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전시가를 배웠어
그 중에 향가를 배우는데
배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향가는 불교적 성향을 많이 띄고 있지
무슨 뜻이냐면
불교의 엿같은 사상들을 수업시간 반절 이상 동안 듣고 있어야 했다는 거야
내가 불교에서 공감하는 건 하나밖에 없어
내가 지금 인간으로써 이 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벌이고
이 세계가 지옥이라는 것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우면서 꾸역꾸역 생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따위 없거든
그래도 다행이지
내가 괜히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잖아?
적어도 속죄,
혹은 죄의 대가를 치루기 위해 살아가고 있고
그를 위해서라면
난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기꺼이 거기에 바쳐줄 수 있어
잘못했으면
그 대가를 치뤄야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내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이니
그래서
아무래도 상관 없어졌어
내가 힘든 거라던가
매일매일이 죽고싶은 것도
어차피 다 죄의 대가라면
굳이 편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
편해서도 안되니까
결론은
오늘부터 나는 불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거야
내게 벌이랍시고 이 생을 내린 신이라는 자식이 후회하도록
뭐 저런 새끼가 다있냐는 말이 흘러 나오도록
그렇게 엿이나 하나 크게 먹이고
정해진 벌을 다 받기 전에
벗어나야지
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신이 제멋대로 판단하고 만들어둔 판에서
타의에 의해 움직이는 건
정말 싫어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