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오늘 고전시가를 배웠어

그 중에 향가를 배우는데

배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향가는 불교적 성향을 많이 띄고 있지

무슨 뜻이냐면

불교의 엿같은 사상들을 수업시간 반절 이상 동안 듣고 있어야 했다는 거야

내가 불교에서 공감하는 건 하나밖에 없어

내가 지금 인간으로써 이 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벌이고

이 세계가 지옥이라는 것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우면서 꾸역꾸역 생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따위 없거든

그래도 다행이지

내가 괜히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잖아?

적어도 속죄,

혹은 죄의 대가를 치루기 위해 살아가고 있고

그를 위해서라면

난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기꺼이 거기에 바쳐줄 수 있어

잘못했으면

그 대가를 치뤄야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내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이니

그래서

아무래도 상관 없어졌어

내가 힘든 거라던가

매일매일이 죽고싶은 것도

어차피 다 죄의 대가라면

굳이 편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

편해서도 안되니까

결론은

오늘부터 나는 불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거야

내게 벌이랍시고 이 생을 내린 신이라는 자식이 후회하도록

뭐 저런 새끼가 다있냐는 말이 흘러 나오도록

그렇게 엿이나 하나 크게 먹이고

정해진 벌을 다 받기 전에

벗어나야지

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신이 제멋대로 판단하고 만들어둔 판에서

타의에 의해 움직이는 건

정말 싫어하거든

1
이번 화 신고 2020-08-22 17:02 | 조회 : 876 목록
작가의 말
SSIqkf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