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창문을 완전히 열고

난간에 기대 창 밖을 본다.

희미하게 나는 비냄새.

몇 대 지나다니지도 않는 차들의 소리.

암흑을 밝힌 가로등의 불빛.

옷깃 새로 스치는 바람.

시야가 흐려지고

머리가 아찔해져온다.

아, 나 왜 이러고 있지.

해야할 게 많아.

나도 알고,

어쩌면 당신도 알,

당연한 사실.

밝은 어둠이 싫어,

그 시린 밤을 밝히는 차가운 빛이 싫어.

달이 보이지 않는 하늘이 싫어.

괜찮지 않은 내가 싫고,

죽음을 바라며 난간에 몸을 기대는 내가 싫어.

일견 죽지 못해 살아 글을 쓰는 내가 싫어.

진통제만 하루에 7알 정도를 처먹고도 낄낄대는 내가 싫어.

춥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창문은 닫지 않는 내가 싫어.

아직도 살아 숨쉬는 내가 싫어.

나를 아낀다니,

내게 그것보다 힘든 게 무어가 있을까.

나는 지금,

내가 경멸하고 혐오하는 자들의 표본인데.

그걸 알면서도 벗어나려 발버둥치지 않는 것 또한,

싫어.

아아,

끔찍한 밤이야.

시끄러운 밤이야.

짜증나는 밤이고,

지루한 밤이야.

시야에 제대로 담기는 것도 없으면서,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무언가 하면 달라질까.

살려줘.

아니 제발 차라리 죽여줘.

스스로의 목을 스스로 죄는 일상.

그 일상이 매일이라면,

당신들은 어떻게 버틸까.

나는 어떻게 버텨야 하는 걸까.

즐거운 시간은 잠깐.

그저 신기루.

내게 그런 게 존재할 리 없잖아.

하룻밤 꿈에 불과한 걸.

기대하면 안 돼.

특히 스스로에게는,

절대 기대를 걸지 마.

너 자신은,

나 자신은,

그 기대에 부응할 능력이 없어.

그 기대를 받을 자격이 없어.

아, 나 문득 깨달았어.

나 지금 자살기도를 하면,

누군가 알아채기 전에 죽는구나.

지금 내게 연락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락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건 방에서 잘 아빠뿐.

나 정말,

죽기 딱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네.

이 기분으로 글을 쓰면,

관계 회복은 커녕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만,

어차피 쓸 시간도 없으니 뭐.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덜 무책임하고 더 유능하다면,

그거 조금 끄적일 시간은 날 수도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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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26 02:39 | 조회 : 50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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