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회장공 X 비서수

"업무 끝나면 잠시 보지"
"오늘 일이 많아서 퇴근이 힘들 것 같"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하는데,"

낮은 목소리에 수는 어쩔 수 없이 고갤 약하게 끄덕였다.

차라리 업무가 훨씬 늦게 끝나 부회장이라는 저 작자가 먼저 퇴근을 하길 아마 수는 바랬을지도 모른다. 평소였으면 퇴근 시간에 맞춰 끝냈을 일거리를 저녁 10시가 넘도록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야속하게도 아직 환하게 켜진 부회장실이 수의 눈앞을 어둡게 만들었다.

"선배님, 퇴근 안 하세요?"
"..아…. 아직 일이 안 끝나서"
"평소랑 다르게 일이 늦게 끝나시네요.. 부회장님도 아직 퇴근 안 하셨던데"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자각시키는 말에 수는 애써 웃어 보이며 평소 자신을 존경하던 후배를 배웅했고 기지개와 함께 다시 일을 시작하려던 순간 제 앞에 그려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일이, 생각보다 많은 거 같네"
"보시다시피 일이 매우 많습니다만, 내일 오전에 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럼 지금 말하지"

강적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수는 어제 저녁 일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우리 어제.. 만나지 않았나?"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
"발뺌하지 말고, 우리 비서님이 남자를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평소보다 기분이 별로여서, 아는 술집이 하나뿐이어서.. 그냥 술을 마셨을 뿐이었다. 익숙한 듯 무심하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쳐냈고 인생 처음 보는 잘생긴 얼굴에 잠시 넋을 놓았을 뿐인데..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의 그 남자가 부회장일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러는.. 부회장님도 그 바에는 왜 오신"
"술 마시러. 근데 비서님 꽤 유명하던데 거기서"

변명의 틈조차 주지 않는 이 남자에게 서서히 옭아매질 때쯤 수의 눈앞까지 다가온 공이 단정히 매여진 수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걸레라고"
"...!!!"

순식간에 달아오른 얼굴에 공이 피식 웃고 수는 애써 그런 공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ㄱ…. 그 아무 나랑 자는 거 아니.."
"아, 알아. 몸 좋고, ㅈ 크고, 잘생긴 놈들만 취급했다며"

도대체 어디까지 아는 건지 수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기 직전 공이 계속해서 버둥대는 수의 턱을 잡아들고 입술을 쓸어 만졌다.

"나는 비서님한테 몸 좋고, ㅈ 크고, 잘생긴 놈인가?"
"ㅁ…. 무슨"
"어제 일로 내가 비서님한테 관심이 생겨서 말이지"

수는 얼굴, 몸, ㅈ만 큰 사람이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고 하룻밤을 서슴없이 했다. 단, 같은 직장 동료가 아닌 사람 한정으로. 공의 외모와 몸매, 본적은 없지만, 당연히 그 곳의 크기 또한 크다라는 것 정도는 많은 남자와 잔 수는 알 수 있었으나 이를 거절 할 수밖에 없었다.


"..전 같은 회사 사람이랑은 안자는데요"

애써 태연하게 제 턱을 움켜쥔 부회장의 손을 잡아 내리려던 수는 능숙하게 허릴 감싸 잡은 공의 반대 손에 흠칫했다.

"이런 기회 흔치 않을 텐데?"

그래 이 얼굴이 문제였다. 피식 웃으며 다가오는 공의 얼굴을 차마 밀어내지 못한 뼛속까지 얼빠인 수는 다시 한번 되묻는 공의 질문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한번…. 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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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공의 차에 탄 수는 떨리는 두 손을 애써 진정시켰다. 공과 같은 남자는 처음이어서도 있지만 단 한 번도 공을 상대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였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을 꾹꾹 눌러가며 도착한 곳은 당연 호텔일거라 생각했지만, 공의 오피스텔이었다.

“..부…. 회장님?”
“아, 내가 호텔을 싫어해서”

예상치 못한 변수였으나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하룻밤 잘 거 장소가 뭐가 중요할까.. 공을 따라 오피스텔로 들어간 수는 먼저 씻는다는 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 공의 뒷모습을 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생각도 잠시 서서히 감기는 두 눈이 수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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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ㅅ…. 님? 비서님?”
“..!! 아...”

수트로만 봐도 좋은 몸이었는데 이렇게 가운만 걸친 모습을 보니 세삼 정말 완벽한 남자라는 게 느껴졌다. 씻으라는 말에 벌떡 일어서서 욕실을 향해 가는 수를 보며 옅은 웃음을 지은 공은 수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염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까만 머리카락에 어울리는 하얀 피부가 시선을 사로잡게 만들었다. 쌍꺼풀 없이 예쁘게 큰 눈과 하얀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는 몸이라고 생각했다. 그뿐이었다. 그러나 날이 갈 수록 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신경쓰이고 이는 공이 수에게 집착하게 만들만한 계기가 됬다. 한명의 비서라고 생각했으나 점차 커지는 마음에 수가 자주가는 술집을 갔고 그곳에서 공은 저신은 몰랐던 비서.. 수에 대한 일들을 알게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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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씻었나?"
"아..네"

숙쓰러운 듯 눈을 못마주치는 수의 모습이 공을 더욱 자극시켰다는 사실을 수는 알았을까.

"그럼..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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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29 09:27 | 조회 : 8,922 목록
작가의 말
낯선사람

어..뭘 쓴ㄱ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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