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그대의 길에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리안~ 나라면 가능해.”

아흐레만이 엄지 손가락을 치며 세우며 씨익 웃어보이자 리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그 말을 진절머리 나도록 들어왔던 그였다.

“너를 부르고 걱정하는 건 단 한가지 밖에 없지.”

리안과 레온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촐랑대다가 망칠까봐.”

“촐랑대다가 망칠까봐요.”

그 말에 아흐레만은 상처입은 듯 불쌍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마치, ‘그럴꺼면 그냥 해제식 안할래..’ 라는 텔레파시를 내뿜는 것 같았다. 덕분에 리안과 레온은 또다시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빨리 하기나 해.”

“시간이 없어.”

아흐레만은 예이, 예이, 하며 카펫 위에 쓰러진 레이크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녹빛의 새파란 신력이 부드럽게 그의 몸을 애워쌌다. 신력은 각각 나뭇잎, 꽃잎 등 자연의 이미지를 그리며 레이크의 주변에 둘러졌다.

[나, 자연계의 제 2계 주신, 아흐레만이 해제의 술식을 요청합니다.]

거품같이 금방이라도 공간에서 흐드러질 것만 같은 목소리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따스하고도, 시원한 향해 코끝을 자극했다.

“이건..?”

“쉿”

레온이 홀린 듯이 입을 열자 리안은 가볍게 웃으며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자연은 치유, 치유란 자연. 나의 이름을 걸고 당신의 치유를 약속합니다.]

이마에 가져다 댄 손에 자연의 신력들이 한 번에 모여들었다.

[해제-]

뭉클거리며 모여든 신력이 팡 터져버렸다.

푸르고 투명한 액체가 중력을 거스르는 듯 공간을 떠다녔다.

“말..도 안돼.”

아흐레만이 중얼거렸다.

레이크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맥박은 느려졌고 숨은 더욱 얕아졌다.

“이건... 정말 말도 안돼. 신이... 타락한 신력을 사용하다니..!”

-

신은 모두 옳다. 신이 하는 일은 그 모든 것이 선이다. 신이 인간의 기준에서 악을 행한다고 해도, 그것은 신의 기준에서 선이다.

그것이 인간들의 몰살이라고 할지어도.

라파엘은 마치 악마라도 되는 마냥 웃음지었다. 사실 아카데미?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인간들이 무얼 만들든 그건 그저 언젠가는 버려질 쓰레기일 뿐, 그에게 가치따위는 없었다.

처음부터 그의 목적은 세피아의 구출이였다. 다른 것은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그냥 나는 재밌는 것을 찾는 것 뿐이야.”

라파엘은 리크의 뺨을 가볍게 문지르며 나긋하게 속삭였다.

“자, 그럼...”

리크는 이를 쳐내지 않고 조용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할거죠? 신좌의 신을 간단히 먹어버리셨던- 나의 아이야.”

‘아이’ 라는 말에 리크는 얼굴을 구겼다. 더러운 신 주제에 지금 누구보고 아이라는 거야? 어차피.. 어차피 신들은..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아이가 아니야.”

리크는 자신의 뺨에 올린 라파엘의 손끝을 잡고는 바닥에 쓰러지듯 꿇었다.

“나는 이 아카데미의 교장이다.”

그리고는 그의 손끝이 입을 맞추었다.

자신의 아버지로서의 마지막 대우이자, 이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들을 지키기 위함이였다.

‘처음부터 평화는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건 예상하고 있었지.’

리크는 뒤를 흘기듯이 쳐다보았다. 교수들이 경악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당신을 따라 쫓을테니..”

“학생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거군요. 과연 교장다운 결정입니다.”

이것이 당신의 선입니까?

라파엘은 그 모습이 즐거운 듯 바라보더니 입이 맞춰진 손을 들어올려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리크는 조용히 무릎을 꿇은 채로 였다.

“잠시만요, 교장..!”

“이게 무슨 소립니까?!”

“우리 학생들이면 충분히 이런 한 명 쯤은..!!”

리크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돌려 볼멘소리를 터뜨리는 교수들을 바라보았다. 저리 보여도 자신과의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

“...잘 들으십시오, 모두.”

무겁게 꺼낸 말에 교수들은 입을 닫았다.

“그게 누구든, 아카데미에 이 남자- 라파엘 디프가 나타난다면 무조건 피난하세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말입니다.”

“어째서...”

“...그게 이 사람의, 이 신의 ‘선’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대되는 당신들은 ‘악’을 행하는 것이 되겠습니다만, 그때만큼은 망설임 없이 이 자의 입장에서의 ‘악’을 행해주십시오.”

교수들은 벙찐 표정으로 그를 넋놓고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살고 싶지 않습니까. 살리고 싶지 않습니까. 인간이니까요. 그렇지요?”

리크는 미소를 걸치었다.

그렇게 아카데미의 사건은 종결되었고, 리크는 라파엘과 세피아를 따라갔다.

신좌의 신의 힘을 빼앗았던 사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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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10 12:54 | 조회 : 987 목록
작가의 말
하젤

연재 재개합니다^^ 기다려주신 여러분 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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