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쌍둥이


“사랑하는 아우야.”

소언은 힘없이 늘어진 제 아우의 몸을 제게 기대었다.
그의 칠흑 같은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이어 소언은 서늘한 저와 닮은 둥근 이마에 조심스레 입술을 대었다. 소언은 곧 입술을 떼어내고 그를 바라보았다.

“…차갑구나.”

소언은 다시 입술을 이마에 대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주름하나 없이 깨끗한 미간을 지나 그의 눈꺼풀에 입을 맞췄다. 얇디얇은 눈꺼풀과 쌍꺼풀이 없는 눈이 소언의 것과 놀랍도록 닮았다.
이어지는 곧은 콧대를 그녀의 입술이 부드럽게 타고 내려온다. 소언은 다시 입술을 떼고 읊조리듯 그를 불렀다.

“나와 같은 얼굴의 아우야.”

이어 그의 창백한 볼에 소언의 입술이 스쳤고, 곧바로 그의 입술 바로 옆 입가에 소언이 입술을 대었다. 그녀의 입술은 가볍게 닿았다 곧바로 떨어졌다.
소언은 소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너와 나는 이리도 다르구나.”

소언은 떨리는 하얀 손가락으로 소강의 볼을 훑었다.
“네겐 붉은 생기가 더는 없구나.”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입술을 스쳤다.
“너무 차갑구나.”


소언은 고개를 푹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의미 모를 웃음이 그녀의 얼굴에 자리했다.

“나는 이리 입 꼬리를 올려 웃을 수 있는데 너는 이제는 웃을 수 없구나.”

소강의 입매는 일자로 굳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의 얼굴 위로 물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리 눈물을 흘릴 수 있는데 너의 슬픔은 다 말라버렸구나.”

소언은 매우 기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입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눈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와 너무도 다른 아우야….”
소언은 그의 볼을 매만지며 말했다.

“나를… 용서하지 말거라.”
소언은 이내 살풋 웃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채 갈무리 되지 않은 감정이 넘쳐 내리고 있었다.

“다만 미워하지는 말아다오.”
그녀는 이내 소강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곧 소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그의 옷자락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네 차가운 심장으로 나를 진심으로 미워한다면, 나는… 정녕 널 따라 죽어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소언의 손이 저보다 더 기다란 소강의 손과 얽혔다.

“소강아, 소강아…. 다음 생엔 내 손잡고 태어나지 말거라.”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듯이 소언의 손이 힘없는 그의 손을 간절하게 붙잡았다.

“내 아우 소강아… 그때는 네가 먼저 내 손을 놓거라.”

그녀는 그의 손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소언의 입가는 어느새 축 쳐져 있었고 눈물줄기만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소강아, 소강아… 같은 날 태어난 내 아우…. 어여쁜 내 반쪽….”

소언은 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었다.

“내 너를 사모한다.”

소언은 소강의 이마에 다시금 입을 맞추었다.

“내 너를 연모한다.”


소언은 소강을 품에 안은 채 마르지 않은 눈으로 새까만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 유일한, 내 생에 마지막 아우, 나의 소강아, 이 누이가… 너무 외롭구나.”


어쩌면 소언의 파멸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애정하였으나 증오하였고 아꼈으나 헤쳐야 했다.
소언의 손은 그녀가 가장 아끼던 저의 혈육의 것으로 제일 먼저 더러워졌다.

제 손으로 가장 소중한 것을 헤친 그녀는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 이후 그녀의 손에 마를 날이 없던 누군가의 삶의 끝이 그녀가 더는 제 혈육을 떠올리지 못하게 두텁게 쌓여만 갔다.


이제 그녀는 이 왕국의 유일한 왕족이자, 이 왕국을 이어받을 유일한 왕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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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7-24 23:48 | 조회 : 146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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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하다 :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하다. / 연모하다 :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사랑하여 간절히 그리워하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근친절대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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