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몰락한 양반 기생수

수의 집안은 수가 18살이 되기 무섭게 역모를 꾀했다는 죄목으로 몰락당하게 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수의 집안은 하루아침에 평민보다 못한 천민이 되었다.

어질다고 소문난 수의 아버지는 역모를 주도했다는 죄로 사형당하고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실신하신 후에 얼마 안 가 단명하셨다. 주변 친인척 모두 천민이 되었기에 수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저.. 그 역모로 몰락한 집안 도련님 아니신가..?"
"에휴…. 그거 다 누명이지 아마?"


지나가는 평민마다 수를 보며 하는 소리였다. 어린 나이가 아닌 수였기에 당시 집안에서 역모를 꾀하였다는 것이 누명인 것 정도는 누구보다 잘 알았으나 주변 양반 중 그 누구도 수를 도와주지 않았다 오랜 벗이던 공마저도.


수는 기억한다. 공에게 달려가 끌려가던 아버지 좀 구해달라 울며 사정했던 그 날을. 그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하던 공의 말을


"허면, 내 몸종이라도 하지 그러냐?"


조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무언가 아는듯한 어쩌면 노린 것과 같다는 생각이 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갈 때쯤 느릿하게 자신을 만지려는 듯 다가오는 공의 손을 쳐낸 후 다신 오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공의 집을 벗어났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벗이라 생각했던 이에게 마저 조롱을 당한 데다 부모님을 여의고 천민으로서의 생활을 하기에 뼛속까지 양반인 수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일하기엔 몸이 허약했고 그렇다고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웬만한 기생보다 빼어난 외모를 제외하곤…. 그런 수를 받아들인 곳이 바로 한양 제일가는 기방이었다.

처음엔 절대 싫다며 거절한 수였으나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잘 수 있는 곳도 없었기에 결국 받아들였다.


"이제 더는 나리가 아니시니 본명을 쓰시겠습니까? 아니면.."
"..이름은 됐네"
"..하지만"
"설마…. 나한테 남기 짓을 하라는.."


수의 완고한 거부에 더는 기생 짓을 강요하지 못한 행수는 다른 잡일거리를 수에게 주고 차차 설득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수가 기방에서 일한 지 어느덧 2년이 되고 수의 나이 또한 20살이 되어갔다..


수가 기방에 들어가고부터 기생을 보러오는 사내들보다 수를 보기 위해 오는 사내들이 훨 많았다. 일부러 수가 자주 청소하는 마당 근처의 방을 잡기도 하고 산책을 하다가 수에게 말을 거는 이들도 있었다. 이중엔 수가 양반이던 시절 알던 사이의 양반집 자제들, 심지어 아버지의 친했던 어른들마저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못 보던 사이에 더욱 고와진 듯 한데"
"...."


처음 몇 번은 욕을 하며 쫓아냈으나 계속되는 폭언에 행수는 한 번만 더 손님을 그런 식으로 쫓아내면 남기 들과 함께 일하게 할 거라 경고했고 이후 수는 묵묵히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무례하게 행동한 것이라면서 결국 수는 강제로 기생이 됐다.


수가 기생이 되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이는 당연 공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수의 집안을 역적으로 몰아 진급을 한 공의 집안은 왕 다음으로 권력이 강했다. 선비를 비롯한 나라 관리들의 술 시중을 드는 수의 귀에도 이 이야기는 당연 들어가게 됐으며 다음에 있을 공의 진급을 축하 자리를 자신이 있는 기방에서 한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자리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수는 기생이 되고 친해진 이에게 자신이 만약 그 자리에 불려가게 된가면 대신하여 가줄 수 있냐 부탁했고 예상대로 그 자리에 무조건 참석하라는 행수의 말을 전해 듣게 된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축하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당일이 되자 수는 자리가 마련되는 동안 조심히 검은 도포를 두른 채 기방을 빠져나갔다.


.


수가 기생이 됐다는 소문을 가장 먼저 전해 들은 것은 필시 공이었다. 언제 한번 찾아가려 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했고 그렇게 2년 만에 만날 수의 생각에 공은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제 옆자리로 수를 지목하였으나 눈을 씻고 봐도 수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2년을 보지 않았다지만 수의 얼굴을 잊었을 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딨어"


제 옆에 앉으려던 수와 친분이 있는 이의 팔을 강하게 잡은 공은 낮게 물었고 마침 술상을 나르던 행수를 본 공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너무 어려운 요구를 했나.. 사람 하나만 앉히는 게 조건이었을 텐데"


당연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행수는 수를 대신하여 공의 옆자리에 서 있는 아이를 보고 급히 고갤 숙였다.


"ㄱ…. 그 것이 도망을 친 것 같습니다. 나리…. 금방 잡아 오라 할 테니.."
"술이 끊기기 전에 데려와야 할 것이야."


공이 자리로 돌아가고 행수는 급히 기방의 호위무사들을 불러 수를 잡아 오게 했다.


그 시간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에 수는 예전 집터를 버릇처럼 갔다.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저 안에서 화목하던 가족들이 그리워 질 때 쯤 수의 뒤로 다수의 장정이 줄을 섰다.


"일탈은, 즐거우셨는지요"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데.. 혹, 이리 말하면 보내줄 것이냐…?"


덤덤하게 웃어 보였지만 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안…. 가면…. 아니되느냐..."


떨리는 목소리. 2년간 수를 봐왔던 호위들은 그의 심정을 알았다. 하지만


"나리께서 대신 보내신 그 아이. 지금 윗분들께 놀아나고 있습니다."
"ㄱ…. 그런 자리가 아니라 했다. 그저 술만 따르면 된다했는…."
"그것은 나리께만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지금…. 그분께서 그 아이를 제외한 모든 기생을 내보내시고…."


호위의 말이 다 끝나가도 전에 수는 제 발로 기방을 향해 달려갔다. 술만 따르면 된다 했다. 더러운 손길도 없을 거고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그것 이외에 할 일은 없다 말했는데….


"지금 어딜 갔다 오는 게야!"
"어딨어"
"당장 옷부터 갈아 입"
"어디 있느냐고!!!"


짜악- 소리와 함께 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가쁜 숨을 내쉬던 수의 머리채가 행수의 손아귀에 잡히고 수는 그런 행수를 노려봤다.


"처음부터 네놈이 갔으면 일어나지 않을 사단이었다."


행수가 잡았던 수의 머리채를 놓았고 동시에 수의 얼굴이 바닥을 향했다.


"너희, 잘 단장시켜서 빨리 데리고 들어가거라."


행수가 나가고 넋을 놓고 있던 수의 곁으로 평소 수를 시기하던 남기 들이 몰려들었다.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던 수는 자신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제 머리가 어떤지조차 알지 못했고 호위들의 손에 이끌려 어느새 가장 큰 그리고 제일 큰 소리가 나는 방 앞에 섰다.


"드시지요."


눈을 느리게 감아 뜬 수는 늦가을 바람에 떨리는 몸을 느끼고 제 옷을 그제야 확인했다.


"....꼴이…. 말이 아니구나…."
"고우십니다. 매우"
"사내가 고와 뭣하라고…."


봄날의 하늘과 같은 색깔의 천들 이었다.. 그 안은 하얗다 못해 투명한 저고리…. 한숨을 깊이 내쉰 수는 호위가 건넨 검은 도포를 걸치고 신을 벗었다.


"난리 치지 않을 테니 가거라. 되도록 멀리."
"그럴 수는 없"
"마지막…. 부탁이다"


고갤 끄덕이고 언제 있었느냐는 듯 눈앞에서 사라진 호위에 수는 그제야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너라"


가슴이 철렁해지는 목소리.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킨 수는 조심히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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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11-27 18:13 | 조회 : 7,717 목록
작가의 말
낯선사람

노잼이 되어간다.. 뒷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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