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진실



유제림은 나의 처절한 모습에 다시 울컥했는지 그녀 또한 팔로 눈물을 닦으며 남주들과 문도윤을 지나쳐 뛰어나갔다. 난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시현아..."

"...저리 가."



하리안이 조금 잠긴 목소리로 날 불렀다. 비록 진짜 내 이름은 아니지만, 이젠 익숙해져버린 최시현이란 이름. 난 이런 꼴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안 나오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냈다.



"저리 가! 제발..."



애원했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이기적인 걸 알지만 너무 지쳤다. 이런 내 애원에 잠시 머뭇거리며 시선을 맞추던 그들은 모두 나갔다. 완벽히 나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신우라면 이때 어떻게 행동했을까. 신우가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난 몸을 틀어 신우의 사진을 보았다. 고개를 들고 미약하게 떨리는 손으로 액자 대신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를 쓰다듬었다.

신우의 웃는 모습이 나한테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다. 아무리 사무치게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는 신우를 보며 난 하염없이 그리워하고, 없는 자를 향해 사죄를 하고, 남은 자를 향해 사죄를 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흐윽.. 신, 우야... 내가 정말, 내가 정말... 흑- 너무, 히끅... 미안해..."



전과 다름없이 난 신우의 사진 앞에서 끝없이 울고 사과했다.

계속해서 짓눌려오는 죄책감에 내가 점점 망가져갔다. 분명 신우의 죽음 이후 꽤 시간이 흘러서 조금 덤덤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전혀 아니었다. 나아지긴 커녕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그때 갔을 거라 생각했던 문도윤이 다가왔다. 그래, 내가 왜 너를 잊고 있었을까. 신우와 많이 닮던 그는 내가 소설가가 꿈이라고 했을 때 신우가 내게 직접 설명해준 캐릭터였다. 그 자신을 모티브로 한.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문도윤은 내 옆에 한쪽 무릎을 꿇어 앉았다. 신우와 말과 행동이 닮았던 문도윤을 바라보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괜히 울컥해서 문도윤을 꽉 안아서 소리없이 울었다. 그가 부드럽고 다정한 손길로 내 등을 토닥여주고 괜찮다며 달래주는 것이 너무나도 슬퍼서 목놓아 울었다.







***






"으음..."



따가운 눈을 애써 무시하고 살며시 눈을 떴다. 내가 있는 곳은 낯선 방이었다. 아무래도 난 울다가 혼절한 듯 싶었다. 아마 날 여기로 데려다놓은 사람은 내 옆에 있었던 문도윤이겠지.



"일어났어?"

"아, 크흠, 네.."



잠시 쉰소리가 나오는 목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답했다. 난 상당히 어색했고 우울했다. 납골당에서의 일은 분명 저쪽 세계에 대한 일들 얘기 밖에 없었고, 얼떨결에 윤예슬이 아닌 제림이라고 그녀를 불렀으며 그녀는 날 최시현이 아닌 이하현이라 불렀다.

뭐라 설명해야될까.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에 대해 물으면 난 어떻게 답해야될까.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불안했다.



"저.."

"시현아, 무리하지 않아도 돼."



문도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는 듯 부드러이 웃으며 말했다. 난 그 말에 당황해 멍청히 눈만 끔뻑거렸다. 이내 작게 네, 라고 대답하곤 고개를 돌렸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상당히 어색했고 아직도 난 초조하고 불안했다. 문도윤이 저렇게 말해서 조금은 안심했지만..



"다른 애들은요..?"

"일정 소화 중이야."



생각해보니 난 수학여행에 와있었다. 지금 깨달은 사실에 다급하게 물었다.



"저, 그, 여긴 어디고 제가 얼마나 잠들어있었나요? 수학여행은요? 어떻게 됐어요?"

"여긴 선생님 숙소고, 3시간 정도 잠들어있었어. 다른 분들한테는 너가 아프다고 말해둬서 내가 남아서 널 보호하고 있었던 거고. 지금 수학여행은 별 차질없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아, 그렇구나.."

"문제는,"



문도윤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문이 쾅!, 큰소리를 내며 벽과 부딪쳤다. 거기엔 남주들이 다급한 얼굴로 있었다.



""시현아!!""

"쟤네들은 그 일정에 따라가지 않았다는 거지."



왠지 더 피곤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강렬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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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14 08:51 | 조회 : 3,270 목록
작가의 말
온씌

웅앵ㅇ웅 다음화부터는 하현이가 진실을 털어놓고 다들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될 거예요! 물론 하현이의 과거가 나오고, 제림이와의 일도 해결하죠! 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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