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묻고싶은 게 있어
한참 전에 자기가 사두겠다고 하고
아무 말도 없이
아직까지 안 샀으면서
내게 뭐라고 하는 건 왜야?
단지 개학을 늦게해서 입지 못한 옷들을
입지못했다고 나를 책하는 건 왜야?
다른 애들은 다 두 벌씩 있는 듯 하기에
나도 더 사는 게 좋지 않냐 권했을 때,
기숙사 들어가서 생각하라는 건 왜지?
다른 애들은 다 엄마들이 고민해서 싸고 있는 걸
난 당신이 싸둔 걸 다시 다 뒤집으면서 혼자 싸야하는 건 어째서일까?
하여튼 거지같은 집구석
죽어버리고 싶어
기숙사 입소날이 닥쳐올수록
늘어나는 것 겁들 뿐인데
당신들은 알지 못하겠지
힘들면 얘기하라고
도대체 뭐가 힘든 거냐고
얘기해도 듣지 않을 거면서
듣기좋은 말만 되풀이 할 거라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마
혼자 썩어가게 내버려 둬
굳이 더 빨리 썩게 만들지 말라고
도대체 당신은 날 살리고 싶은거야 죽이고 싶은 거야?
화요일까지
고작 이틀.
그 이틀동안 난 당신이 사지 못한 것들을 사야하고
밀린 것들도 해야해서
시간이 없어
내가 멍청했지
당신들에게 기대를 거는 게 멍청한 일이라는 건
내 경험으로 내가 가장 잘 알텐데
또 기대를 걸고
또 믿어버려서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나잖아
고작 이틀,
화요일 오후에 들어가니까 이틀도 안 남았어
내가 그동안 정말,
살아있을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손목을 깊게 긋고 욕조에서 잠들어버리고 싶은데?
그럼 깨어났을 때 죽어있겠지
아, 병원일 수도 있겠네
병원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데
만약 내가 조금 더 똑똑했더라면
만약 내게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난 연명치료거부를 신청해두고 학교에 갔을 거야
입학 이후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하지만 난 멍청했고
이젠 내게 시간이 없지
대략 0.6cm
그 아래에 손목 동맥이 있다
그냥 듣기에는 아주 가까이 있는 것 같겠지만
그걸 커터칼로 베어야한다 생각하면
생각보다 깊어
일반적인 칼로는 어려울 수도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상처가 얕야 피가 적게 나온다면
상처를 많이 만들면 그만이야
슬슬 자살 브이로그가 되는 느낌인데
뭐
삼류소설 본다 생각하고 봐줘
어차피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게 눈에 선하니
그래도 내가 만약 정말 죽는다면
나를 잊어줘
당신들도,
여러분도.
이건 내 마지막 부탁.
이제 더이상
기대하거나
믿거나
부탁하는
멍청한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