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어리석고 지혜로운

“누구세요?”

처음 보는 여자애가 서있었다. 은발 머리카락에 붉은 눈. 마치 저번에 본 그 리안이라는 남자를 닮아 있었다.

“어..음.. 난 에렌 쇼나엘이라고 해.”

에렌이 쭈뼛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뜻이구나 하는 생각에 레이크는 덥썩 손을 내밀어 잡았다.

“반가워^^ 내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에렌?”

분명히 레이크는 웃고 있었지만 어제 일에 느낀바가 있었기에 경계에 어린 눈동자였다. 에렌은 살의가 약간씩 느껴지는 그의 눈을 맑게 쳐다보며 홍조를 띄었다.

“리안 오빠한테 들었어.”

리안.. 오빠..?!! 모솔같이 생겼더니 여친도 있었나? 아니 둘이 닮은 것을 보면 정말 친오빠 인건가? 레이크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려졌다.

“리안 오빠라면 너랑 닮은 그 남자 말하는 것 맞지?”

레이크가 입을 열자 에렌이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맞기는 맞는데 그렇게 마음대로 이름을 불러도 되는 오빠가 아니야. 나는 부를 수 있지만 넌 아직 인간이니까..”

인간? 역시 대신관이었구나.. 이 아이도 그럼 대신관이라는 거? 생각보다 나이가 너무 어려보여서 실감 나지 않았다.

“에렌도 대신관인거야?”

레이크가 갸우뚱하며 묻자 에렌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게 무슨 소리라는 듯한 표정이다. 레이크는 당황했다. 대신관이 아니야?

“여어~ 레이! 뭐하고 있ㅇ..!!!”

눈치 없게 강의실문을 강하게 열어젖히고 들어온 레온이 에렌의 모습을 보고 손에 들려있던 책들을 와르르 떨어뜨렸다.

“에렌..님이 왜 여기에..?”

에렌 님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레이크가 궁금증에 가득 찬 얼굴로 레온을 바라보았고, 레온은 에렌을 바라보았다.

“아.. 레오나르 카레벨.. 하하하..하?”

에렌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레온은 흠짓 놀라며 곧장 인사하고 강의실을 나가버렸다. 레이크가 물었다.

“레온은 왜 에렌을 그렇게 존대하고 무서워 하는거야?”

그녀는 흠.. 하더니 살짝 웃으면서 답했다.

“레오나르가 나에게 뭔가 나쁜 짓을 한적이 있거든. 놀리거나.. 이런 식으로. 존대하는 이유는... 내가 저 녀석보다 확실히 높은 계열이라서 그런게 아닐까?ㅎㅎ”

분명 웃고 있지만 살인 미소다. 레이크는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미련한 레온녀석! 대체 무슨짓을 했길래 신관한테 미움을 받냐..

“...아닌데.”

에렌이 작게 중얼거렸다. 나지막하지만 레이크의 귀에는 충분히 들릴만한 작은 목소리였다.

“뭐가?”

“나 신관 아니야.”

에렌이 한쪽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럼 대체 뭐라는 말인데. 설마.. 신은 아닐 거야. 신이라기에는 너무도 어려보인다. 그러나 이런 추측은 항상 빗나가기 마련이다.

“신이지. 어린 모습이라 안 믿기는 건가? 좀 더 큰 모습으로 보여줄까?”

레이크가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말도 안돼! 신이 있다면 실재로 존재한다면..! 우리 아버지가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억울한 죽음을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나..

“으윽..” 레이크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얼굴색이 새파래졌다. 에렌이 눈을 내리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헉헉거리며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확실히 예언의 눈이 깨어났구나. 알타르 때문일테지.”

에렌은 쯧-하더니 주저앉은 레이크와 눈을 맞추었다. “나는 네가 무슨 계약을 했는지 알아내야겠어.”

*

“검은 공간.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허물어지는 곳. 그곳을 신계라고 불러. 그곳에는 1계부터 7계까지의 서열이 있고, 1계 신만이 신좌에 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지.

따라서 1계 신이 많을수록 신좌에 앉을 수 있는 신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피바람이 부는 거야.

신도 죽을 수 있다. 소멸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인간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지만 신들에게는 존재해. 그러나 신을 소멸시키려면 다른 신에 의하여 죽임을 당해야 하고, 그런 일은 신좌가 생긴 이후로 많아졌지.

그래서인지 신좌의 주인, 즉 신들을 거느리는 신은 대부분 일그러져있기 마련이였고, 그러한 상태에서 신계가 아무런 일 없이 잘 흘러갈 수가 없었어.

악마들과 마물들의 습격을 받기도 했고, 가끔은 신 때문에 세계관 하나가 폭발되기도 했지. 이러한 일을 일으킨 신들의 처벌을 맞는 것은 신좌의 주인이였고, 결국 친목이 있나 없나에 따라 처벌이 달라졌어.

이에 항의하는 일들이 자주 생겨났고, 현재도 신좌를 두고 끊임없는 대공황 상태가 벌어져있단다.

너는 이러한 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아니”

“그럼 신들을 모두 소멸시켜줄 수 있겠어?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이 세계를 위해, 그리고 네 아버지를 위해서 말이야..”

내 대답은..

‘좋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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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14 21:34 | 조회 : 1,42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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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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