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다 그만둘까

지루해

지쳤어

피곤해

내가 바라는 일을 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전부 내게 족쇄가 될 뿐이야

무엇도 즐겁지 않아

우습게도

글로써 진로를 정해야겠다고 정한 순간

글은 내게 무엇도 되지 못하네

피곤해

졸려와

무기력감

권태감

공허함

무엇도 날 충족시키지 못해

언제나처럼 기대는 내 온 몸을 옭아매고

내 목을 조여

당장 눈 앞의 것도 볼 수 없게 만들어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치느라

정작 기대에는 부응할 수가 없어져

죽을까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즐겁지 않다면

오히려 색을 잃어갈 뿐이라면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모든 게 지겨워

모든 게 권태로워

무력감

무기력감

내 가장 큰 족쇄

죽어버릴까

아무래도 상관 없지 않아?

무엇도 즐기지 못하고 있잖아

모든 것에 지루함 밖에 느끼고 있지 못하잖아

있다면 그건 한 순간의 쾌락뿐

그 이상의 무엇이 되지 못하잖아



죽을 걸 그랬어

작년 생일

똑같은 결심을 했었지

생일을 기일로 만들겠다는

한심한 결심

내 무력감에서 비롯된 결심

결국 작년 생일에 죽지 못하고

바로 내일이 17번째 생일

내일은 죽을 수 있을까

이 권태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냥

편하게

잠들고 다시 깨어나지 못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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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02 19:35 | 조회 : 916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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