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젖은 생쥐꼴


"재밌게 놀다 왔나보네?"

카나리아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셋의 모습은 물에 홀딱 젖어 있었으니까.

"아카, 너 때문이잖습니까…"

살짝 뒤틀린 웃음을 지은 시로가 먼저 화장실로 들어갔다. 키이로는 화장실 앞에 옷을 갖다놓고 니게르의 머리를 수건으로 조심히 닦아 주었다.

"주인님, 괜찮습니까?"

살짝 몸을 떠는 니게르의 모습에 키이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니게르는 슬쩍 아카를 노려보았다. 셋이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된 이유는 아카 때문이었으니까.

***

니게르는 둘의 손을 잡고 끌려가는 듯이 걷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니게르를 치고 지나갔다. 니게르가 넘어지려 하자 시로가 니게르를 품에 안았고, 아카는 치고 지나간 남자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야, 치고 지나갔으면 사과정돈 하지?"

으르렁 거리는 아카의 모습에 남자는 별꼴 다본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거, 다친 사람도 없는데…미안하게 됬소."

대충 사과한 남자는 슬쩍 눈을 흘끼다가 다시 아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카가 뭐라 할려는 듯이 입을 벌리자 니게르가 슬쩍 두명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카, 그만. 이제 가보셔도 돼요."

남자는 뭐라 툴툴대며 지나갔다. 잠시 모였던 시선이 흩어지고, 아카는 꽤나 짜증이 났는지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옷에 무언가 걸리자 아카는 옷을 확 잡아당겼다.

그러자, 오히려 옷이 걸려있던 마차가 아카쪽으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어…어어? 어어어????"

아카가 당황하며 마차를 받쳤지만, 마차에 있던 수많은 물이 담긴 어항들을 막지는 못하였고, 결국…

와장창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항들이 깨지며 세명은 물이 쫄딱 젖게 되었다.

***

"아니…옷이 너무 튼튼했던거라고…"

아카는 니게르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카는 옷이 그렇게 튼튼할줄은 몰랐다며 변명했다.

"아카, 내가 분명 아침에 이 옷이 왠만한 갑옷보단 튼튼하다고 했는데…?"

카나리아는 웃으며 아카의 뒷통수를 쳤다. 명쾌한 소리가 울렸다.

"야이 멍청아! 어항이라며! 누가 다쳤으면 어쩔려고 그러냐?!"

카나라아는 니게르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니게르는 슬쩍 발목을 가렸다. 키이로는 바로 니게르의 발목을 잡고 확인하였다. 그곳에는 날카로운 것에 배인듯한 자국이 남아있었다.

니게르가 황급히 손으로 가리려고 하였지만, 이미 다 본 키이로와 카니라아의 모습은 아카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그게…"

"아카, 오랜만에 면담할까?"

카니라는 아카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미, 미안…혀엉…"

축 처지는 눈꼬리에 니게르가 카나리아를 말리듯이 아카의 앞을 막아섰다.

"카나라아, 나 별로 안다쳤으니까…응?"

"니게르, 얘가 이런게 한두번이면 나도 넘어가지….내가 쟤 저런 모습만 10번이 넘게 봤어. 그때마다 번번이 네가 다친다고. 이번에도 어항이 네 머리에 떨어졌으면 어쩔건데?"

카니라아의 말에 니게르가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나와, 니게르."

니게르의 귀가 축 쳐졌다.

"응…"

아카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카니라아 형..한, 한번만 봐줘라…"

"평소에 형이라고 불러봐라, 이자식아."

"으억…"

아카가 카나리아의 손에 끌려가는 동안 시로가 밖으로 나왔다.

"니게르, 빨리 씻고 자도록 해요."

시로는 니게르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니게르는 나즈막히 대답하고는 욕실 문을 닫았다. 따뜻한 수증기가 느껴졌다. 니게르가 옷을 벗고는 물을 틀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맞기고, 니게르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사이, 키이로는 가만히 서 있었다.

"키이로?"

시로가 키이로를 불렀다.

"네, 시로님."

"나중에 니게르가 나를 찾으면 아무꺼나 변명 하나만 대줄래요?"

시로는 겉옷을 걸치고 물었다.

"알겠습니다. 뭐냐고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시로는 의중을 알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니게르에게 득이 된다는 것만 말씀드릴께요. 그럼, 부탁할께요?"

시로가 창문으로 넘어갔다. 키이로는 슬쩍 한숨을 쉬고 창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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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6 20:07 | 조회 : 1,486 목록
작가의 말
11月

얘네는 이제 행복해 져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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