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탄생일(10) (+리안여장 그림




잔잔하게 깔리는 피아노 음악에 맞추어 리안은 춤을 추었다.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생기 넘치게 퍼지는 은빛의 머릿결과 소년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연한 손놀림은 빠른 시간 내에 모두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리안의 검은 꽃잎처럼 조명을 받아 반짝이며 떨어지듯 공중에 그림을 그렸다. 그 회장 내에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직 잔잔한 음악과, 거기에 맞추어 움직이는 하나의 꽃과도 같은 리안이 그 모든 분위기를 좌우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에 취해갔다. 눈을 살짝 내리깔며 떨리는 긴 속눈썹과 섬섬옥수와도 같이 마르고 긴 손가락이 움직여 검을 잡아 올리는 모습은 너무도 조화롭게 춤을 장식했다.




그리고 음악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고, 리안은 기다렸다는 듯 검을 고쳐 쥐곤 비루의 돌기를 당겼다. 그러자 리안의 움직임 위로 푸른빛이 일렁이며 떠올랐다.

그곳의 모두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푸르고도 아름다운 빛은 물결처럼 리안의 움직임을 따라 쌓여갔다. 조명으로 인해 반짝거리며 검의 자취를 따라 움직였다. 천사가 강림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빛은 검을 따라 흘렀고, 검은 공중을 그었다.



마인의 눈이 커졌다.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그가 본 어떤 이보다, 어떤 것보다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두가 집중한 그때에, 음악이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일렁이던 푸른빛도 사라지고, 리안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리안이 검을 놓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함과 동시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미차드도, 메리나도, 콘들도, 카인도. 지금까지 그를 응원해 준 이들이 먼저 박수를 쳤다.




마인은 여전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까지 보던 것은 환상이었던가. 아니다. 리안이었다. 자신의 황비가 될 이. 마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안도 고개를 들고 마인을 쳐다보았다.




"-고맙다, 리안."




마인은 씨익 웃어주었다. 처음으로 보는, 어떤 차가움도 없는 꾸밈없는 웃음. 그것을 본 리안의 얼굴에도 그제야 미소가 피어났다.





그러나 훈훈한, 리안이 그렇게도 바랬던 그 순간도 잠시. 리안은 그대로 쓰러졌다. 리안의 드레스 위에 장식된 장미꽃이 보기 싫게 바닥을 뒹굴었다. 즐거워 하던 모두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어갔다.

마인과 카인이 동시에 그에게로 뛰어갔다.






"이런 이런-. 이게 무슨 일이람."




그러나 그들의 앞을 먼저 막고 리안에게로 온 것은, 이드였다. 이드는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생긴 검은 공간을 통해 회장 위로 올라왔다. 마인의 표정이 냉랭하게 굳어들어갔다.





"이드-!!"



"왜 그렇게 화나셨을까, 가리어드의 황제. 마인."





이드는 킥킥 대며 리안의 축 처진 몸을 가볍게 안아 올렸다. 마인이 허리춤에서 검을 빼들었다. 카인은 힘없이 이드에게 안긴 채 정신을 잃은 리안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검을 뽑았다.






"리안은 내가 데려가서 신부로 삼아주지. 그럼, 안녕- 즐거운 파티, 계속해야지?"


"네 멋대로 하게 안둔다."





마인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이 지나간 자리로 하얀 빛이 번쩍하더니, '검기'가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이드는 이미, 다시 그 공간으로 사라진 뒤였다. 마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콘들이 서둘러 회장 밖으로 뛰쳐나가 기척을 살폈으나, 그와 리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리안의 검만이 주인을 잃고 바닥위에 놓여져 있었다.

방금까지 리안이 춤을 춘 곳은, 흩어진 장미꽃으로 어지럽혀졌다. 콘들은 서둘러 식장의 귀족들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파티는 끝이었다.





"리안..!!!"





마인은 울부짖듯 리안을 불렀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날 위해 여장까지 한 건가?"



이드는 키득 거리며 수갑으로 두 손목이 묶여선 자신의 방 침대 위에서 쓰러져 있는 리안을 내려다보았다.


물론 그때, 리안이 자신 대신 채찍을 맞은 순간부터 자신의 신부로 만들기로 정했었고 그 후로 파티일에 맞추어 정확히 신력을 이용한 포탈을 만들어 두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줄이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회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리안은 기절한 상태였다. 어차피 칸제국까지 이동하면서 반항을 한다면 포탈 이동에 방해가 되니 기절을 시킬 생각이긴 했다만.





"뭐, 조금있다 깨겠지-. 그건 그렇고...."






이드는 씨익 입 꼬리를 올렸다. 그리곤 드레스의 윗자락을 그대로 꽉 붙잡곤, 가차없이 잡아 당겨 찢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옷이 볼품없이 찢어지고 리안의 속살이 보였다.










"너무 예뻐서 먹고 싶어 미치겠네-. 킥."









리안 여장 그림 부탁하신 분이 있어서 서둘러 그려보았습니당




그림체 바뀐 것 같은 건 착각)

3
이번 화 신고 2017-02-25 23:04 | 조회 : 3,786 목록
작가의 말
렌테

꺄르륵 채색 따위.. 할 시간이.. ㅋㅡ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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