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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 옆을 걷던 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다들 지치고 힘들어했다. 내 눈에는 그랬다. 그러나 그들은 무슨 마음인지 내세울 것이 필요했나보다. 그저 다른 길, 내 길, 새로운, 희망의, 꿈이란 것을 찾았다며 그 핑계를 두고 다들 멈춰서더라.
그들이 진짜 ‘꿈’이라는 것을 찾았던, 그대로 멈춰서 도태되던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그저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고 내 길을 가면 될 뿐이었으니.
그 미소는 ‘이해한다는, 먼저 가 보겠다는 약간의 우월의 복잡 미묘한’.

언젠가 내 옆을 걷던 이는 한 명만 남게 되었다. 그와는 예의상 몇 마디 나누었을 뿐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 나는 그가 얼마나 내 옆을 더 걸을 수 있을지, 언제까지 그와 동등한 곳에서 볼 수 있을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나는 내 길만 가면 되었으니. 만면엔 언제나 같은 미소만 띄우고. 설령 그가 다른 이들처럼 멀어진다 해도.

내 인생의 물음표는 언제나 나에 대한 것에서만 생겨났다. 현재처럼.
내 발걸음이 멈췄다. 정확히는 내 길이 끊긴 거다. 저 앞에 끊겼다 다시 이어지는 길이 너무 멀었다. 잠시 당황하던 나와 그. 그는 긴 다리로 그곳을 건넜다. 아슬아슬했지만 어쨌든 건넜다. 그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이해한다는, 먼저 가 보겠다는 약간의 우월의 복잡 미묘한’.

그리고 성큼성큼 가버렸다. 나는 다른 길을 찾은 건 아니다. 도태된 것도 아니다. 그저, 잠시, 잠시 멈췄을 뿐이다. 그가 먼저 간 것은 ‘그럴 수도 있는 일’ 정도이다.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기에 어떻게든 이 앞의 길을 갈 궁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 문제에 대한 물음표는 금방 사라진다.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나무가 보였다. 그 나무를 잘라 내 발밑에 두어 그것을 밟고 건넜다. 그렇게 하기 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눈을 들어 다시 이어진 길을 바라보니 길었다. 저기 멀리 한 사람이 보인다.
나는 평소 나의 스텝으로 걸었다. 그도 그의 스텝으로 걸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거리는 항상 일정했다. 별로 신경 쓰지는 않는다. 나의 의의는 이 길을 가는 것에 두고 있으니.

어느 날 잠시 속도가 느려졌다.
?
물음표가 생겼다. 나에 대한 물음표가 아니었다. 내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그가 사라졌다.
속도는 다시 돌아왔지만 물음표는 떠나지 않았다. 꾸준하게 걸어가는 이 길 위에서 적어도 자신의 기억 속에 먼저 길을 걷던 사람이 사라지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잠시 멈추는 경우는 봤다. 도태된 사람들이 길을 되돌아가거나 다른 갈래로 흩어지는 것은 보았다. 그런데.

?

앞에 가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 옆으로 샌 것도 아니고 멈춘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멈추지는 않았다. 궁금했다. 궁금하긴 했다. 아직까지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길은 가야 한다. 멈추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언젠가 내 옆을 걷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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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12 12:14 | 조회 : 1,25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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