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녀다 4화

"‥이게 뭐야?"

바닥에 쓰러져서 널브러진 사람들과 그 위의 붉은 액체.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리엘라. 루엔이 놀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죽인거야?"

"그럴리가. 그냥 기절한 거야. 이건 그냥 와인이고"

볼에 묻은 액체를 리엘라가 닦아내며 말했다

"기절은‥ 왜 시킨거야?"

"음‥ 음담패설의 대가랄까?"

"‥그래‥"

"이렇게 난리를 피웠으니 여기 더 있기는 힘들겠는걸"

"‥기억을 소거시키면 됩니다, 마스터"

"아하! 그렇네! 그럼 부탁할게, 릴리에"

"네"

착잡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는 루엔에게 리엘라가 말을 걸었다

"지워줄까?"

"‥뭘?"

"여기있는 사람들 기억에서 네가 우리 일행이란 것을"

"‥"

"그럼 네 말대로 각자 갈길이나 가면 되는거야"

"마음대로 해줘"

루엔의 말에 리엘라가 싱긋 웃었다.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슬퍼보이는 리엘라의 얼굴에 루엔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릴리에, 그냥 우리의 존재 자체를 기억에서 지워버려 ‥그게 루엔에게 더 나을거야"

"네, 마스터"

"루엔, 이제 더 이상 만날 일 없을지도 몰라"

"‥"

"마녀는 영원히 살지만, 인간의 생은 짧으니까"

"그렇‥겠지"

"이제 마지막이야. 그동안 재미있었어"

루엔이 대답하지 않아도 리엘라는 혼자서 말을 이어가며 말했다.

"원래는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소원을 이뤄줄게"

"‥소원이라고?"

"그래, 소원. 그동안 재미있었으니 이정도는 해줄수 있어. 뭐든지 이뤄줄게. 뭘 원하니?"

"‥이뤄줄것도 아니면서"

"정말이야! 뭐든지 이뤄줄게!"

리엘라는 확신에 찬 듯한 눈빛으로 루엔을 바라보았지만 루엔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딴거 없어"

리엘라에게서는 더 이상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그 정적이 깨졌다

"그래, 그럼 내가 선물을 하나 줄게"

"선물‥?"

"응. 어쩌면 평생 쓸일이 안 올지도 모르지만 혹시 모르니까"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리엘라가 주머니에서 보라색 자수정으로 세공된 작은 보석이 있는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마녀는, 강한 존재지만 그만큼 제약이 있어. 그중 하나가‥"

"‥"

"한 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킬것"

"‥쓸데없는 제약이네"

"그러니까 가지고 있어. 소원이 생길때까지"

"소원이 안 생긴다면?"

"안타깝지만 그건 어쩔수 없지"

"‥"

"손에 쥐고 내 이름을 부르면 돼. 간단하지?"

"‥그러네"

손에 있는 작은 보석을 만지작거리던 루엔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무슨 소원이든 이뤄준댔지?"

"응, 당연하지"

"그럼‥"

"마스터, 끝났습니다"

릴리에가 루엔과 리엘라가 있는 방에 들어오며 이야기는 끊겼다

"‥죄송합니다. 대화중이셨군요"

"괜찮아. 이제 갈거니까 잠깐만 기다려줄래?"

"네"

릴리에가 다시 방문을 닫고 나가자 리엘라가 물었다

"아까 하려던 말이 뭐였어, 루엔?"

"‥아무것도 아냐. 생각나면 부른다는 거였어"

루엔이 빠르게 말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이별이야, 리엘라"

"‥응. 그러네"

루엔이 천천히 나가자 밖에 있던 릴리에가 리엘라에게 다가갔다

"가자, 릴리에"

마법이 발동되고, 우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리엘라가 말했다

"잘 지내길, 루엔"

루엔이 대답하기도 전에 리엘라와 릴리에가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도 루엔은 이미 리엘라가 사라진 허공에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고개를 숙인 루엔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금색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좋아해, 리엘라‥"

영원히 숨겨야 할지도 모르는 고백과 함께 리엘라는 떠났다

1
이번 화 신고 2019-08-06 19:56 | 조회 : 332 목록
작가의 말
이네라리아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