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거지같은 집구석
어째 하루를 조용히 지나가지를 않아
짜증나
답답해
크게 튼 노랫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머리에 울린다
그에 머리가 아파옴을 알면서도
차라리 머리가 아프고 마는 게 나아서
소리를 줄일 생각은 커녕 크게 틀 생각이나 하고 앉은 나는
얼마나 아둔한지.
시끄러워
머리아파
나는 이 다음을 안다
노래가 끝나고
집이 조용해지면
나는 이명을 듣겠지
그 지긋지긋한 소리를 듣겠지
답답해
짜증나
머리 아파
당신이 말했지
내가 내 주변 애들 중에 가장 상황이 낫다고
그럼 난 왜 이러고 있나요
오로지 내가 나약해서 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어째서 나를 나약하게 낳았나요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것이
빛이 아니라 어둠이라는 사실은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짜증나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는 건 아니고
눈물이 맺힐 듯 맺히지 않는 눈으로
건조하기만 한 눈으로
오늘도 글을 끄적인다
내일은 기억하지 못할 감정을 끄적인다
망각.
망각이라는 축복.
정말 팔자 좋은 말이지.
잊고 싶은 것을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기억하는 것이
정녕 축복이라면
나는 저주에 휩싸여 하루를 태울래
차라리 그 편이 나아
아아 오늘도
정말 완벽하게 하루를 망치는군
엿같이 하루를 마무리한다
엿같이 하루를 시작한다
내일의 나에게 전하기를
부디 내일은 죽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