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황태자고 나발이고








마음속으로 리체에 대한 결심을 다잡고, 나는 황태자를 쏘아봤다. 물론, 리체의 손을 꽉 붙잡은 채였다.

황태자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뭡니까.”

“예, 황태자 전하? 혹 잘못된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내 대답에 그의 표정이 더 차가워졌다. 입술을 달싹거림에도 뭔가 말을 못하는 걸 보니 말문이 막혔구만, 그래?

“..잘못된 것은 없다. 그저 나를 바라보는 영애의 눈빛이 너무 불손하기에.”

황태자의 말에 레이던이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하, 전하도 참. 오해가 심하십니다. 황궁에서 교육은 잘 받고 계실련지요? 이런 눈빛은 불손이 아니라 존경이 가득한 눈빛이라고 말하는 것이랍니다.”

또다시 사이다를 날린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은 반면에 황태자의 표정은 보기좋게 구겨졌다. 좋아하는 여성의 앞에서 창피를 당해서겠지.

‘셈통이다.’

이르젠은 소설을 읽으면서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츤츤거리면서도 다 챙겨주는 그 본성 안에 묘한 소유욕이 바탕으로 깔려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리체는 내꺼라고! 절대 당신들한테 넘어가게 놔두지는 않을 테야!’

“그렇군.”

의외로 빠르게 인정하며 황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베아트리체 영애?”

“아, 예, 전하!”

리체가 슬쩍 그를 올려다보았다. 긴 속눈썹이 깜빡였다. 어흑, 아름다워라.

“어딜 가다가 이리 납치된 건가.”

“아아-”

“교복 샵에 가던 중이였습니다.”

리체가 답하기도 전에 나는 말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난 아무것도 몰라, 하는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돌변한 나의 태도에 레이던은 당황한 눈치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황태자? 그런건 그냥 신분 깡패지. 엿이나 먹어라 해.

“그런 관계로 저희가 조금 바쁘거든요. 먼저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리체의 손을 끌고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리체의 표정이 완전히 놀란 얼굴이였지만 나는 빠르게 그녀를 이끌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불안한 표정으로 리체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머, 이런 것까지 아름다우실 수가. 역시 이런건 나만 독점할테야!

“물론. 걱정하지마,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나는 산뜻하게 웃음을 지으며 리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리체의 얼굴이 어두웠다.

“왜 그래?”

“..나는 괜찮아.. 하지만 리아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해..?”

리체는 웅얼거리며 내 팔을 감싸 안았다. 허윽, 심장에 무립니다.. 역시 우리의 상냥하디 상냥한 여주는 날 걱정했다.

“난 리체만 있다면 괜찮아.”

그러자 아름다우신 여주언니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이였지만, 교복샵은 가까워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

“네에?”

“아, 그게 레이던 영식께서 이미 구매하셨답니다.”

직원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뭐야, 헛걸음 했잖아? 샀으면 샀다고 좀 말해주지.

그나저나, 어떻게 돌아가지.

샵을 나온 발걸음이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저녁시간이 된 하늘은 어둑해져서 별이 보이고 있었다. 못먹은 저녁식사 때문에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리아, 어쩌지?”

리체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이 오빠는 그렇게 가버린 여동생을 찾으러 오지도 않네.. 설마, 집에 간줄 아는 건가? 오빠라는게, 너무한거 아냐?

“이 시간대에는 마차도 잘 안 다닐거야..”

“어떻게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끄응.. 정말, 이거 정말 난감하네.

밤이라는 건 큰 문제가 아니였다. 주변에 여관이 있을테니 아침이 밝는데로 저택에 돌아가면 된다. 조금 혼날지 몰라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원작을 참고해서 이 시간 대쯤, 디안서스가 교복을 사러온다는 점이였다.

디안서스는 ‘나’, 즉 율리아의 소꿉친구로, 원작의 남주후보들 중 하나였다. 내가 빙의한 두달 간은 내가 그의 방문을 막았지만, 이런 우연은 거부라고.

거기다가, 디안 이녀석은 정말로 들이댄다. 좋아한다는 걸 다 티내면서. 우리의 순수하신 리체는 전혀 눈치를 못채지만.

감히, 내 눈앞에서 리체에게 들이대? 그건 내 눈에 흙이 들어가는 일이 있더라도 반대다!

절! 대! 반! 대!

그러니까, 이 끔찍한 우연 아닌 우연을 피하기 위해서.

“우선, 리체. 배고프지 않아?”

일단 밥부터 먹자!







2
이번 화 신고 2020-02-23 19:54 | 조회 : 1,099 목록
작가의 말
사탕×하젤

안녕하세요, 하젤입니당 ㅎㅎ... 사라지기 전에 스포 하나 한다면... 설마, 디안을 식당에서 만나는 건 아니겠죠..? ㅎ흐흐흫 (죄송합니다.. 이번편이 짧죠..? 시간이 없어서.. 다음 제 차례에는 10k를 채워서.. 가져오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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