??”

현수의 손에서 드르륵거리는 물건을 바라보며 묻자 현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일화용 필름 카메라. 오. 잘나왔네 ㅋㅋ”

사진 속 준일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느새 밤이 되어 뒤로 반짝이는 조명들과 야경이 그를 한층 더 빛내주었다.

“현수야.”

“왜?”

“우리 마지막으로 저거 타자.”

준일이가 둥글둥글 돌고있는 커다란 관람차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보이는것은 기분탓일까.

“그러지 뭐. 줄도 별로 없으니까 가자.”

10분정도 지났을까.

둘은 안내원의 배웅을 받으며 에 올랐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뒤이어 문이 닫히고 둘은 천천히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우와! 현수야! 저것봐바! 진짜 이뻐!!!”

“…”

“저 트리 진짜 크네~ 몇층정도 되는 걸까...”

“...신준일”

“헐. 방금 봤어? 자이로드롭 쓩! 하고 떨어졌어!!”

“준일아.”

“아차! 그러고 보니 후룸라이드 못탔네!!!”

“신준일!!!”

현수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오고서야 준일이가 말을 멈췄다.

“너 뭐야.”

“…뭐가?”

“너 무슨 꿍꿍이 있는거지?”

빤히 직시하는 현수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

손을뻣어 준일의 얼굴이 자신을 향하도록 고정시켰다.

“윽! 이거-놔!!!”

탁!!!

현수의 손을 강하게 떨쳐내었다.

붉어진 손을 붙잡으며 현수가 상처받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 아니…미안해 형. 내가 일부로 그런게 아니라...”

자신이 한 행동에 어버버 거리며 급하게 말을 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파오는 얼얼한 손을 문지르며 현수가 담담하게 물었다.

“어..?”

“너 처음부터 자꾸 내 눈치 보면서 말 꺼내려다 말고 우물쭈물 거렸잖아. 하고싶은 말이 뭐냐고.”

“그, 그게…그러니까..”

표정을 굳히며 준일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현수야. 우리 당분간...떨어져서 지내야 할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는 준일.

“…뭐?”

생각지도 못한 말에 그대로 공기가 굳어버렸다.

“야. 신준일. 장난이지? 그치? 그런거지?”

급하게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물었다.

“….미안해.”

돌아오는 대답은 칼같았다.

“하-!?! 너 설마 지금 그거 말하겠다고 저번부터 놀이공원 오자고 한거냐?”

“….”

“야. 대답하라고. 너 정말 나 가지고 논거야?”

아무말도 없었다.

무릎을 꿇고 그의 앞에 주져앉아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변명이라도 해 줘. 이게 뭐야..”

“너가 버리지 않겠다며. 혼자두지 않는다 했잖아. 근데 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자신의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그에게 사실대로 말해 줄 수 없어서 가슴이 찢어질것만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너가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게 할꺼야.’

주먹을 꽉 쥐고는 흔들리는 목소리를 바로잡으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형이나 나나 장난으로 사귀어본 거잖아. 남자사이에 진심이란게 있을리가. 안그래?”

싸아-

앞에 있는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진다.

한번도 본 적 없는 화난 맹수같은 현수의 모습에 온 몸이 떨려왔다.

“너-그 말 진심이야?”

“어.”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어둠만이 존재했다.

“이 X발 새끼가-!!”

멱살을 잡고 폭언을 날려댜는 현수.

“넌 진짜 인간실격이다.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내가 잘못 알았나보네. 그래. 미안하다. 근데 나도 이제는 너 같은거 필요없어. 역겨워서 진짜. 아 시간만 낭비했네. 됬고, 앞으로 영원히 보지 말자-”

때에 맞춰 밑으로 내려온 관람차의 문이 열리자마자 현수가 신경질적으로 옷깃을 탁 놓고는 나가버렸다.


“됬어. 된..거야….으윽”

또르륵.

눈물방울이 그의 창백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님. 내려주세요.”

안내원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휘청거리며 발을 옮겼다.

“아, 네. 잠시만-”

털썩.

“손님. 손님! 정신차리세요!!”

-신준일님. 입원하셔야합니다.

-입원하면 살 수 있나요?

-허..참. 그것이…의사로서 말씀드리기에는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 밖에는…

-...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의사의 말이 떠오르는 것일까.

-손님! 의식 놓지 마세요! (지지직-) 의료팀! 여기 손님이 쓰러졌습니다!! 119좀 불러주세요!!

힘이 없어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중얼거렸다.

“현수..야….”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난 왜 이렇게 약하게 태어난것일까.

왜 이렇게 불행한 것일까.

이제야 좀 살만해졌는데.

살고싶어졌는데.

‘신도..참…야속하지…..’

얼마나 지났을까.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보이는 곳은

병원이었다.




-운명 속, 고통의 시계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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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28 01:32 | 조회 : 8,365 목록
작가의 말
솔레다

하...요즘들어 다시 우울증이 도지는 듯 싶네요.하핳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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