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튿날, 드디어 넓은 헤일론 영주성에서 홀로 외로웠던(?) 루엘디움의 일행이 도착하는 날이었다. 시아를 포함한 특무단 전원은 아침부터 기사단 정복을 입고 성문에 도열했다. 지난밤, 잠을 설쳤는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루엘디움은 가장 앞에 서서 괜히 옆에 서있는 시아를 흘끔흘끔 보다 눈이 마주치기라도하면 흠칫 놀라며 움찔거렸고 그런 루엘디움을 본 시아는 귀끝이 살짝 붉어졌다.
‘이것들 보게나...’
서로 흠칫거리는 루엘디움과 시아를 본 디엔이 혀를 쯧하고 찼다. 아무래도 어제 뺑이쳐보라고 보낸 황자가 어찌어찌 시아와 만난게 분명했다.
‘시아는 아직 남자에 대한 면역이 없다. 그런데 감히 저런 놈팡이같은 황자가 접근해? 우리 시아에게?’
디엔은 지금 시아의 표정을 보지 못하는게 아쉬울따름이었다. 부단장인 그는 시아와 루엘디움의 뒤쪽에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옵니다.”

디엔이 이를 바득바득갈며 나란히 서서 뭐라 쑥덕거리는 둘을 노려보는데, 돌연 시아가 중얼거렸다. 시아의 중얼거림과 거의 동시에 망루위의 병사가 소리쳤다.

“보입니다! 전방 5셀론앞!”

“이 거리에서 그게 보인다구요...”

병사의 외침에 아연한 표정으로 눈을 좁혀 멀리 내다보던 루엘디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망루위에서 망원경을 쓰고있는 병사라면 모를까, 자신이 이 거리에서 무언가를 본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본 시아는 작게 웃으며 루엘디움에게 속삭였다.

“이 정도는 동화하지 않아도 보여야하는거 아닙니까?”

“가끔 보면 시아도 그렇고 시스경도 그렇고 비센테는 정말 사람이 아닌것 같아요...”

루엘디움의 왠지 허탈하게 들리는 말에 시아가 씨익 웃었다.

“저희 시스는 아직 연약할 텐데요.”

비센테 공작가의 차기 가주이자 시아보다 5살이 더 많은 시스는 제국 최고의 검성이라 불리는 황실의 1기사단 단장이었다.

“시스경이 연약...혹시 시스경이 맨 손으로 중무장한 기사 30명을 생채기 하나 없이 모두 제압할 수 있다는건 아시죠 시아?”

루엘디움이 혹시나싶어 넌지시 물어보자 시아의 표정이 일순 심각해졌다. 그는 시아의 심각한 표정이 충격을 받아서 굳은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시스경을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시스경의 실력을 잘 모르나 보군요 시아..표정 굳은것도 귀여...ㅂ..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아직도...”

“네?”

“아직도...30명밖에? 그것도 마스터들도 아니고 그냥 기사? 아니죠 루엘? 아니라고 대답해주세요. 우리 시스가 그렇게까지 나약할리가 없습니다.”

시스의 나약함(?)에 눈가를 붉힌 시아가 간절함을 담아 루엘디움을 바라봤다. 그런 시아의 시선에 루엘디움은 헛숨을 삼켰다.
부우우우우
루엘디움이 어버버하고있는데 뿔나팔 소리가 1황자가 없는 1황자 일행의 도착을 알렸다. 화려한 마차가 그들의 앞에 섰다.

“3황자와 기사15명, 병사 300입니다. 시아.”

루엘이 일행의 규모를 귀띔해주고 마차 앞으로 갔다.
마차가 열리며 하늘색머리를 느슨하게 묶어 옆으로 내린, 분홍눈에 외알안경을 쓴 3황자가 내렸다. 날카로운 눈매의 차가운 시선은 특무단과 뒤의 헤일론의 성벽을 훑더니 그의 형님인 루엘디움에 고정되었다.
일순, 3황자의 입매가 씰룩거리더니 서늘한 미소를 그려냈다.

“오.래.간.만.입니다. 형님. 좀이따 저 좀 보시죠”

시아는 루엘디움의 표정을 보지않고도 예상할 수 있었다. 분명 자신이 디엔에게 혼나기 직전의 표정일것이다.
루엘디움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 시아는 특무단을 이끌고 3황자의 앞에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제 직속 용기사 특무단이 3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아르칸타에 무궁한 영광을 ! ! ”

“일어나라. 나에겐 그리 예를 차릴필요가 없다.”

3황자의 명에 일어나 고개를 든 시아를 보고 3황자의 눈에 당황이 담겼다.

“혹 그대가 단...장인건가?”

“예. 특무단의 단장 시르카시어스 베디아 로엘 비센테 입니다. 저하.”

“그...렇군. 이번 헤일론지원의 사령관 보좌를 맡은 3황자 제이클란 에리아 아르칸타 라고한다. 여러모로 잘부탁하지. 비센테경.”

3황자 제이클란은 현1황비인 에리아황비의 하나뿐인 아들로, 황가의 특징인 붉은 눈과 청금발을 물려받지 못해 황위 다툼에서 발을빼고 루엘디움의 휘하로 들어간,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우는 참모였다.
제이클란은 시아를 보고, 시아뒤의 특무단을 보고, 특무단 뒤의 헤일론을 바라보다 입을떼었다.

“그간 형님이 폐를 많이 끼쳤겠군. 내가 대신 사죄를 구하겠다.”

“..제이크..!!”

당황해하며 제이클란의 소매를 붙잡는 루엘디움을 보며 시아는 간신히 웃음이 터지지않게 표정관리를 해야했다.

“자, 그럼 우리가 머물 곳을 안내받아도 되겠나?”

“예. 저하께서 머무실 곳은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디엔.”

“네. 단장.”

“사용인들을 이끌고 기사 15과 병사300을 영주성 서관으로 안내하고 각자 근무할 곳을 안내해주도록.”

“예. 단장”

디엔이 특무단과 병사들과 기사들을 이끌고 사라지고, 성문앞에는 루엘디움과 시아, 제이클란만 남았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시아가 절도있게 뒤로 돌아 안내하려고하는데 루엘디움이 시아의 소매를 잡았다.

“시아, 제이크는 제가 데리고가겠습니다. 들어가 쉬세요.”

“...가시는 길은 아십니까 루엘?”

“네. 제이크와 따로 할 이야기도있으니까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들어가보세요 시아.”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시아가 빠른걸음으로 돌아가고 루엘디움과 제이클란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루엘...? 시아...? 할 이야기도 없으면서 보내고...혹시 형님 비센테경 좋아하십니까?”

썩은 표정의 제이클란이 삐딱한 시선으로 루엘디움을 바라봤다.

“아, 아니 그게..근데 시아는 남...자야...좋아하면 안돼..”

루엘디움이 귀까지 빨개져서 소곤거리며 말하자 제이클란의 표정이 더욱 썩어들어갔다.

“후...일단 처소로가서 이야기하죠..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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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3 10:20 | 조회 : 1,342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조금 일찍 돌아왔따! 휴재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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