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시간을 거슬러 만나다.

나는 긴토키에게 얼마든지 기다리겠다는 소리를 듣고 걱정말라는 소리를 하고는 순간, 스쳐가듯 떠오른 생각에 긴토키를 따라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긴상... 호, 혹시...]

긴토키는 날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하게 긴토키는 날 알고있었다.

해결사에서 긴토키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어쩌면 내가 긴토키를 모르고 있었던 유곽 시절에서부터, 긴토키는 계속해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시기상으로 내가 과거에 오게 되어서 결론적으로 아야메보다 긴토키를 먼저 만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긴토키는 내가 해결사에서 만날 때까지 아들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확실히 카오루라는 이름은 긴토키가 먼저 지었다.
그렇다면 아야메는?

언제부터 카오루라는 이름이 시작된거지?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평소처럼 생각을 금새 접었다.
고민을 해봤자 지금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지금은 긴토키가 걱정스러웠다.

아무 휴식도 취하지 않고, 만 엔이 있는 데도 아무것도 안 먹었다.

그리고 위태롭게 계속 걷기만 한다.

[긴상! 절 기다려주겠다고 한 지 1분도 안 지났습니다! 정말 제대로 움직일...... 수 없지, 참. 체력이 많이 떨어졌으니...]

긴토키는 아직까지도 죄수복을 입은 채, 고요히 내리는 눈을 맞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긴토키의 어깨 위에 쌓인 눈을 털어 내려다가 소란스러움에 뒤를 돌아봤다.

[......!]

뒤에서 소란스럽게 감옥에서 봤던 이들이 긴토키를 쫓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험악한 얼굴로 긴토키를 잡으려 했다.

[기, 긴상...!]

다행히도 긴토키는 나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뒤를 곁눈질하며 틈을 노리고 있었다.

사람이 조금 많은 곳으로 그들을 유인하더니 다른 사람에게 부딪혀 한눈을 판 사이, 곧장 달려나갔다.
그들은 뭐라뭐라 큰소리를 치면서 쫓아오기 시작했다.

긴토키가 안간힘을 쓰며 달리는데도 거리가 늘려지기는 커녕 어쩐지 조금씩 좁혀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체력상으로 긴토키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니까.

긴토키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골목으로 들어갔다.
꺾이고 모퉁이를 돌면서 그들을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한참을 건물 뒷편 골목에서 조용해질 때까지 숨을 돌리다가 골목을 나와 주위를 살폈다.

주변은 묘지였다. 비석들이 잔뜩 쌓여있는 공동 묘지. 방금의 소란과는 상관 없다는 듯 고요함 뿐이었다.

나는 비석 위에 쌓이 눈을 손으로 푹 눌렀다. 당연히 눈을 통과해버려서 흔적조차 남지 않았지만 시린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아까부터 내린 눈은 이제 눈이 몇 센티는 쌓인 것 같았다.

온 세상이 새하얬다.

긴토키와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봤다.
눈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 고요하면서도 찬찬히 쌓이고 쌓였다.

"하아..."

긴토키가 추워서인지 답답해서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둘 다 일거라고 생각되지만 나는 그저 아무 말 않고 미소를 지었다.

계속해서 긴토키 때문에 마음을 졸이다가 오랜만에 웃는 것 같았다.

"드럽게 힘들군."

드럽게 힘들어서 한숨을 쉰 거였나...?

긴토키는 비척비척 걷더니 알지도 못하는 묘지를 골라잡아 묘지 뒤에 앉아 등을 기댔다.

[긴상? 설마 여기서 잘 생각이라면 당장 그만 두시죠. 입돌아갑니다. 아니, 그전에 얼어죽을 것 같은데 말이죠.]

긴토키는 힘이 빠졌는지 왠지 축 늘어진 듯한 자세를 취한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굶어죽는 거 아냐?

한 참을 그러고 있다가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발소리를 들어선 남자가 아닌 왠 여자인 듯 했다.

예상대로 왠 늙은 아줌마... 아니, 오토세가 긴토키가 기대고 있는 묘지 바로 앞에 멈추어 서더니 쭈그려 앉아 초석 위에 만쥬를 올려 놓았다.

그 덕분에 이때까지 미동없이 축 늘어진 채 비석에 등을 기대고 있던 긴토키가 고개를 들었다.

"여어, 할멈. 그거, 만쥬야?"

"......."

"그거 먹어도 돼? 배고파 뒤질 것 같은데."

"이건 우리 남편 거야. 그이한테나 물어봐."

긴토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만쥬를 집어 먹었다. 마지막 하나까지 남김 없이 먹었을 때, 오토세가 물었다.

"뭐라든, 그이가?"

"몰라. 죽은 사람이 뭔 말을 해?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천벌 받을 놈. 벌 받아 죽어도 난 모른다?"

"죽은 사람은 말도 안 하고, 만쥬도 안 먹어. 그래서... 내 멋대로 약속했어."

"......"

"이 은혜는 잊지 않아. 당신 부인,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당신 대신 내가 지켜줄 거라고."

[그렇게... 그렇게 오토세씨를 만났구나... 다행이다.]

이제야 마음이 완전히 놓였다.

위태롭게 휘청거리던 긴토키도 더 이상 휘청거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 같은 게 생겼다.

이제, 이곳에서는 더 이상 내가 필요없다.

오토세씨를 만난 시점부터, 만쥬를 먹는 부분부터 더 이상 걱정이 되지 않았다.

긴토키가 날 제대로 기다려 줄 테니까.

한 가지 굳이 꼽자면 아야메가 걸리지만 이미 과거로 왔기에 어떻게 흘러갈지 알았다.

이제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선택은 내가 했고,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

[하아아... 그걸로 된 거야. 그걸로.]

내 손을 바라보니 뭐랄까 희미해지고 있었다.
전부터 귀신이라 발끝이 살짝 비치긴 했지만 손까지 희미해진 건 처음이었다.

돌아가는 거겠지.

긴토키가 있는 곳으로.

어떻게 될 지 알고 있기에 두렵진 않았지만, 신기해서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설마 이대로 사라진다던가... 뭐 그런건 아니겠지.]

안돼, 안돼. 생각말자. 괜히 두려워지니까.

잠시 후, 거의 완벽하게 희미해지더니, 곧 이어서 정신마저 잃었다.


* * *


새카만 암흑 속에서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나는 왠지 익숙한 기분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데 어쩐지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오랜만에 몸에 들어왔더니 몸이 무거워서 그런가?

"히우으으?"

아... 왠지 알 것 같다.

이 몸, 내 몸이 맞긴 맞다. 그런데 단지 아기일 뿐이다.
아야메와 긴토키의 아이. 갓난 아기.

어째서지? 지금의 이 몸은 내가 이제 막 이 세계에 왔을 시기의 내가 이 몸에 들어와 있어야 했다.

아니면, 나... 아저씨가 아니라, 진짜 카오루가 있어야 했다.

난 환생한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와서 이 카오루라는 아이의 몸에 빙의한 거니까...

"아! 정신을 차렸어!"

아야메가 보였다. 옆에는 눈에 익은 다른 기생들도 보였다.

"그러게, 어제 저녁에는 정신도 못차리고 열도 펄펄 끓었는데..."
"그렇게 축 늘어져 있더니, 아침이 되니까 정신을 차리네."

"다행이야. 일도 제대로 잡히지가 않았어... 걱정되서..."

아야메는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더니 젖을 물린다.

오랜만이라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대화로 들어봐서 안 먹디간 다시 병자 취급을 받을 것 같아 조금이라도 물어야겠다는 심정으로 포기한 채 젖을 물었다.

그렇게 오랫동안은 아니었지만 잠시만이라도 시늉을 했다.

덕분에 아야메는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아야메는 이불을 깔아놓은 자리에 나와 같이 누웠다.
하지만 나는 그닥 졸리진 않았기에 얌전히 아야메의 품에 안겨, 가만히 눈을 말똥히 뜬 채 아야메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야메는 나를 재우려 자는 시늉을 하다가 정말 자버렸다. 하긴, 밤 일이니까 피곤도 했겠지.

정말 이 원래의 몸 주인은 어디를 간 거지?
설마, 많이 아팠다는 것은 원래 아가는 사실 죽... 몰라, 모르겠다.

한 가지, 정확히 말 할 수 있는 건, 난 환생을 한 것이 아니라 빙의를 한 거다.
그렇게 되면 난 정확히 긴토키의 아들이 아니다. 몸은 아들이다만... 난...

"히유우우.."

나는 자그마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왜 갑자기 이런 곳으로 돌아오게 되어서 애써 잊고 지내던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걸까.

설마 사라지기 전에 아야메가 조금 걸렸다고 해서 다시 이곳으로 오게된 건가? 10년을 다시 살라고?

지금 아야메를 볼 때마다, 다른 기생들을 볼 때마다, 그리고 이 방을 볼 때마다... 그 때가 생각난다.

유곽이, 가족같은 이들이 불타고 시체가 되어있던...
바꾸고 말고 이전에 자꾸만 그 상황이 떠올라 자꾸만 움츠러든다.

솔직히 이 상황 자체가 나에게 그 때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 같다.

계속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다보니 벌써 아침을 지나 늦은 오후,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기생들은 하나둘씩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아야메. 이 아이 아직 이름 안 지었지? 지금 짓지 그래?"
"그러게... 좋은 이름으로 한 번 지어봐."
"애 아빠 성이 뭔지는 알아?"

"아니... 긴토키씨라는 이름과 백야차라는 것 밖에..."

"그럼 네 성을 써야겠네?"

"으응... 뭐, 이름을 짓더라도 당분간은 '아가' 라고 부르게 될 것 같지만."

아야메는 날 번쩍 들어올리더니 나와 눈을 맞추며 미소지었다.

"아가, 네 이름은 뭐가 좋을까?"

"히야아우으으?"

"음... 카오루!"

"......!"

나는 놀란 눈으로 아야메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야메와 다른 기생들은 내 놀란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떠들어댔다.

"헤에 좋은 향기... 좋은 향기를 풍기다... 라는 뜻인가? 유곽에서 난 아이라 그런지 더 어울리는데?"
"그럼 이노우에 카오루라는 이름인 거네?"
"왜 이런 이름을 지은 거야, 아야메?"

"으음... 비밀! 나중에 카오루한테만 알려줘야지."

"에에? 그게 뭐야~"
"쩨쩨하긴."
"어이, 다들 준비하자! 금방 해 저문다!"

기생들은 모두 일어나 제 할 일을 마저 했다.
아야메는 나를 들어 눈을 맞춘 채 조용히 말했다.

"사실... 네 아버지인 백야차가 날 다시 한 번 찾아 온 적이 있었어. 아주 급해 보였지."

"......"

"사람을 찾고 있었어. 정말 급해 보였는데, 그만큼 절박해 보였고,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네가 아버지를 찾고 싶어져서 찾게 된다면... 너를 봤을 때 그 카오루라는 사람을 소중히 했던 것처럼, 그 사람이 너 역시 소중하게 대해줬으면 해서 그렇게 지었어."

"......"

"아, 그 사람도 이노우에 카오루라고 했었나... 그분이 왜 그 이름을 갖고 있냐고 화를 내려나?"

"후으..."

"그래도 아들이니까... 소중히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랬구나... 그렇게 된 거였어. 결국 카오루라는 이름을 먼저 지어주었던 사람은 긴토키였어.

그리고, 나는 그의 아들이 아니야. 몸만 그의 아들이었을 뿐, 영혼은 이미... 어제 많이 아팠다고 했었지...
그 때 어떻게 되었고 지금은 내가 들어온 거고... 가만.

그럼 내가 이 아이의 몸에 처음 빙의 되기 전부터 이미 나는 이 몸에 한 번 빙의 되었었구나.

그래서 익숙한 기분이 들었던 거였어.

"카오루, 카오루. 어쩐지 부를 때마다 정겨운 기분이드네...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야. 자, 그럼! 엄마 일 하고 올게. 얌전히 있어야 해?...... 이상하다, 그렇게 아프더니 애가 울지도 않고 얌전해졌네... 혹시 아직도 아픈 건가?"

아야메는 자신의 이마를 짚더니 다시 내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아무튼 울지말고 얌전히 자고 있어?"

아야메는 나가면서도 자꾸 날 돌아봤다. 나는 조금이라도 아야메의 얼굴을 머릿속에 담고 싶어서 계속해서 뚫어져라 쳐다봤다.

"계속 쳐다보네, 마음 약해지게... 미안 정말 미안해, 엄마 진짜 금방 올게. 얌전히 자고 있어?"

결국 아야메는 나갔다.

이노우에 카오루. 사카타 카오루.
카오루, 카오루.

모두 내 이름이다. 아야메와 긴토키의 이름이 담긴, 둘이 지어준 내 이름.

하루종일 고민을 했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침 쯤엔 아야메가 오겠지.

내가 눈을 떴을 때에는 무슨 풍경에 누가 보일까. 이젠 정말 긴토키가 보고 싶다.

만사 귀찮은 표정으로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코를 후비는... 점프를 좋아하는 아저씨, 믿음직스러운 넓은 등을 가진 아저씨, 긴토키.

아, 맞아. 월급 받아야되는데. 이번에도 못 받으면 정말 콩팥 하나 정도는 팔아버릴거야.

생각은 잠시, 곧 잠이 들면서 의식을 잃었다.


* * *


"...오루, 카오루?"

누군가 내 뺨을 찰싹찰싹 때린다.
그리고 자꾸 내 이름을 불러댄다. 그렇게까지 안 불러도...

"저 일어..."

찰싹-

"......"

퍽!

주먹으로 내 뺨을 때리고 있는 이를 쳤다.

"뭐야, 신파치였습니까? 그리고 여긴... 아, 묘지구나... 방금 전까지는 유곽... 거참. 얄궂네..."

"... 너무한 거 아니야, 카오루? 그렇다고 주먹을 냅다 달리다니. 점점 카구라를 닮아가는 것 같아. 그럼 안된다고?"

"신파치가 먼저 쳤잖습니까. 뺨이 부었어..."

"그거야... 갑자기 휘청거리더니 쓰러졌으니까. 정신 좀 들게 하려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아, 도중에 잠깐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가?"

"잠깐이었단 말입니까?"

"응.. 왜그래?"

"아닙니다... 정말 긴 꿈을 꿔서. 10년을 꿈에서 보냈습니다."

나는 머리를 짚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꿈일리는 없겠지?

"아, 나도 그런 적있어."

"네?!"

"꿈을 꿨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있었어. 근데 일어나보니 그대로인거 있지?"

뭐야 그건 환생이나 빙의같은 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꿈이잖습니까."

"응? 꿈 얘기 아니었어?"

"그만 돌아가죠."

"아! 돌아가는 거야?"

"네, 해결사로."

나는 다시 왔을 때처럼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과거와 달라진 풍경을 바라봤다.

신파치가 옆에서 계속 떠들었는데, 내가 대꾸를 해주지 않고 묵묵히 가만히 풍경만 바라보자 제풀에 지쳐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몇 역을 지나서 익숙한 거리로 내렸다.

정겨운 카부키쵸의 거리를 지나면서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해결사.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신파치는 말없이 따라왔다. 계속 대꾸를 안 해줬더니 조금 삐친 듯 같기도 했다.

똑똑똑-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신문 안 받으니 조용히 가주십쇼."

쾅쾅쾅-

"아, 거참.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장난이면 가만 안둘테니까 말야. 긴상이 얼마나 바쁜지 알아? 앙?"

드르륵.

미닫이 문이 익숙하게 열렸다.
긴토키가 나와 위를 바라보다 고개를 내려서 날 보더니 비꼬기 시작했다.

"거 봐. 장난...... 이게 누구야. 집나간 비행 청소년 아니신가? 왜, 이제 가출 놀이는 끝난 건감? 앙! 요놈아."

나는 말없이 긴토키를 끌어안았다.
신파치는 조용히 자리를 피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뭔 말이라도... 뭐야, 갑자기 왜 우는겨?! 어이, 신파치. 난 아직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이 녀석 운다?! 뭔 짓한겨?!"

"긴상... 전 긴상의 아들이 아닙니다. 긴상이 아는 카오루일지도 모르지만, 전..."

긴토키는 어떻게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만 긁적였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내 아들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러니까 흑, 그러니까아... 긴상이 아는 카오루는 맞는데... 몸이 아들인 건 맞는데, 아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거든? 아들인데 아들이 아니란 소리는 또 무슨소리야. 그 얘기는 네가 진정하고, 나중에 얘기하고 싶을 때 해."

"흡... 그러니까, 제가..."

"나한테 중요한 건 아들이건 아들이 아니건 이게 아니야. 물론 아들이란 게 싫다는 게 아니라, 네가 기다리던 카오루라는 것이 내게 의미가 있는 거지."

긴토키의 진지한 말에 울음을 멈추고 진정시켰다.
원래 울 생각은 없었는데.

"저, 쇼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

"사신이 아닌, 시체 먹는 악귀의 개로도 불렸고, 백야차의 전우인 하얀 검귀, 백검귀로도 불렸습니다."

"...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전부. 전부 알고 있습니다. 전쟁터의 어린 시절부터, 쇼요 선생님과 함께 하던 어린 시절, 양이지사가 되어 백야차로 불리던 시절, 쇼요 선생님을 베게 된 장면, 아이를 구하다 감옥에 갇힌 거랑 오토세씨를 만난 부분까지 전부."

"어떻게... 그 때는..."

"계속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계속... 절망하는 부분까지, 삶을 포기하는 부분 전부... 모두, 전부... 그래서 지금 긴토키를 보니까 눈물이 나와서... 보고 싶고,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원망은... 하지 않는 거야?"

기억이 떠오르는지 긴토키는 애써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한순간 증오했는데... 옆에 제대로 있어주지 못한 전 그럴 자격이 없잖습니까. 제가 해야했을 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떤 때는 쇼요 선생님이 더 원망 스럽기도 했습니다. 긴상한테 그런 큰 짐을 안겨주고 가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던 긴토키의 얼굴이 울 것 같이 와락 일그러진다.

"나는... 그 때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어. 쪽지를 보고 잠깐 희망을 가졌지만, 생각해보니까 쇼요 선생님 일 전에 써놓았던 거니까... 그런데도, 계속 기다렸어. 계속."

"십 년간..."

내가 사라진 십 년간 긴토키는 계속 날 기다렸다. 이곳에서 카오루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계속.

"결국 널 만났고. 날 모르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다행이라고 생각도 해보고."

"많이 기다리게 해서... 아니, 계속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줘서 고맙습니다, 긴상. 보고 싶었습니다."

긴토키는 말없이 날 끌어 않았다. 나 역시 긴토키를 마주 않았다.

"긴상, 이렇게 다시 보니까..."

"반갑냐?"

"참 늙었습니다."

"시끄러."

"아, 제가 맡겨 놓은 책에 라면을 엎어서 버리진 않았겠죠?"

"......"

"설마..."

"찾아보면 나올지도......"

"... 신체 포기 각서가......"

"있어, 있다니깐?!"


* * *


과거에 갔다 온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다. 10년을 과거에서 보냈지만 정작 내 겉모습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꿈을 꾼 것 같았다.

아, 하나 바뀐 겉모습이라면 그 때 배때지에 칼 빵 맞은 흉터랑 그 외 자잘한 흉터가 늘었달까...

아무튼 이런 평화로운 시기에 카부키쵸 거리를 걸으며 햇 빛을 맞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젠 복수도 관뒀다.

복수할 대상이 없어진 것도 이유지만, 복수라는 시시한 일에 기대어 겨우겨우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하기 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 과격파는 온건파든 양이지사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저기 지나가는 경찰을 봐도 아무렇지도......

아, 잠깐만.

"헤에~ 이게 누구야, 사신 아니신가. 막 이렇게 대낮 한복판에 막 걸어다녀도 아무렇도 않을 정도로 간덩이가 부었나봐~? 아님, 경찰을 물로 보는 걸까나?"

아직 경찰 문제와는 매듭짓지 않았다...

나는 순간 멈칫 하며 도망을 가려다 말았다. 이대로 영원히 도망만 갈 수도 없고, 지은 죄도 있으니까. 살인죄는 살인죄니까.

"어라~ 도망 안 가는 거야, 사신씨?"

"잡아 갈 거면 잡아가십시오."

나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고는 나를 지그시 내려다봤다.

5초, 10초, 15초, 30초.

어색함이 감돌 무렵, 소고가 손을 올렸다.

수갑인가?

소고는 손을 올리더니 고대로 내 머리를 주먹으로 박았다.

빡.

"악!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거기다 딱 소리도 아니고 빡 소리가 났어, 빡 소리가.
이 성격 파탄자! 머린 또 왜 때리는 건데?

"사신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미제 사건이 되었다."

하더니, 그대로 지나쳐간다.

"봐주는 겁니까? 경찰이 그래도 되는..."

"자고로 사냥감은 도망쳐 다녀야 스릴 넘치고 잡을 맛이 나지. 허옇게 질린채 죽는 걸 기다리는 사냥감은 잡아먹을 맛도 안나거든? 아. 히지카타씨는 고지식해서 안 통하니까 알아서 하라고."

와아... 도망쳐다녀야 잡을 맛이 난다고. 경찰이 뭐 저래?

완전 성격 파탄자구만?

그래도... 고마워 해야되는 거겠지?

처음 만난 순간 부터 배떼지에 칼빵 넣은 악연이지만...

고맙다.
드럽게 고맙다.

아, 긴토키에게나 가야지. 월급 받으러.


?공지... 아마도??
네, 이걸로 카오루, 카오루. 는 완결입니다.
사실은 해결사여 영원하라를 완결 후, 후속편을 낼까 생각중이지만 고3인데다 핸드폰도 없고 노트북도 뺏겨서 그림도 못 그렸지만! ...일단 생각은 있습니다.
다음주까지 후기를 올리면서 Q&A를 할 생각인데...
뭐, 귀찮으시면... 제발 질문 좀 달아주세여! 질문이 10개를 넘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담주 금요일까지 받습니다.
캐릭터든 스토리든 뭐든 상관없으니 아무 상관 없는 질문 올려도 좋으니...! 한 명이 몇십개를 달아도 괜찮으니...! 질문 좀 달아주세요!

질무우우운! 오늘부터 금요일까지이이!

4
이번 화 신고 2017-08-27 03:34 | 조회 : 2,478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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