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글이 안 써지는 건 또 오랜만이네

그냥 소설을 쓰고 싶었을 뿐인데

도저히 글이 써지지가 않아서

다소 깔끔하지 못하게 때려 치우고

화풀이를 하러 왔어

가끔 되게 글이 쓰고 싶은데

글이 안 써지면

일단 짜증부터 나서 말이야

사실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 즉 소설들은

죽음 혹은 협박으로 시작 돼

그래서 그런가

그렇게 시작하지 않는 글을 쓰려니까 써지지가 않더라고

되게 쓰고 싶은 주제가 있었는데

아아, 짜증나

옛날에 짜증나서 써갈겼던 내가 이성주의자를 싫어하는 이유는

파일이 통채로 날라갔고

글은 쓰려고 해도 써지지도 않고

당장 다음주 개학인데

공부를 한 건 또 아니고

거기에 학업 스트레스는 그대로

오,

이거 설마 새로운 지옥인가?

가끔 생각하는 건데

아니 사실 가끔이 아니지만

내 주변환경은 날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아

도저히 뭐가 되지를 않네

짜증나

원래 자해를 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는 거 있지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담배도 없고

아 여러분은 모르겠지만

나 담배 피워

이 기회에 얘기하려고

어차피 다들 내가 미자인 것은 알테니

신고해도 상관 없긴 한데

하지 말아줬으면 해

요즘 거의 안 피기도 했고

꿈이 질식사 하는 건 아니라서

그런 것까지 막혀버리면

진짜 죽을 것 같거든

뭐 이야기가 새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냥 짜증난다고

되는 일이 없어서 짜증나 돌아버릴 것 같다고

그 얘기 쓰려고 한 거야

아 맞아 여러분

난 여러분의 위장상태는 모르지만

일단 빈속에 마요네즈와 햄과 치즈만 든 샌드위치를 먹는 건 추천하지 않아

내가 두세 시간 쯤 전에 빈속에 그거 먹고 속 뒤집어졌거든

아 맞다

나 오늘 지각했다?

온라인으로 출석체크를 하는데

원래 일어나야 하는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깬 거 있지

변명을 해보자면

원래 깨는 시간에 멀쩡히 깨서

핸드폰을 하다가

잠들었어

덕분에 인강으로만 듣던 담쌤 목소리를 전화 너머로 처음 들었는데

글쎄 처음 듣는 말이

"너 이 새끼, 미쳤어!?"

였던 거 있지

와 나 무서워서 진짜

이제 고입 했는데 쌤한테 찍힌 것 같아서

진짜 자퇴할까 어제 하루만 수백번을 고민했다니까

오늘 진짜 별별 얘기 다 쓰는 느낌이 드는데

사실이야

짜증나는 일이 좀 많았거든

공부를 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 건 물론이고

쌤이 한 말은 똑같은 어조 똑같은 목소리로 귓가에 맴돌고

치과 치료 받은 건 아프고

피곤한 건 피곤하고

난 사람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잘 수 있다는 걸 어제 처음 알았어

내가 지금 쓰는 말이 어제 오늘이 조금 불분명한데

새벽이라 그래

원래 이 시간대에 조금 날짜 개념이 사라지잖아?

뭐 대충 그런거야

사실 오늘 아무것도 안 먹으려고 했는데

아까 샌드위치를 먹어버려서

아무것도 안 먹는 데에는 실패했어

고의로 아무것도 안 먹으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정신 차리니까 10시였는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 때까지 먹은 게 약이랑 커피밖에 없더라?

그래서 이 김에 아싸리 굶어야지 했는데

결국 망했지 뭐

아,

내가 이런 쓸데없는 얘기까지 하는 건

그저 얘기할 상대가 없어서

혹은 걱정 어린 잔소리를 듣지 않는 하에서 내 얘기를 하고 싶어서

뭐 댓을 다는 것이야 여러분 마음이지만

오늘은,

특히 식사에 관한 잔소리는 원하지 않아

이 정도는 이해해줬으면 좋겠네

정말 쓰레기 같지만

내가 쓰레기인 거 알지만

솔직히 그런 걱정어린 잔소리는

하지 말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듣고있고 싶지는 않아서

곤란하거든

뭐 가끔 동정받고 싶어서 얘기할 때도 있지만

내가 성격이 상당히 뒤틀렸거든

아마 내 글 읽어온 사람이라면 알 걸?

얘 왜 이렇게 인생을 비관적으로 살아?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도 가끔 정신 멀쩡할 때 내 글 보면 세상 우울해지거든

뭐 여기 있는 글들은 정말 세발의 피지만

그래서 내가 따로 쓰는 일기들도 여기 올려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뒀어

필요이상의 동정은 기분 더럽기도 하고

사실 동정받는 것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오히려 꺼리는 편이지만

가끔 그 동정이 오로지 나를 향해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는

상당히 기분이 좋거든

상대가 날 생각해서 내보이는 감정이라는 거니까

그게 아주 가끔이라는 게 문제지만

난 게을러 터졌고

의지도 무엇도 없는 주제에

강박만 많아서

제 인생을 제가 꼬는 대표적인 유형

어쩌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이런 글 읽느라 수고 많았어

곧 기숙사에 들어갈 거고

언제까지 여기에 글을 쓸 수 있을 지도 모르고

기숙사 생활 생각하면 사실 언제까지 살아있을지도 암담해지지만

뭐 개학하기 전까지는 아마 꽤 자주 올 거야

기숙사 들어가기 직전에 글 하나 올리고 갈 거고

그 이후 여름방학이 지났을 게 틀림없는데 글이 안 올라온다면

그냥 바쁘구나 생각해줘

고등학생이 입시에 치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잖아?

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고

사실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난 죽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거든

그렇게 녹아내리는 걸 바라면서도

스스로 물을 틀 자신은 없는 눈사람이라

언젠가 이 어중간한 더위에 천천히 녹아가겠지

그러니까 아마 살아있을 거야

애초에 죽게된다면 유안님처럼 알릴 수 있게

그렇게 유서 남길 생각이고

어차피 못 죽을 거 알고 있고

그러니까 이따위 글이나 쓰고 있는 거 아니겠어?

사설이 길고 길어서

도저히 본론이 뭐인지 알 수 없는 글은 끝이야

정말 수고 많았고

아마 내일도 이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2
이번 화 신고 2020-05-30 03:04 | 조회 : 459 목록
작가의 말
SSIqkf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