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실력 테스트(4)

16-2화 실력 테스트(4)

나는 푸른 불기둥을 솟아 올렸다.
알비스토의 짧은 신음과 함께 모습이 불꽃에 휩싸였다.

'이 정도면 선방이겠지.'

시간을 들인 것도 아니고 이 정도의 위력은 금방 파훼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알비스토는 멀쩡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정도야...!


알비스토는 이를 악물고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불꽃의 화살들이 이리저리 회전하며 여러 개로 날아왔다.

"역시 쉽게는 안 되나..."

솔직히 그냥 빨리 쓰러져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안돼, 상대방을 평가할 자격이 있어?
이 마력이 많다는 이점밖에 없는 내가?
오만이야, 방심하지 말자.'

나는 화염 구를 여러 개 만들어 냈다.
마치 지니가 한 것처럼.
내 마법에 알비스토는 살짝 눈을 치켜뜨더니 어이없다는 듯 짤막한 웃음을 뱉었다.

"하! 진짜......"

내가 화염구들을 쏠 준비를 하자 알비스토는 받아들이겠다는 듯, 똑같이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나와 알비스토의 마법이 쏘아지고, 화염구들은 중앙에서 화려하게 폭발했다.
계속되는 난사전으로 인한 폭음으로 잘 안 들렸지만, 환호하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화려함으로는 물량이 제일이지...그나저나,

'아우...더워.'

화염으로 인한 열기가 나에게도 불어닥쳤다.
머리카락은 이미 파라락 휘날린 지 오래.

'머리카락 다시 정리해야겠다...'

문뜩 이상한 것을 알아챈 건 알비스토의 마력량을 봤을 때다.
마력량이 거의 바닥이 났는데 알비스토는 화염구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지?'

내가 잠시 의아함을 느낀 순간, 알비스토가 날아오는 화염구를 감싸는 형태로 불꽃의 벽을 만들었다.
화염구는 금방 벽에 부딪혀 소멸하고, 부딪히고, 벽을 부쉈다.
하지만 그 뒤로 알비스토는 웃는 얼굴로 마법을 시전했다.
그다지 높지 않은 바람계열 마법. 하지만 지금까지 형성된 뜨거운 바람이....
난기류가 압축된 바람의 벽에 의해 방향을 틀었다.

'설마....!'

알비스토는 나보다 마력량이 낮다.
하지만 그건 내 기준.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알비스토의 마력량은 굉장히 높다.
그 마력이 이 짧은 공방으로 동났다.
화염구가 그 많던 마력량을 다 소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마력은 어디로 갔는가?
여기서 난 생각했다.

'처음에 봤던 화염 마법과 바람 마법의 복합.'

그렇다면....더 크게 키워서 지금 우리가 있는 경기장 안.
내 눈으로 봤을 때 경기장 안은.
교묘하게 공기의 방향이 틀어져...전부 알비스토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비스토의 마법으로 인해, 그 전부가 나에게 흘러들어왔다.
알비스토의 앞부터 경기장이 갈라지고 파헤쳐지는 것이 보였다.

"끝이다...!"

알비스토의 승리에 가득 찬 확신의 외침.
확실히 이건 실드로 못 막는다. 막아도 갈가리 찢길 것이다.
이걸 시뮬레이션 한 것도 아니고, 임기응변인가.

'진짜....주인공 같네.'

한계에 몰렸을 때 떠올리고 난관을 타파.
진짜 영웅답다.
하지만....미안, 이번에는 질 수 없어.

'이건 좀 아껴뒀다 쓸려 했는데...'

나는 마력량을 전부 쏟아 내었다.
이걸로 알비스토가 꺾인다 해도 나는 알비스토가 다시 일어서리라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런 사람이니까, 한계를 계속 부딪힐 거니까.
스토리로 그나마 그녀를 봤을 때 추측할만한 건 이 정도였다.
그러니까....

'절대영도.'

그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을 난 온도를 내렸다.
끝까지 내렸다. 그리고 바람 마법으로 위력을 약화했다.
그 결과, 나에게 온 것은 시원한 산들바람이었다.

"내 차례지?"

나는 곧바로 주변 온도를 내렸다.
곳곳에 서리가 끼고, 얼음기둥이 솟아나고, 알비스토에게까지.

"큿..."

알비스토가 불꽃을 일으켜 자신을 감쌌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리고 나는 끝내기 위해 마지막 마법을 시전했다.
최저온과 최고온의 만남.
그렇다, 익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쓸 마법은 그것이다.

"말도 안...!"

그리고 순간, 내 앞의 경기장이 날아갔다.
연막이 걷히고, 알비스토를 감싸는 형태로 반 선생님이 실드를 펼치고 있었다.

"반 선생님?"

반 선생님은 알비스토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나에게 다가왔다.

"승자, 린 아그네스 이그렛."

그리고 담담히 승자를 발표하셨다.
그리고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성이 울렸고, 알비스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고개 숙인 그녀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모른다.

"경기장이 이래서야...."

반 선생님은 나와 알비스토를 내려가게 한 후, 경기장 바닥을 아예 평평하게 만드셨다.
그리고 대기실로 돌아가는 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과했어."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어요."

"하아....다음에는 빡세겠구만."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시합이 다가왔다.
나머지 시합은 괜찮았지만 결국 나와 지니가 남았다.
나와 지니 둘의 시합.
솔직히 내가 질 것이다.
지니는 만능형이고 나는 마나만 많은 마나 통이니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발악이라도 하고 간다...

"시합 시작~"

"봐주지 마."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니는 호언장담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다.
처음부터 복잡한 마법들을 난사해 댔다.

"진짜 하네...!"

하나하나 연쇄 폭발이라든지 침식이라든지 무서운 것들을 달고 있었다.
난 아직 저거까진 못하는데....!

'진짜 샌드백이다....'

결국 나는 한 수를 뒀다.
지니도 나도 미래를 모르는 것.

'큰 거 한방!'

너도나도 한방인 마법.
그냥 마력을 창 형태로 만들어 때려 박았다.
그러자 지니도 마음을 바꿨는지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반 선생님도 눈치챘는지 '야발!' 이러고선 선생님들한테 뭐라 뭐라 말했다.
그리고 슬슬 무르익어 갈 때쯤.
나와 지니는 서로 약속한 듯 마법을 쏘아내었다.
그리고 서로의 마법이 충돌하고, 시야가 새하얘졌다.

"아으...."

그리고 나는 보건실에서 깨어났다.
대회의 승패는 지니가 기절하지 않아서 지니의 승이라던데 잘된 것 같다.
내가 언제 기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절하는 감각이 이런거구나...
신기하다.

"린!"

내 옆 의자에 앉아있던 에리카가 날 보자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걱정했잖아아...."

"미...미안."

몸을 살펴보니 큰 상처는 없고 생채기만 있었다.
다행이다.
에리카는 힘없이 주먹으로 날 툭툭 치면서 계속 걱정했다고 큰일 나면 어쩌지 하면서 울먹였다.
나는 에리카의 볼을 꽈악 눌러줬다.

"으븟, 어해 리인.(뭐해, 리인.)"

"걱정시켜서 진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내가 에리카와 노닥거리는 사이, 어느새 지니가 들어와 있었다.
지니는 말없이 내 몸을 살피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응,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리고 보건 선생님이 오시고 몸 검사를 받은 다음 이상이 없자 나는 퇴원했다.
지니 말로는 그 후 시상식이 있고 지니가 우승 상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깨어난 뒤로 따로 받기로 했고.
지금은 다들 기숙사로 돌아간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보건실 밖을 나오니...
모두가 모여있었다.

"모두...여기엔 왜?"

"오늘은 대규모 행사였으니까, 이후에는 자유시간이야."

"너 속상할까 봐 왔지."

데하카와 율리우스가 말했다.
검술 쪽도 테스트를 했다고 했는데 그쪽도 끝났나보다.
그것보다 나 안 속 상한데...

딱히 감정 없는걸."

"그렇다는데?"

"그런가 보지."

그때 멀뚱히 있던 내 팔을 알데가 잡아끌었다.

"아가씨 얼른 가요."

"맛있는 거 준비해 놨다고."

핀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좋은 결과라도 나왔나?
아무튼 나는 애들에게 이끌려 조촐한 파티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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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10 17:35 | 조회 : 1,071 목록
작가의 말
Deemo:Hans

전투씬을 삭제한건 스토리를 끌지 않기 위해선데, 또 잘못 올렸네요. 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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