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시로는 상처를 다 치료한 뒤, 니게르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밥, 먹으로 갈까요?"

내밀어진 손을 니게르는 붙잡았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낡은 계단을 내려와 2층의 식당으로 가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총 3인분의 식사는 갓 만들어진 듯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니게르는 옆을 바라보았다. 니게르의 옆에는 키이로가 앉았고, 앞에 시로, 대각선으론 아카가 앉았다.

"아, 카나리아는 나중에 온다고 했어."

아카는 자리에 앉고서야 말했다. 그때, 문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다들 안녕? 오랜만!"

환하게 웃은 카나리아는 자리에 앉았다. 카니리아와 키이로, 니게르의 앞에 각각 식사가 차려졌다. 시로와 아카는 식사를 하는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언제 먹어도 맛있단 말이지!"

스테이크가 부드럽게 썰렸다. 살짝 핏물이 베어왔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스테이크가 카나리아의 입으로 들어갔다. 카나리아의 시선이 니게르에게 닿았다. 자신이 반쯤 먹었을때 니게르는 한, 두 조각 먹고는 건들기만 하고 있었다.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카나리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키이로는 그런 니게르의 그릇을 잠시 바라보더니 직접 포크로 집어 입 앞에 갖다대었다.

"…주인님, 드셔야 합니다. 곧 있으면 제국에서 주최한 축제가 열립니다. 그곳에 초대받아 가야하니, 기본적인 체력이라도 있어야죠…"

"….속이 더부룩해…"

니게르는 고개를 틀었다.

"쫌 먹어봐! 계속 안먹을 꺼야?"

아카가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로 소리쳤다. 니게르의 어깨가 움찔 떨렸지만, 어릴때부터 조금만 먹어온 몸이 갑자기 많이 먹어 봤자 해가 될 뿐이었다.

성을 내는 아카를 잠시 손을 들어 막은 시로는 조용히 니게르에게 말했다.

"니게르, 우리를 봐서라도 먹어요. 우리가 이렇게 된 것도 전부 니게르 탓이잖아요. 네?"

"뭐?! 야 이 미친놈아!"

아카가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넘어지며 큰 소리가 났다.

"제일 잘 알고있는 놈이 그딴 말을 해?!"

아카는 시로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시로는 반항하지 않고 그대로 들렸다. 카나리아는 곁눈질로 그들을 보더니 나이프로 그들을 가리켰다.

"싸울꺼면 밖에 나가서 싸워."

카나리아의 말에 둘은 니게르를 살짝 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니게르는 시로의 말에 조금 멈칫하더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주인, 님. 억지로 드실 필욘…"

키이로는 조금 주저하며 말했다.

"…내 탓이 맞아."

카나리아는 식사를 마치고 니게르에게 다가갔다.

"시로는 네가 밥을 먹었으면 해서 말한거야. 알지? 그건 전혀 네 탓이 아니란걸."

"…."

니게르는 반쯤 먹은 식사를 놔두고 일어섰다. 키이로는 그를 따라 일어섰다. 카나리아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키이로."

"네?"

"애들 찾아올께."

"같이 가요."

니게르는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뒤를 키이로가 따랐다.

***

"네가 그딴 말을 하고 싶냐?"

"무슨 말이죠?"

아카는 시로를 벽으로 밀쳤다.

"그게 어떡게 니게르 탓이야?"

시로는 아카의 팔목을 붙잡았다.

"제가 그걸 노리고 한 말은 아니란걸 알텐데요? 설마 그정도도 모를정도로 머리가 안돌아가는건 아니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니게르한테 그 말이 어떤 뜻인지는….!"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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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24 00:47 | 조회 : 1,215 목록
작가의 말
11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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