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하늘, 세계(가제)-7화

“레스...? 거기 계십니까?”

[...청해, 네 얘기를 엿들을 생각은 없었다. 단지 창천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말을 전한다는 것이, 내 기운을 느낀 창천이 이것을 가리고 너와의 얘기를 이어나가더구나.]

그의 말에 나는 창천을 노려보았다. 미약하지만 레스의 힘이 담긴 구체의 존재를 내가 모르게 하는 것은, 이 공간을 그의 힘으로 가득 메워서 존재를 덮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괜찮습니다. 창천이 멋대로 벌인 짓이니. 이야기 들었습니다. 하늘결계에 균열이 생겼다더군요. 지금 바다는 누구입니까? 차라리 제 형제들을 이용하시면 수월하게 복구하실 수―.”

[청해, 그대가 나를 위해 그대 자신까지도 도구 취급하던 것을 안다. 그렇기에 그대가 안쓰러웠고, 그대가 변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대는 여전히, 그대의 형제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도구로 취급하는 구나.]

“레스, 당신은 이 세계이십니다. 저희는 그저 부속물일 뿐, 그렇기에 그저 부속물로 남고 싶지 않아 당신의 바다가 되었고, 당신의 바다로써 가능한 많은 것을 이용하여 가능한 많은 일을 해내었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차지 않으셨습니까?”

내 말에 창천은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고, 레스 또한 잠시 침묵을 지켰다.

[청해, 역자의 낙인을 거두고 제한의 수갑을 부여하겠다. 다시 내 바다로 돌아오지 않겠는가. 그대가 나를, 이 세계를 위한다는 것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알아. 들어보니 반역의 뜻은 전혀 없었던 듯 하고. 나는 많이 약해졌네. 오랜 기간 나와 합을 맞추던 그대의 힘이 필요해.]

뜻 밖이었다. 내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을 보면서도, 저렇게 순순히 바다의 자리를 돌려주겠다니. 제한의 수갑이라는 것이 걸려있기는 했지만, 제한의 수갑은 간단한 팔찌에 불과했다. 그저 신이 힘을 남용하지 않도록, 그의 힘으로 억누르는, 내가 작정하고 힘을 쓴다면 풀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내게 자리를 돌려주겠다는 것인가. 나는 의문이 들어 창천을 돌아보았다.

“청해, 말했잖아. 그도 원하고 계신다고. 사실 너를 추방하고 가장 힘들어한 것은 레스였어.”

그야 원래 몇 천년 단위로 바뀌던 자리를 내가 몇 만년이나 해왔으니 공백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게다가 그와 너는 더욱 각별한 사이였잖아.”

그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니었지만,

[청해, 돌아와다오. 당연히 그대가 있던 자리에 그대가 존재하지 않으니 힘에 겨워. 그대의 힘이 필요하구나. 그대를 추방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는 생각 않는다. 아마 전말을 알았더라도 나는 그대를 추방했겠지. 하지만, 그대가 없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고려하지 못했어.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청해, 돌아오지 않겠나.]

부탁이라... 내가 그의 곁에 있을 적에도 잘 듣지 못하던 것을 추방당하고 나서야 듣네.

“레스, 부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언제나 당신의 필요에 따라 움직일 뿐. 명령하십시오. 따르겠습니다.”

내 말에 창천이 여전하다는 듯 쓰게 웃었고, 그는 짧게 침묵을 가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나만의 바다이던 자에게 명하는 바이니, 그대는 스스로의 힘을 제한하고, 내 곁으로 돌아와 그대의 일에 책임을 지도록 하여라.]

“당신의 바다, 청해. 명을 받듭니다.”

이렇게 인간계에서 내가 그토록 경멸하던 인간으로 생활한지 만년이 조금 넘었을 때, 나는 다시 신계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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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8-09 08:08 | 조회 : 834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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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작가의 인간혐오적 사상과 빻은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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