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1. 주인님

"낙찰되었습니다!"

자신의 낙찰을 알리는 사회자의 활기찬 목소리를 들은 주하연은 그자리에서 기절하고픈 충동이 들었다. 이 현실에서 도망칠 수만 있다면 어떻든 좋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인생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어머니는 도박과 마약을 일삼다가 막대한 빚을 자신의 외아들에게 넘기고 도망쳤다.

그래도 어머니였는데, 자신에게 이럴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신뢰는 없어도 최소한의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그 결과로 빚 때문에 음지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경매에서 벌거벗고 서있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돈으로 낙찰된 것이다.

'아, 난 이제 저 사람의 노예가 되는 건가... 죽고 싳어도 마음대로 못 죽는....'

하연은 가면을 쓴 낙찰자를 흐릿한 시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럼 차라리 지금 죽는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절했다.


--

눈을 떠보니 눈을 뜬 줄도 모를 정도로 어둡고 좁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손과 발은 묶여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밖에서 시끄러운 잡음과 소음이 잠깐 끊겼다 반복되고 몸이 소리에 맞춰 앞뒤로 움직이자 하연은 자신이 차에 타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한 후에야 지금 자신이 트렁크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평범한 인간으로써 트렁크에 탈 일이 한 번도 없었기에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이다.

조금 있다가 라가 완전히 멈추고 시동이 꺼졌다. 곧 트렁크가 열리고 밝은 빛이 하연의 눈을 괴롭혔다.

트렁크를 연 사람은 경매에서 봤던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하연의 구매자였다. 그는 정말로 강아지를 깨우듯 말을 건넸다.

"일어나야지, 암캐야."

'아-암캐? 개도 같이 타있었나!?'

하연이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개는 없었다. 그는 자신을 구매한 사람을 이상한 얼굴로 보았다.

"아, 깨어있었네."

남자는 가면을 벗었다. 하연의 그에 대한 첫인상은 '잘생겼다'와 '무섭다'였다. 남자는 한 눈에 봐도 '강하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사람이었다.

하연이 남자의 맨얼굴을 보며 멍때리자 남자는 혀를 쯧 차며 말했다.

"암캐야, 주인 말 안 들으면 벌 받는다?"

"저, 저요?" 하연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 남자는 제정신이 아니거나, ....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럼 여기 암캐가 너 말고 어디있니? 그리고..."

남자가 손을 하연의 얼굴이 있는 쪽으로 가져가더니 하연의 입을 강하게, 하지만 치아가 손상되지는 않고 그저 아플 정도로만 세게 때렸다.

"읍!!"

"암캐가 사람 말을 할 수 있던가?"

"....."

말을 하지 말라는 소리 같은데, 그러면 어떻게 의사표현을 해야하는 걸까.

하연이 입을 다물자 남자는 미소지으며 하연의 손발을 풀어주었다. 손발이 자유로워진 하연은 트렁크에서 나와 두 발로 섰다.

그러자 남자가 팔을 꼬며 말했다.

"암캐가 두 발로 설 수 있는 동물이었나?"

하연은 깜짝 놀라서 몸을 흠칫했지만 도저히 스스로 엎드리지는 못했다. 네 발로 걸으라는 소리가 분명했다, 저건.

남자는 한숨을 쉬더니 하연이 반응하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하연을 앞으로 자빠트렸다.

"이번 암캐는 멍청한가보다. 그러면 금방 또 팔려갈텐데... 다시 경매장 가고 싶어, 암캐야?"

하연은 남자가 원하는대로 네 발로 엎드린 자세에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를 보고 남자는 소리내서 낮게 웃었다.

"그럼 주인 말 잘 들어야지, 그렇지?"

하연은 반응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딱히 지적하지 않았다. 암캐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니 주인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시 때문이다. 물론 충분히 시간을 들여 훈련시키면 암캐는 순종적으로 고분고분 굴 것이었다.

남자는 하연에게 개목걸이를 걸어주고 목줄을 부착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하연은 네 발로 기어가며 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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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8-08 04:36 | 조회 : 23,153 목록
작가의 말
Xe

로맨스 아닙니다. 참고로 주하연 만 18세, 키 163cm이고. 이우현 만 34세 키 188c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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