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파렴치한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몸을 벨 듯 세차게 불어왔다.

"하아.."

손끝뿐만 아니라 손 전체가 빨갛게 얼어 덜덜 떨고있는 손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금세 다시 차가워지는 손을 얇은 겉옷 주머니에 찔러넣고 빨리 묵을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버려져있는듯한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그 문을 열자, 과장 좀 섞어서 툭 치면 부숴질거같던.그런 외관과는 다르게 비록 낡긴 했지만 침대와 작은 벽난로가 구비되어있었다.

침대 위에 먼지를 대충 툭툭 턴 뒤 벽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땐 뒤 그 앞에 앉아 있으니 자연스래 부모님 생각이 떠올랐다.

괜히 기분이 울적해 이렇게 멍하니 있으면 어김없이 내게 따뜻한 수프를 가져다주시던 아버지, 그런 내게 담요를 가져다주시는 어머니.

"엄마, 아빠.."

...보고싶어요. 아주 많이

ㆍㆍㆍ

3주전

아노스 왕국의 명망높은 하이니 가문. 그 가문의  외동아들이자 유일한 후계자.

휜 피부와 큰 눈, 붉은 입술, 기다란 속눈썹. 오밀조밀 모여있는 이목구비. 큰 키와는 다르게 얇은 몸.

외모가 알파같지 않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그것 외엔 남부러울것 없이 살던 나는 잠시 궁에 들라는 국왕의 부름을 들었고 왜 날 부른것인지 알고있지만 왕께서 부르시는데 안갈수는 없어 마차에 올랐다

왕의 집무실 안.

아무나 들일수없는 이곳에 내가 들어온 이유는 그저 국왕의 더러운 사심, 아니 성욕 때문이었다.

"..저를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내 앞에 늙은 왕은, 손짓을하며 내게 말했다

"고개를 들거라"

"전하, 어찌 감히,"

"어서,"

왕의 말에 내리깔았던 눈을 조금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기분나쁘게 올라가있는 입가와 더 기분나쁘게 휘어져있는 눈꼬리는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내가 너무도 대견, 아 이게 아니고.
자 다시,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왔다

''''아 제발 오지마라 오지마라.''''

내 간절한 기도가 무색하게도 왕은 기어코 내 옆으로 와 어깨에 양 손을 올렸다.

그 손은 점점 내려가 내 허리에서 잠시 머물렀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쪽으로 내려가려던 손을 붙잡았다.

"전하,"

나는 그를 보며 난처하다는듯 웃어보였고 그러자 잠시 표정이 굳어지는듯 보이더니
어흠- 하며 헛기침을 하곤 금세 더러운 웃음을 띄우며 하하 웃었다

파렴치한새끼.

"네이슨"

아 내 이름 부르지마.

"예 전하"

나는 생각과 말이 반대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웃는낯으로 대답했고

왕은 내 얼굴을 들어올려 키스라도 할듯 면상을 들이밀었다.

난 전하의 어깨를 살짝 밀며 말했다

"전하."

왕은 이번엔 밀려나지않았고 강제로 내 입 안을 휘젓고 다녔다.

15분같은 15초가 지나고. 그제서야 왕은 내 입술을 놓아주었다.
그것도 잠시, 다시 옷 단추로 가는 손에 나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입을 열었다.

"..알파입니다. 전하."

알파 라는 단어는 나의 유일한 무기였다. 그걸 아는지 왕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굳어갔고, 질린다는 표정으로 날 내보냈다.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던지라 하인은 내가 나오자 눈치껏 입을 다물고 입안을 헹굴만한 차를 내밀었다

난 차를 들이켜 입에 남은 그 새끼의 더러운 침냄새를 지웠고 삼키기조차 싫어 그릇에 도로 뱉어냈다.

"후우..."


ㆍㆍㆍ


다음날, 나는 평소보다 더 일찍 깨워, 조금 화려한 의상을 가져다주는 시녀에게 의아함을 느끼며 물었다.

"뭐야? 오늘 무슨일이라도 있나? 이건 무도회에서나 입을법한 옷...아,"

아, 맞다. 오늘 데뷔당트날이구나.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나는 그 데뷔당트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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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1-02 22:07 | 조회 : 2,963 목록
작가의 말
알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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