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검은 기운이 뭉글뭉글 솟아올랐다.

[용사여.. 왔는가]

하얗게 빛나는 눈동자가 눈앞을 가렸다. 드디어 마왕이다. 지금까지의 좁쌀들과는 차원이 다를, 진짜 상대.

그리고.. 나를 망할 이 이세계로 끌어들인 주범!!

“너가 마왕이냐?”

[그렇다, 용사여..]

“좋아.. 빨리 다섯 토막 내서 꼬챙이에 꽂아버리고 싶군..”

여기까지 오려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수모를 갚아줄 시간이다..

[그런데 잠깐, 물어볼 것이 있다.]

마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뭐, 어차피 내 손에 죽을 마왕이니, 마지막 말 정도를 남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

“그래 좋아, 어디 한번 물어봐.”

[용사여, 그대는 누구를 위해 용사로서 일하는 것이냐?]

“당연히.. 부탁이니까”

[그래서 누구를 위해?]

“...그건.”

[그대는 속고 있다. 인간들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인간들이 왜 그대가 오기 전까지 죽어가는 다른 인간들을 보고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은가. 용사를 기다린 것이다. 본인들이 희생하고 싶지 않으니 희생양을 기다린 것이다.]

“그렇군. 하지만 너도 인간들의 살생을 일삼았지 않아? 죽어 마땅하지. 나를 네편으로 끌어들일려고 했던 건 미안한데 실패야.”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손에서 마력을 모았다. 아티펙트 지팡이 끝에 달린 마석은 내 마력을 모두 담지 못하고 산산조각났다.

캐스팅하는 잠깐의 시간 동안 나는 고민했다. 마왕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왕토벌이 끝나면 물어봐야겠군.’

마왕은 마음을 정했는지 높은 의자 위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에게 죽는 것을 선택한 모양이다. 그러나 왜?

그것을 입이 묻기도 전에 내 마법이 정면으로 마왕을 향해 날아갔다. 마왕은 그 마법이 도달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말했다.

[더 큰 악이 나타날 것이니, 용ㅅ..]

그리고 마력 폭발이 일어나 마왕의 말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귀가 멍멍한 폭발 소리에 묻혀버렸다.

연기가 마구 날리는 필드 속에서 허무할 정도로 금방 죽어버린 마왕의 시체 만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나도 마력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정신이 혼미했다.

“허억..”

그제서야 나는 현실을 자각했다.

분명 돌아가야 할 몸이, 필드 속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7
이번 화 신고 2019-11-09 13:49 | 조회 : 1,401 목록
작가의 말
하젤

새로운 작품이에요! 쉬는 기간동안 구상했는데 또다시 바로 질러버리고 말았습니다..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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