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y님을 위한 글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을로서

당신에게 위로받는 사람으로서

당신에게 바치는 글

어쩌면 같잖은 말장난,

하지만 진심어린 걱정인,

주제 넘을 말들.

그러니 읽을 자신이 없다면

읽고 싶지 않다면

읽지 마



나는 당신께 감히 살아달라 말할 자격이 없어

나는 당신께 감히 몸을 챙기라 말할 자격이 없지

자해를 하지 말라 말릴 자격도 없어

그래서 내가 할 말은

다소 이상적이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인 말들

먼저, 살아달라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러한 종류의 말을 내켜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감히 당신께 살아달라 말하는 것은 죄이고 모순이야

그리고 만약 당신이 살아달라는 종류의 말을 꺼린다면

내가 하는 살아달라는 말은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가겠지

난 그게 겁이 나서 감히 무엇도 할 수 없는 그런 이야

요즘 하루에 한 끼나 제대로 먹으면 잘 먹은 거고

관절이 부서지든 말든 몸을 가혹하게 굴리는 내가

몸을 챙기라고 말할 자격도 없겠지

여기서 할 건 내 현실적인 조언

내가 정말 내켜하지 않는 조언

몸이 망가져서 아픈 건 당신이야

손해를 보는 것도 당신이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당신이겠지

그걸 고려하고 몸을 굴리는 게 좋아

다음으로 할 말은

자해를 하는 것

자해를 말리거나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소독은 꼭 하고 하도록해

칼날의 소독이 되지 않은 상태로 그으면

난 상처에 독이 올라서

벌레 물린 것처럼 붓고 가렵더라고

그거 은근 신경쓰이니까

그냥 깔끔하게 해

기왕이면 하지 않는게 좋고

전에 3년 뒤에 당신이 있을지부터가 고민이라고 했지

나는 당장 내일 내가 죽을 것 같아

어제만 해도

오늘 죽을 생각이었지

하지만 난 지금도 살아있어

난 당장 일주일 뒤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서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지만

내가 이 생각을 언제부터 했을 것 같아?

늦게 잡으면 중학교 1학년 정도이려나.

초등학생이 뭐 어때서?

나이가 뭐 어때서?

어리다고 아프지 않은 거 아니잖아

어리다고 다치지 않는 거 아니잖아

어리다는 건 무언가의 이유도 면죄부도 될 수 없어

나이 때문에 괜히 위축되지 마

어리면 우울하면 안 돼?

세상을 모르니까?

개소리도 정성껏이지

느끼는 건 다 똑같이 느끼는데

우울하지 말라는 게 이상한 거야

그 증거로 난 어릴때부터 우울했고

전에 말했지

사람은 누구나 우울할 자격이 있다고

당신이 직접 한 말이야

고작 초등학생이라고 자신을 낮추지 마

스스로 상처받잖아

지금도 충분히 상처받고 있는데

스스로 더 아플 필요는 없잖아

당신께 감사해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다하면 당신이 있다 대답해주고

서로 의지하자고 말해준 당신께 감사해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 나를 경멸하지만

당신께는 정말 많이 의지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런 거라는 게 비참하고

조금이라도 당신이 나아졌으면 좋겠어

이런 말뿐인 위로라서 미안해

하지만 당신은 소중한 사람

누군가 존재가치를 증명해주지 않아도 존재할 가치가 있는 사람

당신이 말했지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고

그러니까 당신도 소중해

당신이 죽지 않았으면 해

이건 나의 사소한 바람

당신이 무엇도 느낄 필요없는

어느 아둔한 이의 바람.

당신이 있기에 내가 살아

당신의 위로가 목이 졸린 내게 숨이 되어

나를 살려

그래서 생각도 못했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당신도 아프고 힘들 거라고

알았어야 하는데

아픈 사람은,

그들이 하는 위로는 내게 숨이 되어준다는 걸

이미 겪어서 알고 있었을텐데

살고싶지 않았지만

내게 숨을 준 당신께 감사해

나를 살린 당신께 감사해

당신이 한심하다니 말도 안 되지

당신보다 몇 년이나 더 살아놓고 한다는 말이 당신이 있어서 산다니

정말 한심하고 비루한데

그럼에도 당신께는 정말 많이 의지해

타인이 당신이 힘들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나한테 와

난 당신이 힘들다는 걸 알아

아프고 뒤틀렸다는 걸 알아

위로에는 재능이 없지만

들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어

당장 내일 기숙사에 들어갈 이가 이런 말 하는 것 우습겠지

그럼에도 나는 감히 당신의 말을 듣겠다고 할래

시간이 생기면 실제로 들을 거고

없어도 없는 시간 쪼개 들으려고 노력할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런 것

당신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말뿐인 몇 마디로 당신을 감히 위로하려 하는 것

그런 내가 경멸스럽지 않다면

감히 내가 당신을 위로할 수 있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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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6-01 14:47 | 조회 : 49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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