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경사님. 목격자가 있답니다."

그것은 장 경사에게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말이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나 약간의 실마리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만 한 지 벌써 며칠째던가. 이미 두 명의 추가 사상자가 발생했다지만 그것은 장 경사와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었다. 장 경사는 아무 실마리도 없는 상황 속에서, 더러운 늪 속에 혼자 발을 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장 경사는 취조실로 들어갔다. 쿱쿱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형사는 그 냄새가 마치 늪의 냄새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앞에 있는 노인을 보았다. 장 경사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마치 죄를 단죄하려는 하나님처럼. 그는 성스럽게 노인을 쳐다보았다. 증인이다... 죄를 단죄하는 하나님은 본인이 아니라 이 노인이었다. 장 경사에게 죄를 가져오는 하나님은 이 노인이었다. 그는 그저 고귀해 보이려 애쓰는 죄인이었을 뿐이다. 고귀해 보일수록, 더욱 더러운 죄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본인의 잣대를 하늘에 대는 죄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들었습니다."
"악마야."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악마야, 악마가 한 일이야! 주님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주님께 맡겨, 모든 게 주님의 뜻대로 될 거야. 오,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시여! 나는 당신만을 믿나이다. 우리를 저 빌어먹을 악마에게서 구원해주소서, 아멘, 아멘! 하나님, 하나님!"

장 경사는 짜증이 났다. 대관절 이 영감은 왜 내게 이러는 것인가. 경찰은 한가한 직업이 아니다. 형사는 당연히 더 한가하지 않다. 당장도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을 증거들이 한가득이다. 그는 책임자였다. 책임자들은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하나님 타령을 들을 시간이 넘쳐나지 않았다. 장 경사는 이마를 눌러 쥐었다.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누가 그런 일을 했습니까?"
"악마야, 악마라니까. 오, 거룩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 당신의 제자들을 버리지 마소서!"

장 경사는 노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누구라도 그 노인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장 경사는 조용히 나가 버릴까에 대해서도 고려했다.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장 경사는 자신의 실적이 날아갈까도 두려웠다. 그때, 노인이 말했다.

"그리고 내가 보니, 한 천사가 무저갱의 열쇠와 큰 쇠사슬을 손에 들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는 용 곧 마귀요 사탄인 원래의 뱀을 붙잡아 천 년 동안 묶어 두었다...그런데 천 년이 끝나자마자 사탄은 감옥에서 풀려날 것이다! 이 사탄아, 썩 물러가라! 오직 주 하나님만을 모시라 하였느니라! 이 사탄아, 물러가라! 오직 주 하나님을 모시라 하였느니라...(성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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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07 23:09 | 조회 : 1,865 목록
작가의 말
제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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