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정식입학(2)

10-2화-정식 입학(2)

유드그라실 입학 시험 2번째 날.
오늘은 실기시험을 보는 날이다.
이제 오늘 시험으로 유드그라실 입학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유드그라실은 실기 시험이 필기 시험보다 비중이 좀더 높다고 한다.
나도 필기 시험보다는 실기 시험이 좀더 좋기도 하고.

"후, 사람 많다..."

실기 시험은 필기 시험과 비슷하게 보는데, 다만 다른 점은 이번에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 명씩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서 보는 방식이다.
그리고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학생들은 정해진 구역안에서 움직일 수 없다.

'와...저건 또 뭐야.'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몇몇 신기한 장면을 발견했는데, 몇 명은 그냥 바닥에 앉지만, 몇 명은 의자를 대동해 앉아있었다.
참...귀족 의식이란게 뭔지....이 학원은 귀족계층이 평민계층보다 많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귀족 계층이 평민 계층을 차별한다면 바로 등을 돌릴 것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좀 머리가 돌아가는 귀족 아이들은 모두에게 잘 대해준다고 한다.
그게 가면인지 진심인지는 알길이 없지만.

"역시 신분제도는 뭔가 그렇다니까."

"아가씨도 공화파 쪽인가요."

내 혼잣말을 들은 지니가 나에게 물었다.
공화파. 신분의 높고 낮음이 없이 모두 평등하다는 사상을 가진 무리.
내가 있던 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왕국에도 조금씩 퍼지고 있다는 사상이다.
애초에 난 공화정이나 왕정이나 장단점이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뭐라고-...
어라? 내가 왜 공화정의 장단점에 대해 알고 있지?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응, 잠시 생각 좀 하느라 그랬어."

또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내가 있던 나라의 법과 제도가...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 기억들은 구멍이 많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은 모르는데, 거기서 심화된 것은 알고 있다던가...
아직 의문투성이인 기억이지만, 좀더 경과를 두고 봐야겠다.

"우린 이름이 나오려면 한참 남았는데...그전까지 뭐하지?"

시험장에 들어가는 방식은 초성순이다.
나는 린. 'ㄹ'이므로 꽤 초반이지만 사람이 많아 언제 들어갈지는 모른다.
지니는 'ㅈ'이니까 나보다도 한참 뒤이고.

"다들 연습에 열심인데 아가씨도 연습을 하시는 것이 어떠신지."

그러고보면 다들 마력 컨트롤에 열심이다.
그 외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연습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거 부정 아니려나?"

"유드그라실의 방침이랍니다."

음...좀 더 많은 합격자를 배출할려고 하는 거려나.
이참에 잘 됬다 싶어서 나는 마력조작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때, 에리카와 같이 가면서 마력조작을 잘했다면 더 빨리 안전하게 갈 수 있었을 거다.
그때와 같은 아쉬움은 없어야된다.

"나도 연습해야겠다."

"너무 많은 마력을 다루지는 마세요."

너무 많은 마력? 혹시 실수할까봐?
에이,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조작 실수로...
어...그래! 와...내가 지금까지 이 생각을 못했네!
마력을 세심하게 다루는 거다.
지금까지는 내 마력을 뭉텅이로 잘라 써왔다면, 이번에는 실타래에 감겨있는 실을 풀어내는 느낌으로...
나는 그 실을 조작하는 바늘이다.
내가 실을 이끄는거다.

'집중하자, 집중.'

마력덩어리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낸다.
이 실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준다.
실을 마력의 흐름에 태우는거야.
그리고, 그대로....

"아."

실이 끊어졌다. 뭐가 문제지...?
마력에는 문제가 없는데..

"아, 마력이 부족했구나..."

마법을 쓰는데 필요한 마력.
마력의 실 한가닥으로는 부족한 거야.
이번에는 마력을 다발로 뽑아서...

"음....또 실패.."

왜 실패했지? 분명 마법에 필요한 마력을 충분히 썼는데-
아, 이게 안맞는구나...효율이 없는거야.
나는 즉시 마력을 그대로 마력의 흐름에 맡겨놓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력에 맞게 마법이 발동되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됬네.'

이걸 비유하자면 억지로 강의 흐름을 바꾸려는 것과 같다.
이제야 알겠다. 최초의 마법사는 이래서 모두에게 통용된 마법진을 만든것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마력의 흐름에 맡기는 마법은 교과서 같은거다.
즉, 자신의 입맛대로 쓰지 못하는거다.
예를 들자면,

'파이어 볼.'

나는 내 왼손에 파이어볼을 띄웠다.
평범한 파이어볼이다. 여기서 마력을 좀더 쓰면 더 강력한 파이어볼이 되겠지.
그리고 나는 집중했다.

'나만의 마법진...'

보다 뜨거운 불꽃. 이미지를 연상하자 마력의 실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손에는 내 왼손의 파이어볼보다 좀 더 큰 파이어볼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두개의 파이어볼은 모두다 같은 양의 마력을 사용한 파이어볼이다.
그리고 오른손의 파이어볼은 나만의 마법진으로 생성한 파이어볼.

'개조에 성공했다.'

이것으로 엄청나게 많은 파이어볼을 만들수 있다.
속도에 중시하거나, 파괴력이나, 범위 등등.
강의 흐르는 곳 옆에 자신의 수로를 파 물을 흘리는거다.
마력조작에 한층 더 숙련된 기분이다.
아니, 한 층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아가씨, 아가씨."

그리고 그 덕에 어느새 옆에 있던 지니의 말을 듣지 못하였다.
정신이 들고 보자, 난 내 옷 안쪽이 축축히 땀으로 젖어있는게 느껴졌다.

"아가씨 차례입니다."

"응."

나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저 영예 불쌍하게도 긴장했나봐요.'

'보나마나 아슬아슬하게 시험을 봐서 그런걸까요.'

'더운것 같은데 어서 집에나 가서 찬물로 정신 좀 차리면 좋겠네요.'

뭔가 말이 들린것 같지만 무시하자.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자 중간에 공간이 비워져있었고, 심사위원 분들이 앉아계셨다.
내가 가운데 들어가 서자, 한분이 말하셨다.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마법을 써보세요. 이곳에는 마법이 시전되도 괜찮습니다."

이 3달동안, 나는 마법연구에 매진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마법을 깨달았다.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마법에 대해 연구할때는 막상 안 떠오르더니 말이야.

"네."

난 자신있게 대답하고 나서 팔을 들어올렸다.
자, 그래도 시험이니까 최선을 다해야지.

'처음 내가 가장 써보고 싶었던 마법.'

그 어떤 것보다 거대하고 단단하며 파괴력이 높은.
모든 것을 무로 돌려버리는 것.

"메테오."

나의 마력으로 파괴력만 최대로 높힌 마법이 시전되었다.
실제로 메테오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심사위원 전부가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마법을 써보겠습니까? 다른 방식으로 말이죠."

이번에는 마력을 최소화한채로 속도만 높혀 마법을 썼다.
그러자 심사위원 분들이 뭔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쁜 느낌은 아니려나...'

적어도 이런 마법을 보였으니 최소 합격점에 도달하긴 할거다.
심사위원 분들의 펜이 사각거리길 멈추고, 나는 이만 나가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험장에서 나오자 좀 떨어져 있던 곳에 있던 지니가 나에게 달려왔다.

"잘 보셨습니까?"

"응, 아마 잘 본것 같아. 최소 합격점은 주겠지?"

내 말에 지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러니..? 이 누나 좀 부담된다.

"축하드립니다."

"아냐, 아직 합격 발표도 안됬는데 뭐."

시험을 보고나니 좀 여유가 생겨서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생겼다.
실기때는 그조차 허용이 되지 않았으니...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에리카를 발견했다.

'에리카...!'

즉시 에리카에게 가려했지만 에리카의 모습이 내 발걸음을 멈추었다.
에리카는 마법연습을 하고 있었다.
집중을 하고 마법 연습을 하는 모습에 나는 에리카에게 가려는 마음을 접었다.

"안 가십니까?"

"연습 중 이잖아. 그럴 때는 내버려둬야지. 지니는 연습안해?"

"시험은 평소의 실력으로 봅니다."

연습따위는 안해도 된다는 거구나.
젠장, 이런 재능충 같으니라고.

"아, 맞다. 지니, 말할게 있어."

나는 지니에게 방금 깨달은 것을 말해주었다.
내 말을 다 들은 지니는 나에게 물었다.

"왜 이런 것을 저에게?"

"음, 일단 난 너에게 힘을 주기로 약속을 했었고, 무엇보다.
우린 이미 가족이잖아? 난 그렇게 생각해."

내 말에 지니는 그저 '감사합니다.'라고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에리카가 시험장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난 에리카가 나오는 즉시 에리카에게 갔다.

"에리카!"

"아, 린..!"

"시험 잘 봤어?"

"모르겠어...."

축 늘어지는 에리카를 다독이며 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에리카는 긴장 때문에 마법을 제대로 시전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괜찮아, 분명 합격했을거야."

곧이어 지니가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고, 난 에리카와 계속 잡담을 나누었다.

『지니』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자 충만한 마력이 피부로 느껴졌다.
시험장 자체에 쳐져있는 결계의 마력도 있지만, 모두가 시전한 마법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아주 익숙한 마력이 느껴졌다.

'린 아가씨의 마력...'

아무래도 그 깨달음이 아가씨에게는 도움이 컸나보다.
아가씨가 사용하시는 건 고위 마법사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다.
중급 마법사가 고위 마법사로 가는 과정 중 하나가 아가씨가 말한 것인데, 그걸 깨닫냐 깨닫지 않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
아무래도 어디선가 힌트를 들으셨겠지.

"마법을 써주시면 됩니다."

나는 즉시 마법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나의 마력을 최대 효율로 사용하여 최대 위력을 내는 마법.

'절대영도.'

아가씨가 얻은 깨달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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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03 13:18 | 조회 : 1,198 목록
작가의 말
Deemo:Hans

후, 또 한달 뒤에 기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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