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잊고 있었다



"와우, 교복 하난 예쁘네."



내가 교복 묘사를 이렇게 멋드러지게 했단건가. 아니, 욕 먹기 전에 이 말은 취소.

난 여유롭게 교복을 입으며 전신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보았다. 전체적으로 마른 몸매에 175cm의 키ㅡ시현이 키를 자기가 정했기에 정확한 키를 안다ㅡ 거기다 엄청난 역할을 해주는 얼굴!

아무리 내가 시현이를 예쁘게 만들어줬다고 해도 이건 정말..



"뭔가 내 얼굴 보면서 감탄하는 느낌이라서 좀 그렇다..."



블루색을 더 띠는 블루블랙의 머리, 찰랑거리는 듯한 머릿결, 그리고 곱고 하얀 피부. 쩝, 그냥 bl로 만들어서 시현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릴 걸 그랬나.

잠시동안 짧은 아쉬움이 스쳐갔으나 이내 옷깃을 정리하곤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 했다. 느긋하게 시계를 확인하니, 시계는 벌써 8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니까 등교시간은 8시고, 지금은 8시 10분... 망할."



어째 되는 일이 없는거야! 아니야, 역시 이건 꿈인거야. 하, 그냥 빨리 꿈에서 깨도록 하자.
라는 생각으로 내 한손으로 내 뺨을 짝 때리자, 뺨이 얼얼한게 고통만 밀려왔다.



"아파..!!"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해 다시금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까지 나왔다. 아, 이럴거면 뺨 약하게 때릴 걸. 개 아프네.



"그래, 이건 꿈이 아닌 거고... 난 지금 전학 첫날부터 당당하게 지각을 했고..."



난 허탈한 기분으로 집에서 나섰다. 그래, 지각한 김에 천천히 가자. 학교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고 시현이의 기억으로 충분히 찾아 갈 수 있었다. 음, 역시 수업시간이라서 그런지 되게 조용하네.



"교무실 가야되나.."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자, 뒤에 있는 화단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나보다 키가 큰 밝은 노랑머리의 남자애가 있었다. 얘도 만만치 않게 잘생겼기에 잠시 넋을 놓고 그 애를 멍하니 봤다.

보니까 키는 180cm가 넘어보이고, 밝은 노랑머리에다가 피어..싱..? 그리고 잘생긴 얼굴에 저 불만이 가득해보이는 듯하면서 인상이 더러운 저 익숙한 모습은... 설마 남주들 중에 한 명인 '한진우'?!



"썅, 정문 열려있는 줄도 모르고 담 넘었네.."



그래, 저 말투는 한진우가 맞다. 이 학교 대표 양아치이자, 인상 더럽고 말투도 더러운..! 왜 하필 쟤랑 마주친걸까.. 젠장.



"..음? 닌 뭐야?"

"넌 뭔데?"


시발, 나도 모르게 반문해버렸다. 하여튼 이 놈의 입이 문제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뻔뻔하게 나가야지!



"이 새끼 봐라? 너 못보던 얼굴 같은데, 전학생이냐?"

"내가 왜 알려줘야되는건데."

"이게 진짜..!"

"정문 열려있는 줄도 모르고 바보같이 담 넘어온 너한테 듣고 싶지는 않은데."



한진우는 내 밀에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긴 커녕, 팔짱을 낀 채 다시 차분함과 자세를 되찾았다. 그래, 한진우는 그냥 단순무식한 다혈질 양아치캐가 아니라 상대를 도발하는 양아치캐였지..



"뭐, 됐고. 너 교무실 가는 길이면 나랑 같이가."

"그러던가."



이 이상 말 섞기가 귀찮은 난 그냥 허락하고 바로 등을 돌려 먼저 갔다. 아, 애초에 나 교무실 가는 길도 몰랐구나. 하핫.

한진우는 날 뒤따라 오다가 걸음이 빨랐던건지 내가 느려서 답답했던건지 나를 제치고 앞장서갔다.

교무실에 들어가서 우리는 각자 갈라졌다. 나는 담당선생님께, 한진우는 담임선생님께.



"이노무자식이 또 늦었지!"

"아, 죄송해요."



전혀 죄송하지 않다는 저 표정. 그러자 담임선생님은 노발대발 화내셨다. 나는 신경을 끄고 담당선생님께 전학생이라 말했다.



"아, 너가 최시현이구나? 넌 1반이고, 저기 노랑머리 남자애 혼내는 선생님이 1반 부담임이시니까 가봐."

"....네."



그래, 지금 난 늦었으니까 담임선생님은 당연히 다른 애들을 가르치고 있겠구나. 뭐, 같이 늦은 한진우는.. 부담임선생님께 혼나고 있는거고.


어리석게도 난 잊고 있었다. 최시현, 즉 내가 여주와 남주들과 같은 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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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10 17:01 | 조회 : 8,572 목록
작가의 말
온씌

이 소설의 줄임말은 내.설.빙 입니다…☆ 절대 노린 거 아니예요 (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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