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12화

"안녕 곰돌씨."

눈을뜨니 폭신한 곰돌씨가 내 배 위에서 자고 있었고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러니까 니가 내려가서 자!'

'니가 어딜봐서 형인데!'

'어딜봐도 형이잖아!'

'뭐라는거야 키도 작은게!!!!'

'내가 먼저 태어났잖아 배은망덕한 놈아!!!'

서로 양보하지 않았던 침대는 결국 둘이 같이 쓰게 됐다.
원래도 같이 쓰라고 사준 침대지만 둘이서 같이 자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서로 원하지 않아서 트윈 침대로 바꾸려고도 했었지만...

"어느새 너나 나나 익숙해져버렸네.."

비어있는 옆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졌고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침울해졌다.

"그렇게 말하기 싫었나."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렇지만 그 이후로 집에 안들어오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보나마나 고지한네서 신세지고 있을게 뻔했지만 굳이 묻지도 데릴러 가지도 않았다.

"이빈아 밥먹어."

"이호형~ 오늘은 뭐야~"

생각을 멈추고 날 부르러온 이호형의 부름에 바로 달려나갔다.
그런놈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기만 하니까 맛있는거 먹고 기운차리기로 했다.

"유빈이는 오늘도 안온거야?"

아저씨가 걱정스레 내게 물어본다.

"하하.. 바쁜가보더라구요."

"그래.. 그 오디션 준비한다고 했지?"

"네...."

크게 밥을 떠서 입안 가득 집어 넣었다.
유유빈은 어차피 나한테 말할 생각이 없다.
애초에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건 분명 나일텐데 왜 서운하고 서러운지 모르겠다.

"잘먹었습니다."

대충 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의 재혼 전보다 커져버린 방이 더 허전했다.

[지이이잉]

핸드폰이 울리고 수신자를 보니 유유빈이었다.

[오늘 저녁 7시에 힐링티로 와.]

누구더러 오라가라 하는거야? 아니 그보다..

"거기가 어디지.."

[저녁 7시]

어찌저찌 묻고 물어서 찾아온 카페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중앙에 마이크와 드럼, 기타 등이 놓여있는 라이브 카페였다.

"왜오라는거야."

대체 뭘 보여줄려고...

[딸랑]

안으로 들어가자 무대 중앙의 두 사람이 보인다.
지한이가 내게 다가와 특등석이라며 나를 안내해줬고 그리고 그 곳엔 사랑스런 가온이가 있었다.

"가온아!"

"어? 이빈아!"

"고지한이 괴롭혔어!?"

"어..? 아니!? 아니야!"

가온이의 손을 잡고 이리 저리 살펴볼때 지한이가 직접 서빙까지 해주며 음료를 가져온다.

"야! 그만 좀해! 안잡아 먹는다니까!? 아직은!?"

"아직은?"

"자자. 친구 이걸 먹고 진정하자고."

"너 이새끼..."

"하하하하! 바쁘다 바빠!"

"야!"

지한이가 튀어버리자 가온이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러지말고 앉아. 오늘 위해서 준비 많이 했데."

"..응.."

가온이의 말에 자리에 앉았다.
달콤한 초코 우유가 기분 좋았다.
카페 사람들은 북적였고 내 앞에 앉아있는 가온이 때문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고지한과 유유빈이 무대로 올라온다.

"안녕하세요.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지한이의 말에 카페 사람들이 대답을 한다.

"네~!!"

"활기찬 대답 감사합니다. 오늘 여기 계신 분들께 노래를 들려드리려고 무대에 섰는데요. 사실 더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해해주실거죠?"

능청맞게 웃으며 말하는 고지한의 대답에 다들 똑같이 네~ 라고 대답해준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의 곡은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노래가 흘러나온다.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줄거야. 메마른 가슴 속을 적셔줄 멜로디~"

그건 어느 만화의 OST였다...
당당하게 노래하는 둘은 신나보였고 카페 안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본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따라 부르기도 하고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약 3곡 정도를 짧게 만화의 OST를 부른 두 사람은 마이크를 정검하면서 유유빈이 말을 시작한다.

"만화 OST로 목을 풀었으니 이제 진짜 우리 둘의 노래를 들어봐야겠죠?"

유유빈의 말에 카페 안 사람들은 다시 호응 해주며 대답한다.

"다음 곡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유유빈과 눈이 마주쳤다.
설마 하는 기대감과 걱정이 뒤섞여 그를 바라봤다.

"진짜 첫사랑."

그 곡은 내가 써내려간 곡이었다.
둘은 노래를 시작했고 카페 내부는 조용해졌으며 두 사람의 목소리만 울렸다.

"산산히 부서져 버린 사랑에 나 울고 불고 소리쳤죠."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괜찮아질거라며 울었죠."

"세상에 가장 힘든것이 사랑이라면 나 다시는 사랑 하지않을거라 했는데."

노래가 한번 끊기고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는다.

"첫사랑이 온거죠. 이제야 진짜 사랑을 만난거죠. 돌고 돌았던 우리 사랑이 이제야 진짜 이뤄지려고 하는거죠."

"나 너무 설레어서 어쩔줄 모르겠어요. 그대만 생각나고 그대만 보여요."

"모두가 반대하고 안된다며 소리쳤던 사랑."

"이제야 찾아왔네요. 이제야 내게 왔어요."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며 동시에 노래한다.

"그대가 내 사람이라고."

둘은 그제서야 많은 사람들을 둘러보고 우리 둘을 본다.

"괜찮아요. 겁내지 말아요."

"이번엔 정말 자신 있는걸요."

"그대가 내 사랑이라고."

"그대라면 괜찮을거라고."

둘이 같이 노래하는 노래가 울려퍼진다.

"우리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달콤하게 울리는 목소리에는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한걸까 싶어 유유빈을 계속 봤지만 유유빈은 웃을뿐이었다.

"나 진짜 사랑을 찾았어요. 그대라는 사람을."

노래가 끝났다.
박수 소리가 울리고 둘은 무대를 내려왔다.
고지한은 가온이에게 달려가 안겼고 유유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당당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합격점이야?"

서운했던 감정이 녹아버린듯 사라졌다.
말 안해준건 괘씸하지만 노래로 보답받은 기분이었다.
이보다 더 이 노래를 잘 불러줄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고마워."

내 한마디에 유유빈은 놀란 표정이 된다.

'작곡가의 노래는 불러줄 가수가 없으면 미완성이야.'

아. 지금이라면 그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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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18 22:30 | 조회 : 1,326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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