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먼지가 쌓인 검은 표지의 책을 집었다. 후, 숨을 불자 공중 속으로 작은 먼지들이 날아갔다. 작은 구멍을 통해서만 한줄기 빛이 겨우 들어와 공중에 떠도는 먼지를 비추는 방이었다. 남아있는 먼지들을 손으로 털어내자 손가락이 닿았던 곳들은 더욱 까맣게 모습을 드러냈다. 표지를 넘기자 익숙한 필체로 글이 적혀져있었다. 그리운 필체에 코 끝이 찡해지는 감각을 느꼈고 눈은 뜨거워졌다. 나는 중얼거리듯 글을 읽었다.

“나는 죽어간다. 나의 친애하는 친구, K와 함께 지옥에서 영원히 불 속에서 타들어갈 것이다. 나는 무감각하다. 두려움조차 느껴지지않는다. 사람들은 우리의 이름을 알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떨리는 글씨체, 내용은 두렵지않다고 써져있었으나 그의 공포가 느껴지는 듯 했다.
...

“나는 고작, 이 책을 읽기위해... 고작 이 책을 찾아내기위해...”

허무함이 몰려왔다. 여기까지 오기위해 쏟은 시간과 노력들은 첫문장을 읽는 순간, 쌓여있던 먼지가 바람에 흩어지듯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았다. 이곳에는 그 때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였다. 책상과 타자기, 색이 변한 종이들이 흩어져있었고 책상에는 먼지와 얼룩으로 뒤덮여있었고 바닥에는 잉크가 엎어졌는지 잉크 마른 자국이 남아있었다. 책상에 남아있는 핏자국을 어루만졌다. 그가 토해낸 피인지, 그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을 때의 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미 오래 전 굳어져 색조차도 검붉어진 것은 지나간 시간을 조롱하는듯했다.

“K.”

거슬리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의 뒤에는 항상 K라는 남자가 존재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사는지, 몇살인지, 그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를 죽인건 K라는 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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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25 11:27 | 조회 : 1,254 목록
작가의 말
가블

이걸 계속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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