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드디어 밝혀지는 (4)



이번에 난 신우가 아닌 그녀의 앞에서 조심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입술을 꽉 깨물며 그 울음을 참아냈다. 울지 말자. 아니, 울면 안 돼.



"미안, 해..."



남주들과 문도윤은 당혹스러워했지만 난 고개를 숙이느라 보지 못했다. 그저 지금은 신우와 제림이만 보였다. 아주 잠깐 신우와 조금 닮은 문도윤이 눈에 밟혔지만 이내 그 관심은 사그러들었다.



"이하현, 이 개같은 새끼..! 내가 널 얼마나 믿었는데! 우리 오빠가 만날 진심으로 웃어주던 건 너 뿐이었단 말이야! 그래, 이하현 너 뿐이었단 말이야아... 흐윽- 근데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오...!"



거의 흐느끼며 말하는 유제림의 억눌린 서러움과 원망이 날 향해 터져나왔다. 애절하게 들려왔다. 난 익숙했다. 정말 익숙했지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 이 상황은 익숙하지만 내 죄책감은 언제나 날 짓눌러와 익숙하지 않았다.



"미안해, 미안,"

"그놈의 미안해 좀 그만해! 왜 변명조차 안 해? 납득이라도 할 수 있게 변명이라도 좀 해주라고!! 도대체 그때 오빠랑 너랑 무슨 일이 있었던건데?! 응..?"



제림이는 그때 상황 설명만 대충 들었을 뿐,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몰랐다. 그때의 일을 아는 건 끝까지 있었던 나뿐이었다. 그래서 제림인 신우가 죽은 게 내 탓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사실이었기에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물음은 쥐어짜듯이 먹먹하게 들려왔다. 애처로웠다. 난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주먹에 힘을 꽉 준 채 유제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체념하듯, 무언가를 내려놓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전에 내가 얘기한다고 했으면 넌.. 들어줬을까..?"



유제림은 머리를 무언가로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 멍하니 날 바라보았다. 난 다시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난 신우가 다치지 않게 그러려고 한 건데... 그런, 건데..."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난 분명 신우를 지키려고 그랬던 것 뿐인데, 그런 것 뿐인데 오히려 그 행동이 신우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나 때문이다. 다 나 때문이야.



"이하현, 그래서 지금 그게 니 잘못이 아니라는 거야? 내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비록 친오빠는 아니었지만, 정말 다정하고 상냥했던 오빠였는데 너 때문에,"

"제림아, 나도 신우가 정말 보고 싶어."



난 그녀의 말을 끊고 그동안 절대 말하지 않았던 내 진심을 처음으로 전했다.



"나도, 나도 정말 힘들었어. 너만 신우를 보고 싶어했던 게 아니란 말이야...! 난 그냥 신우를 좋아했을 뿐인데, 지켜주고 싶었을 뿐인데..."



말을 잇다 보니 눈물이 한 방울씩 흘러나왔다. 난 닦을 생각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 신우는 나한테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였다고! 너만, 너만 신우를 보고 싶어한 게 아니야, 나도 신우가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단 말이야... 흐윽-"

"항상 하현아, 라며 다정하게, 흑, 불러주던 신우가 너무 보고 싶다고..!"



결국 참았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무겁게 짓눌러오는 덩어리들은 감당하기 힘들었고 너무나도 지쳤다. 떨리는 손으로 눈물샘이 터진 듯 계속 흘리는 눈물을 손과 팔로 열심히 닦아내며 혼난 어린아이 마냥 연신 사과를 했다.



"미안해, 제림아.. 내가, 흑, 미안해, 신우야아...! 미안해애... 흐으, 흡.."



제림이는 오열하듯 내뱉는 내 말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아님 소리치는 게 지친건지 무언가 울컥하는 얼굴로 그냥 계속 울 뿐이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전혀 괜찮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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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11 11:09 | 조회 : 3,406 목록
작가의 말
온씌

비로소 하현이의 진심이 나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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