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첫만남(1)

17-1화 첫만남(1)

그 뒤로, 6개월이 지났다.
나는 정식 1학년으로서 유드그라실에서 바쁘게 지식들을 익혀나갔다.
유드그라실에 들어가면 ''늑대''라던지 ''장미'', ''황가''가 있다고 했고, 실제로도 접근해왔다.
하지만 전부 거절했다.

''그 사이에 껴서 오락가락 하는건 나하고 안맞아.''

내가 전부 거절했다는 사실이 돌자 일단 나에게 접근해오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일단 아무에게도 안가니 지켜본다는 뜻이겠지.
내 마법 실력도 좀 늘은 것 같다.
아무튼 나에게 드디어 사건이라고 할만한 일이 일어났다.

''이것이 예상 못했던 전개...''

그렇다. 이것의 발단은 한통의 편지.
아버지에게서 온 한통의 편지 때문이다.
평소처럼 수업이 끝나고 잠시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반 선생님이 편지가 왔다며 나에게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편지를 뜯어보았다.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우리 딸 린에게

사랑하는 린, 아버지다.
벌써 반년이 흘렀구나. 너도 더욱 성장했겠지.
얼마나 지났다고 오지에서 혼자 있던 기간보다 네가 벌써 그립다.
혹 곁에 이상한 무리는 없느냐?
걱정이 된다. 우리 딸에게 이상한 무리라도 접근하면 이 애비는 버틸 수가 없단다!
아무튼....

-(중략)-

그래서 말인데, 너의 약혼 이야기가 나왔단다.
이 아비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레온하르트 경께서 약혼이야기가 나왔단다.
펜릴 레온하르트 바이온을 아느냐?
아들이 권력에 관심이 없고, 무에 집중한다던데...
아비로서는 다행이지만, 권력자로서는 걱정이라는구나.
그래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약혼은 시켜야 되는데, 상대가 없다고.
그래서 이 아비가 널 소개시켰단다.

적당한 작위의 귀족가이면서,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는 2살 정도 어린 여자아이.
대공도 괜찮다면서 흔쾌히 허락하셨다.
그래도 일단 아들 맘에 들어야 한다면서, 먼저 만나게 하자고 하시더구나.
곧 그쪽으로 편지 한 통이 갈 거다.
잘 하거라.

사랑하는 린에게, 너의 아버지가.

약혼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 난 편지를 구길뻔 했다.
약혼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아버지 양반!
심지어 레온하르트 가다. 대공이다!
그런 엄청난 집안에 선을 보러 간다고?
심지어 나는 아직 13살이다. 2살 차이면 15살?
뭐, 지금은 이런 시대니까 그럴 만도 한데...

''잠깐만....''

난 문뜩 생각을 떠올려봤다.
지금은 나는 협력자를 구하는 상태.
레온하르트가가 협력해준다면 매우 좋은 상황이 된다.
그리고 하나 더 떠오른 것.

''펜릴 레온하르트 바이온.''

내가 이걸 하면서 반했던 남자.
외모도 그렇지만 성격이 너무 좋았다.
본래는 린의 약혼자였지만 린이 파멸한 후 이혼.
그리고 자신이 직접 린을 죽인다.
나는 스토리와 일러스트 밖에 바이온을 볼 기회가 없었다.
왜냐하면 바이온은 즉시 집안과의 연을 끊어내고, 자결했다.

"자신의 손으로....직접.."

그때는 게임이였으니까 바이온이 린을 정말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랑했던 사람을 자신이 직접 죽인다는건....정말 슬플 것 같다.

"나가야겠어."

나는 즉시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바이온''이 ''린''을 사랑하는것은 꼭 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조율자님에게 들어서 알고 있지만, 나는 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찝찝함은 나에게 진득히 눌러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적어도 린이 엇나가는 시점 전까진...''

"린? 편지가 왔는데?"

마침 에리카가 기숙사 안으로 편지를 들고 왔다.

"아, 고마워."

나는 편지를 받고 살펴보았다.
레온하르트가의 인장. 틀림없다.
나는 즉시 편지를 뜯고 내용을 읽었다.

-린 아그네스 리그렛 님에게

안녕하십니까. 펜릴 레온하르트 바이온입니다.
이번에 아버님으로부터 귀하의 만남을 주선받았습니다.
부디 이 편지를 들고 오셔서 만남에 응답해 주시길 바랍니다.

장소: 광장에서 서쪽에 약 30m에 있는 에델바이스

-펜릴 레온하르트 바이온

짧은 문장. 격식 있는 글귀, 만날 장소.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전할 것만 전한 편지다.
당연히 처음 만나는 상대인데 뭘 바라겠냐만은...

"에리카, 나 나갔다 올게."

"린, 어디 가?"

"음....별거 아냐."

에리카에게 말하면 뭔가 일이 틀어질 것 같았다.
핀과 알데, 지니에게 이걸 말할 것 같단 말이지.
아무튼, 나는 이 편지를 들고 에델바이스로 갔다.

"와..."

나는 감탄했다. 보통 이런거는 으리으리한 곳에서 할줄 알았는데, 아니, 이곳이 조촐하다는 건 아니지만.
이 에델바이스라는 곳은 찻집이였다. 다만, 엄청 고급져있었다.

''나도 이곳은 몰랐는데...''

밖에서는 간판이 없어서 몰랐었나보다.
아무튼 들어가자, 깔끔한 차림의 웨이터가 다가왔다.

"예약이십니까?"

"아뇨. 전 초대를 받고 왔어요."

웨이터는 잠시 내 손에 들린 편지를 보더니, 시선이 인장에 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린 아그네스 리그렛님 맞으신가요?"

"네."

"3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리로."

웨이터는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 3층으로 향하자, 개방된 분위기의 2층과는 다르게 3층은 방 하나하나 막혀있었다.
게다가 마법도 걸려있어 누가 뭘 하는지 모르게 해놨다.

"이곳입니다."

어느 방에 도착한 웨이터는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물러갔다.
그리고 방을 열자, 있었다.

''펜릴 레온하르트 바이온.''

바이온은 책을 읽고 있었는데, 겨우 15살이 화보를 찍고 있었다.
쭉 뻗은 다리와 다부진 신장, 매끈한 피부에 날카로운 턱선.
신비로운 푸른색과 회색이 섞인 머리칼에 무심한 눈이 어울려 이세계 인간을 설명하고 있었다.
난 잠시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안 앉으실겁니까?"

"아, 죄송해요.."

어느새 움직이는 사진은 책을 덮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검은 눈동자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차분히 자리에 앉았다.
고요한 검은 눈동자는 차분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펜릴 레온하르트 바이온입니다."

"린 아그네스 리그렛입니다..."

어색한 인사, 그 후에는 침묵만이 이어졌다.
나의 심장소리만이 시계초침소리를 대신해 뛰고 있었다.
눈치만 보는 가운데, 바이온이 입을 먼저 열었다.

"....저는 아버지께 폐를 끼치지 않으렵니다."

"네?"

"아버지는 제가 약혼자를 들여서 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시지만.
한편으로는 대공으로서의 걱정이 있으시겠죠."

무슨 15살짜리에가 벌써 이런생각을...

"아직 15살에 불과하지만, 어엿히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죄송합니다, 돌아가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나를 돌려보내고 아버지를 설득할 생각인가...

"이유를...물어도 되나요?"

"우리는 처음 만난 사이이고, 서로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원한다면 행복한 사이를 원하지, 만들어진 관계를 원하지 않아요..."

참나, 그런 이유였어?
너무 어른스러웠지만, 아직 애기는 맞네~
그렇지만 성숙한 생각이고, 또 섣부른 생각이기도 하고.

"제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네."

내가 생각하기에 좀 부끄럽지만...
여기서는 내 외모자랑좀 해야겠는걸.
''탕!''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책상을 치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상대가 살짝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나는 밀어붙였다.

"제 얼굴을 봐주세요."

"예....?"

"어떤가요? 대답해주세요."

바이온은 살짝 고개를 뒤로 옮긴채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예뻐요..."

"정말로요? 진심으로 말해주세요."

"예...예쁩니다!"

나의 몰아붙임에 겨우 대답한 바이온의 대답에 만족하며 난 다시 의자에 착석했다.
그리고 말했다.

"바이온도 잘생겼어요."

"예?"

"잘생겼다고요, 이 세상 존재하는 남자들중 가장 잘생겼어요."

뜬금없는 나의 말일까, 아님 칭찬에 약한걸까.
반응을 보이는 얼굴에 나는 쐐기를 박았다.

"저는 좋아해요."

"예?"

계속되는 나의 공격에 정신이 없는지 연신 ''예''만 대답하는 바이온에게 나는 나의 진심을 보였다.

"저는 바이온이 좋아요. 바이온은 저를 싫어하나요?"

"아뇨, 싫어하지...!"

"그럼 지금부터 좋아하게 만들게요. 저라는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면, 둘이 행복하니 좋은 것 아닌가요?"

"네? 네..."

나는 진심으로 웃었다.
어느 의미로든 바이온이 좋았다.
그러니까, 나는, 모든 사람이 웃는게 좋았다.
결국 죽어버리는 운명이라니, 그런건 슬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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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21 21:11 | 조회 : 1,146 목록
작가의 말
Deemo:Hans

후 드디어 비련한 남주인공이 나왔군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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