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배한테만 그러는 거예요.

4월 중순 벚꽃이 휘날리기 시작하는 어느날 친한 후배인 세빈이 나를 불렀다.

"선배. 저 선배 좋아해요."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뭔가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바로 고백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알고 계셨죠?"

"알고 있었다면 뭐가 달라져?"

"왜 모른척하셨던 거에요... 선배도 저한테 관"

더이상은 못들어 주겠다. 동성간에는 고백을 안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관심이 있는 건 아니였다.

"그만. 거기까지해."

"선배도 저한테 관심있었던 거 아니었어요?"

"혼자서 착각하지마."

"그럼 왜 잘 대해 줬는데요.''

"너한테만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새끼들 한테도 꼬리 친 거예요?"

"네 멋대로 착각하지 말라고 방금 말했다."

"나는 선배 하나 때문에 기쁘고 상처받고 힘들어했다고요."

"그러니까 왜. 왜 니혼자 멋대로 착각하고 난리냐고."

"하.. 선배는 내가 싫어요?"

"아니. 근데 지금은 싫어지려고 한다."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원했던 건 선배가 절 받아주는 거였는데 그게 아니라면 뭐 별 수 없잖아요. 그죠?"

눈 앞에 하얀 천이 다가오더니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몸에 힘이 빠지며 눈이 감겼다.



***

누군가가 계속 건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치켜뜨고 앞에 잇는 사람을 봤다.

"아 선배!"

"여기 어디야."

"일어났네요. 전 또 안일어나길래 죽은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여기 어디냐고."

머리가 아파 손으로 머리를 집으려는 순간 절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손을 보니 침대 모서리에 걸린 수갑이 양 옆으로 두 손 모두 채워져 있었다.

아프던 머리는 새하얗게 변했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바빴다. 이 수갑이 뭔지 묻기도 전에 이세빈은 대답을 해주었다.

"아.. 걱정마요. 이건 선배가 도망갈까봐 해 놓은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거 힘으론 절대 안풀려요. 괜히 힘빼지 마요. 네?"

"뭐하는 짓이냐고. 왜 여기에 날 가두는건데."

"방금 말했잖아요 선배. 풀어주면 도망갈 꺼잖아요."

"너 이거 범죄야 알아?"

"에이 선배도 참. 제가 선배를 너무 사랑해서 집에서 같이 사는 게 왜 범죄에요."

"납치에 감금까지 이게 범죄가 아니면 뭔데."

"그리고 범죄라고 해도 선배가 여기서 나갈 수 있단 소리는 아니잖아요."

상식이 없는 놈한테 상식을 들먹이는 것부터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널 받아주면 그러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

"그건 그거대로 기쁘겠지만 이제 더 이상 기회는 없어요. 선배."

"하.. 납치 해서 뭐 하게."

"선배를 사랑해서 선배의 더 깊은 곳까지 보고 싶거든요."

"미친새끼."

"그러게요. 어쩌면 좋아요. 선배가 너무 좋아서 미칠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풀어줄건데."

침대에 앉아있는 나를 끌어 안고는 귀에다가 기분 나쁘게 속삭엿다.

"제가 선배를 믿을 수 있을때까지요. 근데 그런 날이 오긴 할까요? 그냥 이렇게 평생 제 옆에 있어요 선배."

"시발 꺼져.''

"선배는 욕같은 거 모르는 순수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되게 낯설고 좋은데요?''

"하..."

내 몸을 더듬는 세빈을 떨쳐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양손 모두 쓰지 못하는 상태에 발 버둥을 아무리 쳐보아도 저 새끼한테 닿을 수 없었다. 그저 만지면 만져지는 대로 가만히 있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선배. 선배는 저 싫어요?"

"응 엄첨. 죽여버리고 싶어."

"기대할게요. 선배. 그래도 마음에 드는 답은 아니네요."

"어쩌라고. 여기서 네 기분 맞춰서 설설기라고? 내가 할 거 같아?"

"선배가 그럴 수록 선배가 더 좋아지는 거 아세요?"

"욕먹는게 취미야?"

"에이 누가 욕먹는 걸 좋아하겠어요. 선배가 욕하니까 좋아하는 거지. 그나저나 선배 여기 뒤로 해봤어요?"

"지랄 하지마 씹새끼야."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건가보다. 아무리 동성연애에 거부감이 없을지라도 사귄적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성과도 사귄 적이 없었다. 그냥 연애라는 것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성욕 또한 남들보다 현저히 낮았던게 한 몫한 거 같다.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이 뒤로 해봤냐는 질문을 들었다.

"그래도 무슨 소린지는 알아들었나 보네요."

"너 진짜 존나 싫어."

"알아요. 그래도 앞으로 같이 살건데 그러다보면 선배도 절 좋아하겠죠."

"누가 그래."

"이렇게 예쁜 선배 몸에 흉내고 싶지 않으니까 잘생각해요. 선배 투정 받아주는 것도 한 두번이에요."

"너 이런 애 아니였잖아."

"선배는 정말로 내 소문 들은 적 없나보네요."

"무슨 소문."

"아니에요. 변한 건 없어요. 그냥 나는 원래 이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거예요 선배."

선배한테만 그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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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9-14 22:14 | 조회 : 1,123 목록
작가의 말
sky way

다시 시작합니다!! 여러분 댓글 정말 잘 읽고 있어요ㅜㅠㅠ 정말 저런 소리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분한 소리도 해주시구.. 진짜 제가 많이 사랑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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