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정말 묻고싶은 게 있어

한참 전에 자기가 사두겠다고 하고

아무 말도 없이

아직까지 안 샀으면서

내게 뭐라고 하는 건 왜야?

단지 개학을 늦게해서 입지 못한 옷들을

입지못했다고 나를 책하는 건 왜야?

다른 애들은 다 두 벌씩 있는 듯 하기에

나도 더 사는 게 좋지 않냐 권했을 때,

기숙사 들어가서 생각하라는 건 왜지?

다른 애들은 다 엄마들이 고민해서 싸고 있는 걸

난 당신이 싸둔 걸 다시 다 뒤집으면서 혼자 싸야하는 건 어째서일까?

하여튼 거지같은 집구석

죽어버리고 싶어

기숙사 입소날이 닥쳐올수록

늘어나는 것 겁들 뿐인데

당신들은 알지 못하겠지

힘들면 얘기하라고

도대체 뭐가 힘든 거냐고

얘기해도 듣지 않을 거면서

듣기좋은 말만 되풀이 할 거라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마

혼자 썩어가게 내버려 둬

굳이 더 빨리 썩게 만들지 말라고

도대체 당신은 날 살리고 싶은거야 죽이고 싶은 거야?

화요일까지

고작 이틀.

그 이틀동안 난 당신이 사지 못한 것들을 사야하고

밀린 것들도 해야해서

시간이 없어

내가 멍청했지

당신들에게 기대를 거는 게 멍청한 일이라는 건

내 경험으로 내가 가장 잘 알텐데

또 기대를 걸고

또 믿어버려서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나잖아

고작 이틀,

화요일 오후에 들어가니까 이틀도 안 남았어

내가 그동안 정말,

살아있을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손목을 깊게 긋고 욕조에서 잠들어버리고 싶은데?

그럼 깨어났을 때 죽어있겠지

아, 병원일 수도 있겠네

병원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데

만약 내가 조금 더 똑똑했더라면

만약 내게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난 연명치료거부를 신청해두고 학교에 갔을 거야

입학 이후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하지만 난 멍청했고

이젠 내게 시간이 없지

대략 0.6cm

그 아래에 손목 동맥이 있다

그냥 듣기에는 아주 가까이 있는 것 같겠지만

그걸 커터칼로 베어야한다 생각하면

생각보다 깊어

일반적인 칼로는 어려울 수도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상처가 얕야 피가 적게 나온다면

상처를 많이 만들면 그만이야

슬슬 자살 브이로그가 되는 느낌인데



삼류소설 본다 생각하고 봐줘

어차피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게 눈에 선하니

그래도 내가 만약 정말 죽는다면

나를 잊어줘

당신들도,

여러분도.

이건 내 마지막 부탁.

이제 더이상

기대하거나

믿거나

부탁하는

멍청한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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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31 18:47 | 조회 : 457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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