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큐우우웅 큐웅]

“으음...조금만..더...”

[큐웅! 큐우웅!]

“으으으...”

이른 아침부터 시아의 방에는 종달새대신 엘이 지저귀고(?)있었다. 엘의 울음소리에 괴로운듯 뒤척거리던 시아는 졸음이 덕지덕지 묻은 눈을 억지로 떴다.

“...너 또 창문으로 들어왔구나...”

시아의 방에있는 창문은 중형드래곤정도는 잘하면 들어올 수 있을정도로 컸고, 엘은 거의 매일아침 창문으로 들어와 시아의 침대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울곤했다. 엘덕분에 오늘도 이른아침부터 완전히 잠에서 깬 시아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이 순찰나가는 날이었지...”

[큥!]

“안잊어먹었어 기억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마”

[큐우우웅]

엘과 한차례 투닥거리며 세안을 한 시아는 협탁위에 잘 개어놓은 제복을 꿰어입었다. 특무단을 상징하는 검은 제복을 입고, 망토까지 두른 시아는 시계를 봤다.

“...오전 8시쯤이면 루엘도 일어나시지 않으셨을까?”

시아는 창문으로 엘을 내보내고 폴짝 뛰어서 그 위에 안착했다.

“식당으로 가자 엘. 일단 밥부터 먹어야지.”

엘을 타고 미끄러지듯 활강해 식당에 도착한 시아는 밥을 먹고오라며 엘을 레어에 보내버리고는 3인분을 시켜서 혼자 다 먹고나서 영주성에 딸린 연무장으로 향했다. 루엘디움의 기척이 연무장에서 느껴졌기때문이었다.
시아는 루엘디움에게 오늘 있을 순찰을 같이하지 않겧냐고 물어보고자 연무장으로 걸음을 바삐 옮겼다.
병장기 소리가 울리는 연무장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특무단 단원들이 드문드문 아침훈련을 하고있는 연무장 한쪽 구석에서 루엘디움이 목검을 들고 훈련용 허수아비골렘과 수련을 하고있었다. 시아는 기척을 완전히 죽이고 루엘디움을 향해 다가갔다. 몇몇 단원들을 스쳐지나갔지만 단원들은 기척을 죽인 시아를 알아차릴 수 없었기에 그저 계속 검만 휘두르고 있었다.
‘깜짝 놀래켜줄까..?’
장난기가 발동한 시아는 바닥에서 굴러다니던 목검을 하나 주워 루엘디움과 대적하고있는 허수아비를 향해 횡으로 그었다.
와르르르

“...?!?”

루엘디움의 검을 받으며 대적하던 허수아비가 고된 훈련이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목검을 휘두르는 동시에 기척을 드러낸 시아가 허수아비 뒤에서 짠하고 나타났다.

“!!!시아?”

깜짝놀랜 루엘디움이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시아는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그의 청금발을 감상하며 싱긋 웃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루엘.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네 시아도 잘 주무셨나요?”

“네. 아침훈련 중이셨습니까? 검술이 훌륭하시던데요”

“아..오늘은 눈코뜰새 없이 바쁠 예정이라서요. 아침에라도 몸을 풀어두게요.”

목검을 내려놓은 루엘디움은 목에 걸린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어...그럼 오늘 많이 바쁘십니까?”

“네. 그간 밀린 정무가 오늘 몰려올 예정이라서요..”

‘영지 주변 순찰 같이가자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겠군..’
시아는 아쉬움에 짧게 입맛을 다졌다.

“시아도 훈련하러 오신겁니까?”

루엘디움의 물음에 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뇨. 오늘 영지 주변 순찰이 있어서요. 가기전에 잠깐 뵈러온겁니다.”

“절...보러...”

루엘디움의 목덜미가 홧홧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시아는 작게 웃으며 나지막하게 엘을 불렀다. 루엘디움의 목덜미가 채 식기전에 엘이 바람을 가르며 연무장에 내려앉았다.

“그럼 저는 이만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십시오 루엘.”

“아, 네! 시아도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고개를 숙여 인사한 시아는 그대로 엘에 올라타 이륙했다. 순식간에 땅이 멀어지며 루엘디움은 저 멀리 점이 되어사라졌다.

“아침바람이 시원하구나. 가볼까 엘?”

[큥!]

엘과 시엘은 적당한 고도를 유지하며 헤일론의 성벽을 넘어 분쟁지역으로 향했다.

“어디보자...오늘 우리가 해야할 순찰은 북부, 동부. 서부는 릭과 폴이 가는군...”

시아가 업무지시표를 보며 중얼거렸다. 항상 시아가 시간표를 짜면 지시표를 만드는건 디엔이었는데 그는 무수한 지시표를 작성할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왜 시아가 한번에 남들의 4배를 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투덜거렸다.
‘날 걱정해주는건 고맙지만...힘이야 남아도는걸 쓰기라도 해야지.’
시아의 눈에는 디엔도, 특무단도, 루엘디움도, 영지민들도 똑같은 약자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자신이 지켜주고 싶었다.

“그렇지 엘? 우리가 가장 강하니까 우리가 지켜줘야겠지?”

[크르르르르]

시아가 엘을 우쭈쭈하고있는데 갑자기 엘이 낮게 그르렁거렸다.

“왜 그래 엘?”

[크르르르륵]

다시금 반복되는 엘의 경고음에 시아가 고개를 내밀고 지상을 바라봤다.

“!!!”

가히 장관이라면 장관이라할 수 있는 고위급마물의 무리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간 남들 보다 4배는 더 많이 순찰을 다녔던 시아조차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엘! 고도 높여!!”

혹시라도 자신들이 발각되었다간 귀찮은 수준에서 끝내기 어렵다 판단한 시아는 엘의 고도를 한껏 높이고 탐지마법을 뿌렸다.

[디텍션]

촤아아악
시아의 손끝에서 얼음으로 이루어진 얇은 실들이 흩어져 정보를 모아다주었다. 드래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녀였지만 이런 척박한 마물의 땅에 드래곤이 있을리 만무했기에 더욱 넓게 마법을 흩뿌렸다.

“무슨...규모가”

‘이 지경이 될때까지 몰랐다고? 토벌단이?’
시아가 일반적인 토벌단의 활동범위보다는 더 깊게 들어와있긴 했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섰다.

“저 끝에는...도대체 뭐가...”

시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끝을 살피려했지만 시아의 괴물같은 시력에도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크르르르르]

엘의 동공이 좁아지며 비늘이 바짝섰다. 3년전 대토벌때, 수만마리의 마물 앞에서도 태연했던 엘의 알 수 없는 태도에 시아가 엘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동화.”

시아의 눈이 푸르게 물들고 동공이 드래곤의 것으로 바뀌었다. 엘의 눈에 비추어져 들어온 그것은...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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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6 10:40 | 조회 : 1,319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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