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와서 미안
그러니까, 너무 걱정이 되어서 그래서 왔어
누구 얘기인지는 아마 알지 않을까
새피님, 당신을 걱정해서 왔어
일상을 보내는데 새피님이 문득 문득 떠오르더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까, 더 당신께 해줄 수 있는 말은 정말 없었나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답은 안 나오고
난 여전히 새피님을 걱정하고 있네
있잖아 나는 정말 많이 나아졌어
물론 아직도 우울한 나날이 있고
약을 안 먹은 날이면 감정기복도 심해지지
자해충동이 불쑥 이는 날도 있고
자해를 하지 못해 다른 대체방안을 찾느라 고생할 때도 있어
그럼에도 내 숨은 트여있어
나는 죽어가고 있지 않아
그래서 당신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 하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얘기를 들어주는 것뿐
그것 또한 당신이 찾아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당신이 찾아와주길 바라고 있어
사소한 오지랖이야
인생을 아주 조금 더 오래 산
제 숨이 역겨워서 죽을 것 같았던
아는 언니의 오지랖 정도로 받아들여줘
새피님한테는 스스로가 그런 존재가 아니면 좋겠다
숨이 역겹고
하루하루에 환멸이 일어서
눈 앞에 보이는 창 밖으로 당장 몸을 던지지 못하는 자신의 한심함에
날서게 자신을 비웃는 나날이
새피님에게는 없었으면
이런 참견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정말 너무 걱정하고 있어
내가 새피님을 생각보다 많이 소중하게 여겼나봐
새피님의 오늘에, 내일에
그 어렵고도 힘들 하루하루에
행복과 평안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