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36화, 끝

"사엘의 이름으로 황제폐하를 뵈러 왔습니다."


눈물 뚝뚝 흘리며 다운이 아무시종을 붙잡고 말했다.


이윽고 도착한 황제의 집무실에서, 다운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제발 살려보내주세요. 죽지만 않게 해주세요. 이 안좋은 예감이, 그저 저의 바보짓이라고 이야기해주세요.'


간절히 비는 다운을 지켜보던 황제가 쓴웃음을 남겼다.


이리도 멍청해지는 것이 인간인 것인가. 만약 내가 이리 빌었으면 너도 살아있었을까.


-


등장한 마왕은 빠르게 병사들을 학살해나갔다. 젠장맞게도,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공격은 하는 족족 빗나갔고, 위안조차 없는 절망스러운 상황.


"아아...부디, 해결을...."


한마디도 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부대원들을 바라만 볼 수도 없었다. 사엘은, 사그러져 가는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분명 몇분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사랑하는 연인과 진한 키스를 했었다.


사엘은 이제 얼마 남지않은 부대원들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아마 나는 죽겠지.




"...사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챗셔...! 제발, 제발 도와줘..."


사엘이 나타난 챗셔에게 무릎 꿇었다.

떠날 때와 같은 옷과 머리, 그러나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지막이야. 원래 도우면 안되는데,"


내가 널 사랑해버려서. 그래서.


-


콰광- 챗셔는 백마법으로 정확히 마왕의 심장을 맞추고는 잡혀갔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건지, 잡혀가는 챗셔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쓰러져있는 마왕을 보고서야 이해했다.


이유모를 웃음과 눈물이 뒤섞였다.


새삼스럽게도, 이 폐허 속에 살아남은 건 나 하나였다.


슬펐지만, 그만큼 다행스러웠다.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혈전 속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인간인가.


피식- 사엘의 쓸쓸한 웃음을 짓고는 뒤돌았다. 모든 혈전을 뒤로하고 이제 손을 떼야겠다고 생각했다.


"살아남은 이는 나 하나네."


끝도 없는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내 부대원들 다 죽고, 내 친우들 다 죽고"


이제 남은 건 나 하나네.


"어리석어라, 어찌하여 이들이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허탈한 웃음이, 미치도록 공허했다. 피가 흘러내리는 초원에 시체더미 속 살아남은 이는 나 하나.






핑-

작은 소리가 등 뒤에서 났다. 천천히 뒤돌자, 마법이 어느새 내 앞에 당도해있었다.

피할 겨를 없이 급소에 맞았다. 나는 쓰러지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려 이 마법의 원점을 찾았다.



쿨럭- 마왕이 피를 토하며 일어나고 있었다. 하아, 젠장. 그랬던건가. 살아있었던가.


"질긴 목숨줄이군, 인간"


마왕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모처럼인데, 봐주도록 하지."

내 공격을 맞고도 살아남은 이는 별로 없거든.



마왕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뒤돌았다.
마왕은 마계로 넘어가자, 구멍이 스르륵-줄어들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사엘이 피를 크게 쿨럭거렸다.





"이제, 끝인가...나도"



사엘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아직, 전해주지 못한 게 있었다.

사엘은, 아니 유한은 주머니 속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오늘 끼워주려고 몇날 며칠을 고민해 고르고 수제제작한 반지였다. 전해주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못난 나는, 가면서까지 못났어 다운아.


후두둑, 떨어진 눈물이 점차 많아졌다.


"아직...못..다..한 말들이.."


많은데. 유한의 고개가 돌아갔다.



한 많은 삶이었다. 늘 헤어지고, 만나고의 반복이었다. 이제는 내가 널 떠나,다운아.


내가, 이렇게 죽을지 몰라서 못한 말이 있어.


우리가 사랑하게 된 건 축복이라고.

1
이번 화 신고 2018-02-11 17:39 | 조회 : 1,429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제가 제일 좋아하는부분이자, 2부의 하이라이트!!! 랄까요. 다들 죽이지 말라고 하시는데 어쩔수 없었어요'-' 저는 우는 수를 매우매우 애정합니다. 자, 저는 슬슬 다운이 울리러 가볼게요! 안녕!!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