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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배들"
"음?"
"왜?"
"이거 동아리 왜 만든 거에요, 뜬금없이."
"뜬금없다니! 말이 심해!"
"음....심심해서?"
"...."
"우리 하준이 몰랐구나-!"
"뭘요?"
"우리 퇴마사야."

진지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찬영 선배를 보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야."
"에에-?????"

한울 선배까지도?
진짠가?

"엑.. 내가 말하면 그런 표정 짓고 왜 한울이가 말하면 믿는 눈치인건데? 질투 나아-"

그쪽은 입 다물고 계세요.


---


짜증나.....
가끔씩 이런 기분 나쁜 꿈을 꾸고는 한다.
그런데 이 꿈이 무엇이었는지는 한 번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 안경이나 맞춰야지.
늦었는데....그냥 내일 아침에 맞출까.
...
귀찮다. 그냥 지금 가자.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몇 분 정도 걸어가다 보니
안경점이 앞에 보였다.

뭐지. 왜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나지?
기분....탓이겠지...?


---


다행히도 안경을 맞추고 나올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부적이 있어서 인가.
다시 만나면 고맙다고 꼭 전해야겠...

아아 젠장.

간식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들어간 순간
그곳에 서 있던 칼을 든 강도와 마주쳤다.

역시 내 불운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구나.
하하...하......


---


[으앗!]
[큭...]
[어...어디가..?]

내 뒤로 나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 따위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안대를 벗었던 왼쪽눈으로,
저주 받은 듯한 붉은 눈으로 그 아이를 보았을 때
나는
무서워서 그만 도망치고 말았다.

그때 당시 나의 능력으로서는
그렇게 큰 힘을 마주하기 조차 무서웠다.

나도 부모님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이 삶을 마칠까봐
무서워서,

무시해버렸다.

내가 그에게 알리기라도 했다면.
무섭다고 그 아이를 밀치고 도망치지만 않았더라면.

아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찾아갔다면.

그 일을 저질러놓고 나를 향해 웃고 있던 그 자식들을 보지 않았을 텐데.
그 아이를.....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된 건,
나 때문이야.


---


"하..하하..."
"움직이지 마."

순간 엄청 크게 움찔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친 순간....

[-]

"으에엣..?!"

떨어져 있던 비닐 끝자락을 밟고 시원하게 뒤로 넘어졌다.

그래, 그 정도는 보통이라고.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일주일간 나를 지켜준 부적이 깨져버린거냐고...??!?

내 귀 옆으로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느껴진다.
누구야?

"너 이쪽으로 와."
"..?"
"방금 넘어진 병신 이쪽으로 오라고!"
"..아"

젠장.
망할.

시X.

그렇게 나는 그 강도 녀석의 인질이 되었다.

"사..살려주세요?"

이런 말 먹힐 리가 없잖냐?

아아...누구 도와줄 사람 없나...

떠오르는 건 익숙한 얼굴 2개....
하아...나 이렇게 인맥이 좁았나.
어째서 떠오르는 사람이 유찬영 그 새끼랑 한울 선배 밖에 없냐고...
아, 한 명 더 있었지.
편의점 문 너머로 보이는...
그래, 강준혁.

...어?
잠시만, 문 너머?

[콰앙-]

"그 개같은 손 놔라."

그래, 확실히 강준혁이다.
후드티를 꾹 눌러써서 잘은 알아보기 어렵지만, 저런 얼굴은 흔치 않다고?

"너..넌 누구야?"
"놓으라고"

와아-
강도새끼가 쫄았나 보다.
말까지 더듬는 것을 보면.

"가..가까이 오면 이 자식 죽여버릴거야..?!"
"죽여봐."

방금 건 내가 말했다.
내 말에 둘 다 놀랐나보다.

"죽여 보라고. 어차피 이런 불운한 인생 살아봤자 좋은 것 없으니까. 뭐,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아니, 죽는 게 더 나을 수도."

피식 웃으며 이 얘기를 하니까 강도 놈은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 이거 재미 들리면 안되는데.

...그런데 강준혁 네 표정은 왜 썩었냐.

"뭐해? 어차피 자살해보려던 생각이었는데. 죽여보라고."

가장 안 좋은 인질은 살 의지가 없는 놈이다.

"젠장!"

어..어어..?

강도 놈이 나를 옆으로 집어던졌다.
잠시만...?!

등쪽에 강하게 부딪히는 느낌과 통증이 뇌까지 전달되었다.
아....아프다...
머리쪽에 뜨거운게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이겠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아아. 경찰이 왔나보다.

근데.
이것들은 뭐야..?

-키깈...-
-정말이야?-
-죽고 싶어?-

이것들은..?
어디서 많이...
누구지...?

-우리가-
-죽여줄게-

"커헉-"

목이 죄여온다.
아..파....싫어.
괴로워..
놔...이거....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숨..숨이 안 쉬어져.
얼굴 쪽으로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걸..몰리는 거라고 했던가.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힘들어.

"風?"

[쉬이익-]

"허억...허억..."

목을 죄여오던 것이 사라졌다.

....강준혁이다...
나...살은 건가...?

얼굴이 다가온다.
그의 손이 내 뺨을 쓰다듬는다.

아, 나 울고 있었던가.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무슨.. 아, 죽고 싶다는 말 말인가..
그나저나 대답할 힘도 나지 않는다.

힘들어.
정신이...어디론가 가고 있다.
시야가 흐려지고 있다.

아...조금만....자 두자.


...
잠이 들기 전,
강준혁의 왼쪽 눈이 붉은색으로 빛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많이...그리운 듯한..
밝은 붉은색.


---


미안해.
나 때문에.
다시는...널 놓지 않을 거야..
미안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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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3 20:34 | 조회 : 1,498 목록
작가의 말
Os

졸려...랄까 하루에 한 번꼴로 엄청난 양의 소설을 올리는 듯한 느낌입니다. 기분 탓인가요ㅍㅅ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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