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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TV 화면에 '전생'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나는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전생'의 산물은 가지고 있다.

죽어도 끝까지 따라붙으며,
점점 그 수를 늘려가는.
'전생'의 산물, 아니, '전생'의 '저주'.


---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나는 지금,
아무도 없을 듯한 컴컴한 학교 복도에서 죽어라 뛰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

나를 쫓고 있는 정체불명의 검은 대가리 때문에!


"으아아아아!!!"


뭐야 저건!!
이런 거, 많이 봤었는데.
주인공(스스로 주인공이라고 판단하는 거냐:;)이 괴상한 물체한테 쫓기다가...누군가를 만나지 그래.
죽는 일은 거의.........없지만 있긴 있구나, 그래.

히..힘들다.
역시 체력이 딸리는 건가.

그래도 간신히 모퉁이에 숨었다.
그 예의 괴상한 소리가 끼릭거리며 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하아. 간 건가.
이제 계단 쪽으로 조용히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조용히 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그 대가리(:;)는 이쪽을 보지 않았고, 그렇게 거의 복도 끝이 보일 때...

"엣"

콰당-

아...망했다.
이쪽으로 온다..

빨리 도망쳐야..

계단..! 계단이다!!

빨리..빨리..!

"..어..?"

몸이 떠올랐다.
뭐지, 날고 있는 건가?
...그럴리가.

나는 지금 계단에서 날았다. 하하.
난 죽었군.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눈을 꼭 감았다.

"?!"

얼굴에 단단한 무엇인가가 닿았다.
아, 아파.
안경에 코 부분이 눌려 찍혀졌다.

"무슨.."

와아.
지금 상황에서 이런 말 하면 안 되겠지만,
정말 잘난 놈이 나를 구하러 왔다!

그렇게 생각한 내 뒤통수를 그 큰 손으로 누르며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도록 껴안았다(?).

"조심해."

콰아앙-!

어어. 뭐더냐 이 소...아니 굉음은.
...세다. 이 녀석

그 순간 정-말 어이 없게도 나는 다리가 풀려버렸다.
그리고 심장이 멈췄던 것처럼 갑자기 숨이 거세게 쉬어졌다.
힘들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들어올려졌다.
그 녀석에게.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뭐, 해준다면야 나야 좋지.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그냥 그 녀석 품에서 긴장을 놓아 버렸다.


---


"...이..?"
"...없...그...하는....."
"아....았어...그런.....가...."

음, 깜빡 잠든 듯하다.

어. 저건.
어제 그 녀석과...
맞은편은 분명...분명...!

"변...쌤?!"
"어어?"

하마터면 변태라고 할 뻔 했다.

"변...?"

아아.
그 녀석, 들었나 보다.

"아하하...그건 말이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녀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어본다.

"아하하하! 하준아! 일어났니?"
"...아. 네."
"아니 그런데 어쩌다기 그런 늦은 시간까지 거기 남아있던 거야?"

애들한테 쫓기다가 창고에 숨었는데 깜빡 잠이 들어버려서..
라고 말하면 혼나겠지.

"하하..."

그냥 웃어보이는 수 밖에.


---


언제였더라, 이 기억.
그 아이는 혼자 있던 나에게 다가왔었지.
그러고는 말을 걸었어.

[너는 왜 혼자 여기 있어?]

왜 왔을까.

[우와- 그 안대 되게 멋져보인다!]

그게 네 반응이구나.
어쩐지 색다르네.

[우리, 저기 가서 애들이랑 같이 놀자!]
[싫어.]
[에에...어째서..?]

그냥 무시해 버렸다.

[야아! 빨리 와! 놀자! 왜 거기에 있어?]

그래, 어서 가봐.

[싫어! 얘랑 같이 놀거야!]

...?
왜?

[그림 그리는 거야?]
[...응]
[잘 그린다!]

멋져, 라며 그 아이는 말을 반복한다.
참 신기하네.

그 후로도 몇 번인가 그 아이와 어울렸다.
그때마다 내 마음은 조금씩 열렸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아이는 나에게 안대를 벗어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 아이라면,
괜찮을거야.
라고
막연한 생각을 가져보았다.


---


내 앞에 앞서 가는 이 녀석,
그러니까 어제 나를 구해준 녀석은
강준혁. 우리 학교의 2학년이라고 한다.
...나랑 동갑이네, 근데 왜 몰랐을까.
더 신기한 건 이 녀석 꽤나 유명인사였다.
게다가 바로 옆반.
뭐였더라, 차가운...아니, 얼음 뭐시기.
엄청 오글거리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잘생겨서 그런가.

"최하준."
"...어?"
"빨리 와."
"어, 어."

뭐야, 쟨?
아아...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유명인사랑 나 같은 보지도 못한 애랑 같이 다니는게 정말로 신기하겠지.

심지어 이 몸은 따돌림 당하는 녀석인데.

오늘 나는 이 녀석을 따라서 어딘가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이 녀석과 한가롭게...는 아니고,
같이 그 어딘가로 하교하는 중이다.

으음, 어쩐지 계속 산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집에 갈 수는 있으려나.


---


"얘냐?"
"응."

와아- 머리 길다.

내 눈 앞에 머리가 긴 남자(음, 남자같다.)가 있다.
신기하네.

"...신기하네."

음? 지금 내 마음을 읽은 건가?

"얘, 되게 신기해."

아아, 걱정마세요.
저도 그쪽 신기해요.

"..역시 그런가."
"끼쳐도 단단히 끼쳤군."

남자가 내 양 어깨를 잡았다.

"...무슨?"
"가만히 있어봐."
"에에.....에?"

그 남자의 손가락이 내 입술 사이를 파고든다.
에...? 잠시만!!

"암이마...읏"(잠시만...)

기...깊어어...?
남자의 손가락이 혀뿌리쪽으로 점점 다가간다.
신기하게도 구역질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거부감은 있는 것일까나,
눈물이 나는 것을 보니.

"흐으?"

입천장이 더듬어진다.
그마...안?

"!!!!"

입에서부터 전기가 흐른다.
아니, 그런 느낌이 난다.
싫어, 잠시만, 싫어싫어싫어..! 그만! 아파아...?!

"파핫-!"

거친 숨이 내뱉어짐과 동시에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 장발 남자에게 기대어버렸다.

"하아...하아...."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하고 힘들게 고개를 위로 올렸다.
장발 남자 어깨 너머로 강준혁과 눈이 마주쳤는데,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내 눈을 피해버린다.
보는 사람도 힘들었다, 이거냐.

"어때?"
"으음, 심해. 너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정도인가."
"그래도 조금은 막아놨어."
"고맙다."
"그리고 웬만하면 네가 직접 보지 그러냐?"
"..."
"..됐다. 이거 줄게."

장발(그걸로 굳혀진거냐)이 나한테 무언가를 내밀었다.
목걸이인가..?

"부적 같은 거야. 항상 몸에 지니고 있기를."
"아...네...."
"가자."

강준혁이 내 손을 잡고 끌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 내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하...이런.
이렇게 자주 다리가 풀려서야...

"...어, 조금 있다 가면 안될까..?"
"그래그래, 조금 있다가."

장발이 미소 지으며 말한다.
그러자 강준혁이 예의 그 찌푸린 얼굴을 해 보이더니 내 얼굴을 보고 말한다.

"업혀."

..뭐요? 미치셨나 혹시?

"싫으면 말고."

라며 내가 가만히 있자 그냥 나를 들어올린다.
어이 잠시만, 이거 데쟈뷰가 느껴지는데..?!

"어....어....??"
"할 말 있어?"

응이라고 대답했다가는 죽을 것 같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잘 가-! 라고 뒤에서 장발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아...망할.


---


그 날 이후 일주일간 나는 괜찮은 날을 보냈다.
확실히 이 부적,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오늘도 기분 좋게 등교를 하고...
첫 교시 체육.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남녀 피구에서 빠졌다.
어차피 홀수 명이라 한 명은 빠져야 하지만.

그렇게 멍 때리며 앉아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 조심해!!!"

뭐지...하고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건....
얼굴로 날아오는 공??!

"에...."

퍽-

아...안경 날라갔다.
안경 수난 시대구나-.
돈 없는데.
깨졌네.

"괜찮아?"
"아. 응"
"야아 안경 깨졌다. 어떡하냐?"
"눈은 괜찮아?"
"..."

관심도 없던 애들이 갑자기 왜 그런더냐.
이것도 부적의 힘인가.

"고개 들어봐"

귀찮다. 빨리 가라. 괜찮다니까.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조용해진 주위-에...?
뭐 잘못했나..?

"너...너...어..."
"꺄악-"
"머리에 피..!"

아아. 기분 나쁜 느낌이 이거였구나.

"보건실...!"

괜찮아. 괜찮아. 괜찮겠....어.

누가 나를 들어올리는 느낌...누구냐.
강준혁이네.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있어서 익숙해진 것일까.
그냥 몸에 힘을 풀고 될 대로 되라-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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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1 20:05 | 조회 : 1,602 목록
작가의 말
Os

너무 길다....핳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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