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을 향해 날아가리

아르드와즈는 니게르를 끌어안았다. 그에 보답하듯 니게르의 팔이 그의 목을 감쌌다.

"내일이야. 기분이 어때?"

"….잘, 모르겠는데."

니게르는 중얼거렸다. 내일은 아르드와즈의 성인식이자, 니게르가 이곳을 떠나는 날이었다.

"….넌 어때?"

"음, 긴장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모르겠어."

아르드와즈는 설핏 웃음을 터뜨렸다.

***

밝은 달이 떠올랐다. 회색의 달빛이 유리창을 넘어 그들을 비추었다. 유리로 이루어진 천장에서 쏟아지는 달빛이 한 남자를 비추었다. 묵빛의 머리카락이 달빛을 흘렸다.

남자의 손에는 잔이 들려있었다. 벨벳색에 금빛 테두리가 쳐진 와인잔에는 붉고 진득한 액체가 가득했다. 남자는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들이켰다.

달콤하고 부드럽게 넘어간 액체에 남자는 아쉽다는 듯, 혀로 입술을 한차례 핥아내렸다. 남자의 옷을 뚫고 칠흙의 날개가 펼쳐졌다. 매끈한 날개는 한차례 펄럭거렸다. 남자의 보라색 눈동자가 검붉게 물들었다.

유리창이 깨어지며 달빛이 산산조각났다. 달의 중앙으로 남자가 떠올랐다.



소년은 달을 바라보았다. 둥근 보름달에, 한 남자가 떠 있었다. 남자는 소년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담장이 무너졌다. 소년은 자신의 발목에 묶인 족쇄를 풀어냈다.

문을 살며시 열자, 그제서야 소년의 귀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의 발 앞으로 누군가의 팔이 날아왔다. 그것을 지켜보던 소년은 걸음을 옮겼다.

급하게 뛰쳐나가는 발걸음, 시끄러운 고함소리.

그 사이에서 소년은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 소년의 눈에 누군가 보였다. 소년과 같은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남자의 등 뒤에는 검은색 날개가 있었다. 찢어지고 망가진 까마귀의 날개가.

"….형…?"

소년의 눈이 거차게 떨렸다.

"니게르, 괜, 괜찮아?"

남자는 소년을 꼭 껴안았다. 그러곤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괜찮을꺼야. 니게르, 안쪽으로 피하자. 응?"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남자는 니게르의 손을 꼭 잡았다. 긴장한듯 차가운 손을 니게르는 맞잡았다. 그런 그의 날개 사이로, 아르드와즈가 보였다.

눈이 마주쳤다.

그의 손이 휘둘러지고, 남자의 다리가 잘려나갔다. 소년의 눈동자가 깜빡거리자, 어느샌가 소년의 시야는 매끈한 날개에 가려져 있었다. 밑으로 시선을 돌리자, 날아간 남자의 다리와, 남겨진 채 피에 절어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날 처음으로, 소년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졌다.

***

"…아, 아아….아아…"

내 품 안에 안겨있는 온기가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서 나랑 둘이서만 살자. 점점 차가워지는것 같은 작은 몸을 꼭 끌어안았다.

가주가 있다는 방으로 날아갔다. 내 것에게 보여줄 것이 있었다.

"니게르, 고개 들어 봐."

턱을 살짝 붙잡고 들어올렸다. 온통 떨리는 눈동자에는 눈물이 가득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 것은 우는것도 예뻤다. 눈물기 젖은 눈동자가 앞을 향했다.

"나 잘했지?"

너를 괴롭히던 남자을 갈갈이 찢어놨어. 난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어. 그렇지?

"니게르?"

내 것이 말이 없다. 충격을 받은듯 몸을 떨고있었다. 추운걸까. 춥지 않도록 더욱 꼭 안아줬다.

"무,슨…아…아아…내가, 내가…"

"너무 좋아…"

포근한 냄새가 나는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벗어나려는듯 바르작 거리는 작은 몸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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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28 21:29 | 조회 : 1,097 목록
작가의 말
11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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