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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이들을 치료하면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생필품들이 확보된다. 그들을 잘 치료했다. 간혹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의 병자는 미안하다 말하고 조용히 떠났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좋지 않았다. 따로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물건은 자기가 다 관리해야 하고.
그래서 굶주린 이들에게 빼앗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날쌔거나 동정으로 빈틈을 노리거나 무기로 위협하거나.
그러나 그들 때문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기에 타협을 보거나 그냥 넘기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굶을 때도, 추운 날씨에 이불 한 장 걸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런 날 중 어느 날 한 노인이 다가왔다. 누구냐는 말에 조용히 웃으며 나한테 치료를 받았던 환자라고 했다.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미소를 지었다.
‘선의와 약간의 자만함, 선을 긋는 복잡 미묘한.’
그 노인은 그와는 다른 미소를 지었던 것 같다.
‘선의와 고마움 따위가 담긴.’
그는 말없이 내게 거칠거칠한 담요와 딱딱하게 굳은 빵 한 덩어리를 쥐어주었다. 나는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그저 ‘복잡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노인이 가고 나서 먹은 빵은 딱딱하고 질겨서 맛이 없었다. 그날 밤 덮고 잔 담요는 피부에 좋지 않아 온 몸이 간지러웠다.

아침에 그 노인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무래도 오래 굶주리고 추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다시 뒤돌아봤다. ‘나한테 직접 담요랑 빵을 줬는데.’
그런데 배도 아프고 몸도 간지러워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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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26 15:56 | 조회 : 1,05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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