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우리 학교는

아무래도 기숙사 학교니까

집 가는 날이 정해져 있어

컨퍼런스 데이(conference day)

보통 컨퍼라고 부르지

그리고 난 저번 컨퍼 때

집에서 방치 당했어

엄마는 일이 바쁘고

동생은 가출

아빠는 수련회를 간다나

그 덕에 약 3주 만에 집에 가서 동생이랑 엄마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왔지

그리고 이번주에 또 집에 가는데

엄마가 또 바빠서

못 본다고 하더라고

이해해

이해해야지

나는 그 바쁨과 희생을 밟고 학교를 다니는데

내가 이해를 못하면 안 되지

전화를 걸면 빨리 끊기거나

지친 목소리에 꾸역꾸역 전화를 이어나가거나

엄마한테 가겠다고 하면 볼 수 없다는 소리나 듣게 된 건

내가 이 학비만 더럽게 비싼 학교에 들어온 탓이니까

그래서

애들은 다들 집에 가기를 고대하는 상황에서

나만 집에 가지 않기를 바라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이제,

진절머리가 나

텅 빈 집

나는 이 학교에 오기 전에도 집에 혼자 있었는데

이제 한달에 한 번이나 가는 집에서도 혼자 있네

지쳐

알아

원인에 내가 있다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도

이렇게 어리광 부리면 안 된다는 것도

아는데

아는데

왜 다음 말이 안 나오지

이해해야하는 걸 아는데

힘드네

이해심도 없지

이기적이고

멍청해

진절머리가 나는 건

내가 처한 상황일까

나일까

아무래도 상관 없을 지도 모르지

나는 언제까지나 이러한 상황에 있을 거고

그에 체념하고 있고

내가 나를 경멸하는 건 언제나의 일인 걸

그러니까

내게 모든 일이 아무래도 상관 없어지기를

정말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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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8-10 17:09 | 조회 : 750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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