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요정과 정령

바람이 조금씩 덜 차가워지는게 아무래도 봄이 정말 얼마남지 않은듯했다.

"일주일정도 남았나..."

아이들과 놀며 하루하루를 보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찰싹찰싹 쳐대는 파도를 보며 모래사장 위에 멍하니 앉아 저 바다 멀리 작게보이는 땅을 보다 모래를 만졌다
사르륵거리며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게 꽤 부드러워 마음에 들었다

"음? 너무 오래있었나"

내 주변 모래에 서리가 내려앉은게 보였다
작게 손짓하자 서리는 사라졌지만 아무짓도 안했는데 서리가 내려앉을 정도라니, 좀 오래있긴 했나보다
하긴 지금이 낮인데 오늘 새벽부터 여기 앉아있었으니
지금 계절이 겨울인 탓도 있겠지만..

"얼마 안남았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묘하게 봄 향기가 섞여있었다
평범한 인간들은 모르는 향이었다

내가 여기 정엘 세상이란걸 알고나서부터 주인공을 만나길 기대해왔으니 나는 무려 9년을 기다렸다
이정도면 많이 기다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섬도 슬슬 질렸다
여기 사람들은 다 순수하고 착해서 좋지만 9년동안 한 섬에 짱박혀있어봐라, 안질리겠냐

정령들은 과연 요정의 존재를 알고 어떻게 생각할지도 너무 궁금했다
아무래도 쓰임새에 맞지않는 성질로 만들어져버린 요정들의 대체품이라고 봐도 될게 정령인지라 요정과 정령은 많은 부분이 닮아있었다

요정과 정령이 싸운다면 아무래도 다루는 힘의 범위가 정령이 훨씬 넒기때문에 요정이 지는건 당연하지만 사용하는 힘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조금 다른점이 있다면 정령은 자기 원소에 맞는것밖에 못쓰지만 요정은 계절속성 상관없이 4원소를 모두 다룰 수 있었다
모든 계절에 물, 불, 바람,땅 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계절 속성에 따라 편차가 조금 심하긴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요정들의 계절에 따라 물,불,바람,땅의 힘을 보면
봄은 생명력을 주는편이었고
여름은 어떤 부분에선 큰 생명력을 주고 어떤 부분에선 크게 생명력을 앗아갔다
가을은 대체적으로 적당히 선선하고 서늘한 환경과 풍요로움을 주어 적당히 생명체들이 살기에 좋았다.
겨울은 대체적으로 공격적이고 모든걸 얼어붙게해 생명력을 앗아가는 편이었다.

그리고 요정왕들은 정령왕들 처럼 고유능력도 있었다
하지만 정령왕들의 능력과 비교하면 그다지 큰 능력은 아니었다....아닌가?

봄의 요정왕은 치유력과 생명력을 줄 수 있어 사람이나 동물의 외상을 치유하거나 생명력으로 질병을 쫓을 힘을 길러주거나 식물들을 잘 자랄 수 있게 해준다.
여름의 요정왕은 중력을 다룰 수 있었다, 솔직히 내가 가장 탐내는 능력이다(가질 수 없지만..)
가을의 요정왕은 상대의 정신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상대방을 잠들게 한 후 정신 속에 들어가 기억을 엿보거나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등을 알 수 있고 꿈을 조작하는것도 가능했다.
겨울의 요정왕은 환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가을 요정왕과 합세한다면 상대방의 약점을 알아내 그가 보고싶은 환상을 보여주고 꼬셔내기 딱 좋다...고 생각하긴했지만 딱히 써본적은 없었다.

여튼 요정과 정령은 꽤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굳이 다른 부분을 꼽자면....음..수명이랑 종족만의 차원 소유여부와 계약, 의무, 종족 수 정도?

요정은 정령과 다르게 수명이 정해져있지않다
그냥 살고싶은 만큼 살면되는데 죽고싶다면 각 계절 숲의 요정왕들이 사는 성 꼭대기층에 꽃이 가득 차있는 유리관이 있는데 거기 누워서 자면 된다, 그럼 눈떴을때 명계라더라

또 정령계가 존재하는 반면 요정계같은건 없다
왜냐면 요정에겐 일단 의무라는게 없었다
잘못만들어진 존재에게 의무가 있을리가

그리고 더불어 종족 수가 매우 적은것도 한목했다

요정에게도 계급은 나뉜다, 요정왕, 상급요정, 중급요정, 하급요정
...근데 수는 지극히 적다

요정왕 각각 한명씩
상급 요정 각각 세명씩
중급 요정 각각 일곱명씩
하급 요정 각각 스무명씩

...이게 전부다

이렇게 적은데 굳이 차원을 만들어줘야할 이유가 없다
의무도 없고 수도 적은데 뭐하러 요정계같은걸 만들겠냐
더불어 요정은 정령과 다르게 인간이나 드레곤과의 계약 이런것도 못한다

여튼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이정도

그래도 비슷한 점이 좀 더 많아서 나는 정령왕들이 날 보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했다.
요정들은 정령이 만들어지기 전에 먼저 만들어졌고 만들어지자마자 잠들어 본래라면 앞으로도 영원히 잠들 운명이었어서 그런건지 정령들은 요정의 존재를 모른다고 그랬다

자신들이 모르는 존재가 처음으로 나타났을때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몹시 궁금했다
아, 내가 성격나쁘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진짜 순수하게 궁금한거 뿐이다

"으으..빨리 만나보고싶다..."

...근데 엘은 어떻게 찾지..?
엘이 지금 아직 정령계에 있는지 이사나랑 계약을 했는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데..
9년이나 지나서 원작의 내용도 가물가물했다
설마 잊어버리겠어 싶어 어디 적어두지도 않았는데

요정은 기억력이 좋다고 그래서 그냥 냅뒀는데 내가 한가지 놓친게 있었었다
정엘에 대한 기억은 요정이 되기 전 기억이라는것...그건 잊혀지더라.......
다를게 뭐야...왜 이건 잊어버리고 저건 기억하고...

여튼 원작도 많이 까먹어서 기억이 다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애들은 어떻게 찾지?

"끄응..."

한참 고민하는데 지나가던 디이가 내가 고뇌를 하며 나도 모르게 주변을 얼려버린걸 발견하고 얼린거 빨리 없애라고 말해주러왔다가 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주고갔다

"그럼 미리 찾으면 되잖아"
"미리 찾아? 나 겨울 끝나면 간다니까.."
"하급 겨울 요정에게 짐작가는곳을 찾아보라고 시키면 되지"
"아, 그럼 되겠구나"

나 요정왕이었지?
요정 개체 수가 적어서 그런지 요정끼린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대화가 가능했다
대화라기엔 텔레파시같은거지만

"아까 여기 오다가 세인트를 만났는데 심심해서 죽을거같다고 그랬는데 개 시켜"
"그래? 고마워 디이, 근데 어디가던 길이었어?"
"바다"
"바다? 아, 디비스 만나려고?"
"응"

디비스는 이 섬 밑 근처에 사는 블루드래곤이었다.
디비스랑 디이는 어쩌다가 인연이 닿게되고 둘이 친해졌는데 나도 디이덕분에 디비스 덕을 좀 봤다

가뭄이 끝났다고 디이에게 알려준것도 디비스였다

디이는 가던길 가게 두고 나는 세인트를 불러냈다.
요정왕은 어디서든 휘하 정령을 맘대로 불러낼 수 있으니 편리했다

뭘 하다 온건진 모르겠지만 갑자기 소환되니 놀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는 세인트에게 일단 미안하다는 말을 건냈다

세인트는 겨울 하급 요정 중 4번째로 태어난아이였다.
어차피 차이 나봤자 1,2초 차이라 태어난 순서같은건 별로 중요하지않은데 애들은 이걸 중요하게 나누곤했다.

"으앙 놀랐잖아요 이비님!"
"너 심심하다며?"
"네!"
"너 저기 대륙 가볼래?"
"네? ....설마 그 정령인지 뭔지를 찾으라고 절 보내려는거에요?"
"너 심심하다며, 한번도 안가본 새로운 곳이잖아, 가서 탐험하고와"
"섬 밖에 인간들은 탐욕스럽다면서요, 절 잡아다 팔아버리면 어떡해요!"

아, 내가 저렇게 말했었지
섬 안에 사람들은 섬 안에서만 살고 외부와 접촉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매우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들이어서 괜찮았지만 확실히 저 대륙에 가면 위험하긴 했다

수가 극히 적은 요정이니 세상에 존재가 알려지면 소유하려는 욕심많은 인간들이 분명 존재할터였다
그러나 다행인점이 하나 있다면

"인간이나 요정이나 다 똑같이 생겨서 어차피 구별도 못해"

진짜 인간이나 요정이나 다 똑같이 생겼다
요정이라고해서 막 귀가 뾰족하고 날개가 있고 그런거 하나도 없다

인간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날 수 있고 몇가지 능력 좀 쓰는것 뿐이라 마법사라고 속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위험하긴 위험하지...

"그럼 그냥 투명화해서다녀"

정령도 자연체가 있듯 요정도 자연체 비슷하게 투명화가 가능했다

"그게 훨씬 빠르고 좋겠네"
"윽, 하지만..."
"안가고싶으면 너 말고 딴애한테 말하지 뭐"
"아니 가고싶어요!!!!"

근데 왜 자꾸 어물거려...
세인트는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 모험같은거 좋아해서 시키면 좋다고 달려나갈줄 알았는데 평소엔 위험하다고해도 갔을 애가 갑자기 위험을 따지고 있으니 좀 의심스러웠다

"...뭐 원하는거라도 있어?"
"제가 이비님한테 원하는거라뇨! 그냥...."
"그냥?"
"혼자는 좀...."
"아"

애 폴리아 없으면 멀리 못갔지

"폴리아 붙여줄게, 같이가"
"네!!!!!!"

귀가 아플정도로 크게 대답한 그녀는 잽싸게 사라졌다
폴리아 대리러간듯했다

폴리아는 5번째로 태어난애 인데 세인트랑 생김새도 비슷하고 거의 동시에 태어났다고 봐도 좋을 만큼 둘의 탄생시간의 차이는 0.75초 정도라고 했다
약간 쌍둥이같은 느낌이 드는 애들인데 정말 쌍둥이라도 되는것처럼 둘은 꼭 붙어다니곤했다

애들이 대충 잘 찾아오겠지?
나도 빨리 가고싶은데

한 20분 정도 더 겨울바다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는데 연하늘색 머리칼을 팔락거리며 "갈게요, 이비님-!!!" 하고 손흔들며 날아가는 두 요정이 보였다

둘 다 머리색도 같고 눈동자 색도 같고 얼굴도 비슷하게 생겨서 솔직히 환생 3년차가 될때까지도 둘을 구별못하곤 했다
성별이라도 다르면 구별해보겠는데 성별도 똑같이 둘다 여자였다.

아, 물론 지금은 구별한다
10년째 보고있는데 구별 못하면 심각한거잖아

빨리 봄이오면 좋겠다고 멍하니 생각하는데 누가 또 뒤에서 "이비님~" 하고 불러댔다
고개를 돌려보니 섬 아이들이었다

이런, 난 또 눈사람 만들어주고 얼음성 만들어주러 가야하나보다
오늘도 신나게 애들이랑 놀면서 눈셔틀 얼음셔틀이 되어주었다

"렛잇꼬오오~"
"인투디언 노호오온!!"

저 노래 아직도 아는 사람이 있네?
여기 환생하고 나서 자주 불렀던 노래였다

아니 솔직히 겨울요정 이거 좀 엘사같잖아?
눈 좀 뿌리고 올라프...아니 눈사람 좀 만들다보면 저절로 부르게 되어있어서 몇번 애들 앞에서 불렀는데 저걸 알고있는 애가 있었다니
심지어 애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부른게 7년전이라 애내 언니나 오빠 또는 엄마나 아빠나 알 노래였는데 말이다.

"그 노랜 어떻게 알았어?"

궁금해서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거 엄마가 겨울요정의 노래라면서 알려줬어요!"
"이거 음악교과서 민속노래 첫장에 있어요!"
"이비님이 부르는 노래라면서요?"

...?
민속노래..?
언제부터...?

2
이번 화 신고 2019-12-31 20:50 | 조회 : 569 목록
작가의 말
개냔이

옛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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